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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엔진 개발의 비밀.jpg (Feat.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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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주역 조광래에게 듣는 누리호 개발 비사
 
 
조 전 원장의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갑자기 인터뷰를 중단했다. 설명을 더 하기 위해서 보여줄 것이 있다고 했다. 항우연 본관 옆 조립동 1층으로 내려갔다. 평소 찾는 사람이 없어 먼지가 두껍게 내려앉은 듯한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조 원장이 바지 주머니에서 구릿빛 열쇠를 꺼내 낡은 철문을 열었다. ‘덜컹’ 소리와 함께 높이 25m의 조립동 1층을 3분의 1로 나눈 한쪽 공간이 드러났다. 직경 2.9m, 길이 10m 남짓의 로켓이 누워있었다. 낡은 흰색 동체 위에 ‘교육과학기술부’와 ‘KHRUNICHEV STATE RESEARCH AND PRODUCTION SPACE CENTER’라는 글씨가 적힌 마크가 선명했다. 나로호 1단을 만든 러시아 우주기업 흐루니체프였다. 동체 끝에 거대한 첨단 액체로켓이 달려있다. 엔진 연소기 위에 러시아어로 ‘MAKET-НЖ’라는 붉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진짜가 아닌 모형이라는 뜻이다.
 
2013년을 마지막으로 올라갔던 나로호가 왜 항우연 창고에 있나.
“이건 과거 나로호 때 썼던 1단 지상검증용 발사체(GTV)다. 당시로써는 처음 만들어보는 우주발사체 조립동과 발사대 인증시험을 위해 실제 기체가 있어야 했다. 이 때문에 2008년 8월에 가장 먼저 러시아에서 1단 지상검증용 발사체를 들여온 거다. 2009년 8월 나로호 1차 발사에 앞서, 4월에 1차 발사장에 세워 언론에 공개했던 그 나로호다.”
 
그때는 지상검증용 발사체는 로켓 엔진이 없는 상태로 한다고 하지 않았나.
“당시엔 우리도 GTV 1단부에 노즐 정도만 달린 모형 엔진인 줄 알았다. 러시아 흐루니체프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3차 발사까지 끝나고 대전으로 가져와서 분해해 보니 첨단 다단연소사이클의 앙가라 엔진이 완벽한 모습으로 달려있었다. 그걸 처음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당시는 두 번째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가 이미 4년 차에 들어갔을 때다. 하지만 기본설계도 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상태였다. 이후 누리호 75t 엔진 개발에 이 앙가라 로켓이 큰 도움이 된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로호 프로젝트 당시 항우연은 미국·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로켓의 핵심인 엔진 기술은 절대로 유출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GTV에 대해 실물은 똑같지만 1단 엔진은 없는 상태라고 언론에 밝혔다. )
 
러시아가 왜 GTV에 실제 엔진을 그대로 달았을까.
“추정하건대 모형 엔진을 일부러 만드는 게 더 번거롭고 비용도 더 들어가 기성 엔진 그대로를 달아놓은 것 같다. 이 때문에 3차 발사가 끝나고 러시아가 이 GTV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계약에는 GTV도 포함된 것 아니냐’며 막았다. 그렇게 GTV는 한국에 남았지만, 그 때문에 당시 흐루니체프사의 사장이 해임되는 일까지 있었다.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라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왜 이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나.
“굳이 숨기려고 한 건 아니었다. 나로호 발사 당시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고, 이후에 알았지만, 그땐 다들 큰 관심이 없었다. 이번 누리호를 발사하고 나서 다들 개발 비사를 궁금해하니 중앙일보에 공개하게 된 거다.”
 
앞으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에도 도움이 되겠다.
“그렇다. 러시아 앙가라 로켓은 추력 210t의 최신형 다단연소사이클엔진으로, 미국도 최근 수입하려고 했던 강력하고도 첨단의 엔진이다. 누리호 75t 엔진은 연소시험 때 봤겠지만, 터보펌프에서 불완전 연소한 시커먼 배기가스가 나온다. 다단연소 사이클은 이걸 엔진 내부에서 다시 한번 태워주는 방식이다. 엔진 효율이 높고 힘도 훨씬 뛰어나다. 이제 곧 시작해야 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다단연소사이클엔진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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