검은사막이란 게임은 딱히 타인의 스펙을 알 수 있는 수단이 없고,
대가리 위에 떠있는 징표로 저새끼가 얼마나 똥폐인인지 알 수 있다.
예컨데 일반적인 캐릭터라면 아이디 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스샷 주인에겐 미안한 소리지만)똥폐인은 이런식으로 대가리 위에 뭔가가 조온나 떠있다.
서버에서 어떤 컨텐츠라도 순위 5위 안에 들어가면 머리 위에 마크가 뜬다.
그러니까 스샷에서 보이는 저 로리는, 저 채널 안에서
채광2위 낚시2위 수렵1위 요리2위 연금1위 제련2위 조련2위 무역1위 재배2위 항해1위 물교1위 재화2위 레벨3위라는 마크가 찍힌
그야말로 궁극의 멀티태스킹 썩은물이라는 것이다.
순위표도 따로 열 수 있다.
보통 일반적인 유저들은 신경쓸 필요 없지만,
PK나 항해를 즐기면서 랭킹권까지 들어가는 유저들은,
상대방 대가리 위에 뭐가 떠있는지 분간하는게 목숨과 직결되기때문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여기까지가 본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였다.
때는 검은사막의 두번째 시즌이었다.
'시즌'은 '검은사막의 래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는데
하도 겜이 고였다보니 뉴비들이 썰려나가고 템 맞추기가 힘드니, 시즌서버를 열어준 것이다.
모두가 거의 처음부터 시작해야했다.
검은사막 안해본 친구들에게 설명해주자면,
시즌 오프일 땐 똥폐인도 6~7개월 개빡세게 해야 간신히 맞출 수 있을만한 스펙을
시즌중엔 똥폐인이면 일주일, 정상인이면 한달이면 맞출 수 있게끔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뉴비들에게 정말 좋은시스템이었지만, 시즌이 오프되면 시즌에서 얻은 아이템을 본섭에서 사용할 수 있었고,
기본적으로 시즌에서 퍼주는 아이템이 본섭 유저들에게도 마른침을 삼킬만큼 매력적이었기때문에
씹고인물들도 시즌에 쳐들어왔다는게 문제다.
그리고 그 씹고인물들중엔
ㅎㅎ ㅈㅅ 나도 있었음
61 캐릭터가 6개, 62 캐릭터가 2개.
(대충 남들 본캐 년 단위로 키울 때 꼴릴때마다 본캐 바꾸는 지조없는 새끼였다는 소리)
62까지 키우는 건 넌더리날만큼 잘하던 내가 시즌으로 쳐들어갔고
시즌 오픈 일주일동안 내 대가리 위엔 레벨 1위 징표가 반짝거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문젠 그때, 몸 담고있던 길드가 터져서 대가리 위에 레벨1위 징표를 제외한 아무것도 없었다는거다.
시즌 아르샤(PK자유 서버)에서 모처럼 세계관 최강자 기분을 만끽하며 시즌 최상위 사냥터를 사람 없이 쾌적하게 돈 지 이틀 째.
그제서야 차근차근 기어올라온 네임드 육식길드의 포식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사막 유저들은 육식길드라고 하면 학을 뗀다.
육식길드라 하면 사냥터에서 보이는 캐릭마다 도륙내는 게 일상인 놈들을 일컫는다.
나는 자기방어 태세를 갖췄지만, 포식자는 의외로 내가 사냥도는 걸 멀뚱히 지켜보다가
"님 길드 없어요?"
라고 물었다.
"네 터졌어요."
라고 대답하자,
"그럼 저희 길드 오실래요?"
라고 물었다.
처음엔 네임드 육식길드들은 스펙이랑 면접보고 길드원 뽑는데 이 새끼들이 왜이러나 싶었다.
이유는 손쉽게 알게됐는데, 길드 오겠냐고 물어본 포식자가 뒤에서 불연듯 등장한 닌자에게 도륙당하고,
(닌자난입밈 아니다. 검은사막엔 투명한 채로 돌아다니는 닌자라는 직업이 있다.)
그 닌자가 나한테 귓을 걸어
"님 길드도 없는 거 보니 뉴비같은데 레벨1위면 싹쑤가 보임. 우리가 키워주겠음. 길드에 유튜버도 있음. 같이 초식들 도륙하고 영상찍읍시다."
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이새끼들한테 어떻게 보이는 지 깨달았다.
길드없음, PK 자유서버에서 칼(PK)도 안 켜놓은 걸 보니 무방비한 뉴비. 그런데 레벨은 1위.
내가 길마였어도 저건 못참지 ㅋㅋㅋㅋㅋ
"전 아직 길드를 들 생각이 없습니다."
라고 귓으로 대답하자, 닌자는
"그래요? 그럼 어쩔수 없지."
하더니 나를 도륙했다.
부활거점에서 부활하고 보니,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네임드 육식길드 셋이 부활거점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그 지옥도 가운데서 부활한 나는 그새끼들의 스킬 여러개에 낑겨 죽어버리고, 시체상태로 수없이 많은 귓이 날아오는 걸 봤다.
"님? 길드없음? 우리길드 오쉴?"
"님 성장1위네여? 시즌 끝나고 같이 거점전 하실? 우리길드 들어본 적 있죠?"
"님 PK 익숙하지 않은것 같은데 제가 1:1로 가르쳐드림. 우리길드 님 직업 최강네임드 있음."
아니 미1친년들아 죽이던가 스카우트하던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저희길드 다들 착해요. 기본 존댓말에 특정사이트 유저 안 받고 친절하게 잘 알려드려요."
아니 날 칼로 쑤시면서 그렇게 말해봤자!
그렇게 20번가량 죽고 부활하면서 육식길드 3~4개의 열렬한 칼질과 구애를 받았고,
나는 다신 길드없이 PK섭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를앙다물어 2021/11/14 22:30
임신(입덧)
Orez 2021/11/14 22:31
난생 처음으로 오싹오싹함을 느낀 유게이쟝
K200APC 2021/11/14 22:33
육식 길드들 : 힝 페로몬 덩어리가 없어졌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