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소개팅 자리에 DSLR 장비 풀셋으로 들고간 오타쿠의 애프터 후기 ㅡㅢ;;;

안녕하세요?
여자 만나는 데이트 복장을 이따위로 하고 나가는 현직 SLR Club 카메라 오타쿠 입니다.
#실제과거데이트사례입니다...

여친을 너무너무 사귀고 싶어서 ... 있지도 않은 여친에게 카메라를 선물하겠다면서...오타쿠답게 카메라부터 샀습니다.
하얀 카메라에 핑크색 가죽띠.
분명 좋아할게 틀림없습니다.

몇달 후.. 진짜 소개팅을 받았습니다.
보다시피 대놓고 댑따큰 DSLR 카메라를 들고갔습니다.
어색함이 짤을 뚫고 뚫고 나올 기세입니다.
여자하고 말을 하려면 이런거 저런거 물어보고 자신감있게 대화를 해야한다길래 어떻게든 패기를 부렸습니다.
오타쿠놈 : 저 사진 완전 좋아해서 바바여 카메라로 맨날 모델 만들어드릴거에여
소개팅녀 : 정말 멋있는 취미네요~ 그런데 죄송한데 저 사진 찍히는거 별로....
오타쿠놈 : 아...
...하얀 카메라는 아예 말도 못꺼냈습니다.
그런데 소개팅녀에게 애프터를 받았습니다.
뭐 ?????????????????????
당시 주선자가 소개팅녀에게 전해듣기로....오타쿠가 그래도 착해보인다고.
헐...
그날 오타쿠는 광대가 파열될 뻔 하였습니다.

애프터를 받았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패기롭게 카메라를 들고 아예 대놓고 소개팅녀를 찍습니다.
소개팅녀의 표정도 첫날보다 조금은 밝아졌습니다.
서로의 전화번호도 알게 되었고 많은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타쿠는 벌써부터 지가 사귀는줄 알고 김칫국 들이키며 그동안 오타쿠짓 하느라 조선팔도를 다 돌아다닌 출사여행지를 달달 외우며 그녀에게 여기가 예쁘네 저기가 좋네 이런 소리나 늘어놓고 있습니다.
....사진찍히기 싫어한다는 그녀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정말 소개팅녀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2020년 여름과 가을이 행복해졌습니다.
ㅎㄷㄷ
전개가 뭐 이따위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타쿠는 벌써 지세상 다된줄 알고 천국에서 김칫국 쳐먹다가 그녀의 단 한마디에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여친님: 오빠 나 흰색 카메라 싫어 내가 애도 아니고....
오타쿠: ???네??????????
오타쿠는 맛이갔습니다.
처음부터 사진찍히기 싫어한다는 그녀의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를 않습니다.
아....
카메라고 나발이고 다 갖다 버리고 싶어졌습니다.
카메라가방을 봅니다.
카메라와 렌즈값이 천만원을 넘어갑니다.
거지생퀴가 미래를 팔아먹은 할부도 아직 다 못갚았습니다.
갖다버리면 안된다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

그렇게 실의에 빠진 12월 초 어느날.
뜬금없이 리코이미징 일본 본사에서, 출시도 되지 않은 연구소 카메라를 오타쿠놈에게 보내옵니다.
???
이 카메라의 이름은 PENTAX K-3 Mark III.
2021년 5월에 출시되었으나 오타쿠생퀴는 무려 6달전의 2020년 12월에 공짜로 그냥 받았습니다.
???
와....
이거다. 이건 그녀의 카메라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ㅇ
그대로 들고 그녀에게 뛰어갑니다.

그녀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까만 카메라에 신이 났습니다. 초점이 지멋대로 자기 남자친구의 눈과 얼굴을 따라간다며 더 신났습니다.
정말입니다.
단지 카메라의 색깔이 맘에 안들었던 것입니다.
이게 뭔 ;;;;
......2021년 11월 11일 여친에게 지금 다시 물어봐도 그렇댑니다. 자기는 걸크러쉬가 좋다며 ㅡㅡ;;
자게이 여러분.
모든 여성분들이 흰색 카메라를 다 좋아하는것은 절대 아아닙니다....

그렇게 신이 난 여친에게 찍힌 오타쿠놈의 사진은 현재 리코이미징 본사 홈페이지의 앰버서더 프로필 소개용 사진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

이후로도 오타쿠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모든 데이트를 매일매일 저렇게 주렁주렁 메고 다닙니다.
여친님도 학을 뗀 모양입니다.
대신에 서로의 사랑과 평화를 위해 빅딜을 하였습니다......이른바 오타쿠 휴전협정 입니다.
오타쿠 휴전협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진보다 밥이 먼저다. 데이트 중 배고프면 즉시 밥을 먹으러 간다.
(2) 카메라 정도는 오타쿠 니가 들어라.
(3) 휴게시간을 보장해라. 내 체력은 모델이 아니다.
오타쿠는 뭐 하나 틀린말이 하나 없다며 순순히 모든 내용에 동의하였습니다.

이 몹쓸 협약의 갱신기간은 500년이라고 합니다 (...)
어이가 없다...

이런 오타쿠에게도 ... 소개팅을 나가 애프터를 받고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애프터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