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어즈의 매력 : 이 작품의 '마족' 설정

아직 라이트 노벨이란 장르 구분이 생겨나기 이전 태어난 슬레이어즈지만 잘 뜯어보면 지금 생각해도 독특한 설정들이 여럿 존재해

오늘은 그 중 하나인 마족 설정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오늘 이야기할 설정의 대표적인 피해자, 패왕장군 쉐라)

일단 모든 마족은 아스트랄 사이드라고 해서 인간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이공간으로 이동하는 능력이 기본 탑재 사양이야.

 

그래서 사실은 자존심 안부리고 무조건 저 인간은 죽인다 생각으로 하면 아스트랄 사이드로 이동해서 뒷치기로 꽂으면 사실은 리나고 리나 언니고 사실 인간은 무조건 뒤질 수 밖에 없어

 

그런데 여기서 '마족은 정신 생명체다' 라는 설정이 기묘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줌

 

아스트랄 사이드를 이용해서 '최선을 다해서' 인간을 죽이려고 하는 건 '정신생명체'인 마족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기 살을 깎아먹게 되는 일이기 떄문

 

좀 말을 쉽게 고쳐보면 '가오가 상하면 자기가 ㅈ되는 존재' = '슬레이어즈의 마족' 임

 

 

 

사실 슬레이어즈 속 마족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인간이 원래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급이 아냐 

특히 중-하급은 그렇다 치고 상급 마족은 도저히

 

그런데 이 '가오' 설정 때문에 이놈들 가오만 제대로 긁어주면 격퇴하는게 가능하게 된거임

 

예를 들어보자.

패왕장군 쉐라는 패왕 '그라우쉐라'의 부하야. 단순히 계급으로 치면 수신관 제로스랑 동급.

(정확히는 수왕은 부하를 하나만 만들었고 패왕은 부하를 넷이나 만들어서 힘은 1/4 수준이겠지만)

당연히 리나 일행 정도난 혼자서 다 씹어먹을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첫 싸움에서 리나의 '그라우쉐라의 부하라 이름이 쉐라라니 너무 대충이다' 라는 인신 공격이 은근히 먹혀서 물러나게 된다. 왜냐하면 그녀는 패왕이 자신을 만든 것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패왕이 그녀에게 무심했다는 뜻이라 정신적 데미지가 있었던 거지.

그리고 쉐라의 보스, 마왕 샤브라니구드 (샤브라니크)의 다섯 심복 중 하나인 그라우쉐라는 아스트랄 사이드에 무지막지한 본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엘프족의 도움을 받은 리나가 현실 세계의 쉐라의 육체를 라그나 블레이드로 멸망시킨 것만으로 격퇴할 수 있었음

이건 현세의 육체를 잃은 데미지는 사실 진짜 미미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한테 데미지를 입었다 = 가오를 조졌다 였기 때문...

 

이 설정은 마족의 압도적 강함과 그 빈틈의 밸런스를 미묘하게 잡아줘서 이 작품이 '아 아무튼 리나가 짱짱셈' 으로 빠지는 경우의 수를 완벽히 차단했어. 작품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강함의 한계가 이렇게까지 뚜렷한 작품이 또 있나 싶을 정도.

세줄요약

1. 슬레이어즈의 파워 밸런스는 마족>>>>>>>>>>>>>>>리나 정도

2. 그러나 이들의 정신체라는 설정 = 가오충이 신박하게 작품 밸런스를 잡았다

3. 슬레이어즈는 작중 인간의 한계를 생각 이상으로 명확하게 그어서 기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추신. 제로스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비밀입니다'도 같은 맥락임.

인간 따위에게 마족이 거짓말을 한다? 자존심 못참지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