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일본의 경제력을 논하는 키배가 열릴 때 등장하는 표현으로 “한국은 월급쟁이 국가이고, 일본은 건물주 국가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단순화된 감은 없지 않지만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은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기준으로 일본의 해외 증권투자는 세계 3위, 직접투자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순자산 기준). 일본의 산업부문에서의 국제적 영향력은 감소했을 지라도, 돈 놓고 돈 먹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이행한 것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시경제적 지표야 그렇다 쳐도, 구체적으로 일본은 건물주로서 어떻게 세입자들에게 돈을 수금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구체적으로 일본의 기업들은 어떻게 해외에서 꾸준히 돈을 빨아들이면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가? 라는 부분입니다.
(사진은 2011년이라서 현재와 약간 차이가 있으나, 한국과 비교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
이와 더불어 일본의 특징으로 지적되는 것이 “일본은 국제경기의 부침에 영향을 덜 받는 내수경제 국가.”라는 것입니다. 이 역시 큰 틀에서는 맞는 표현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일본의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은 13.93%, 수입액 비중은 14.24%로 수출입액의 비중이 GDP의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같은 수치가 60%에 육박하는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죠. 위에서 말한 해외투자와 더불어 내수라는 기반 역시 일본의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약해진 지금에도 꾸준한 실적을 올리게끔 해 주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일본의 기업들이 어떻게 건물주로서 앉아서 돈을 벌어들이는지, 또 그와 더불어 내수경제로서의 일본의 특성이 기업경영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일본산업의 대표주자인 종합상사를 통해 알아보려 합니다.
1. 종합상사의 비즈니스 모델: 트레이딩과 사업투자
상사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입니다. 상사를 무역회사 혹은 유통업체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제법 오래 전의 드라마인 ‘미생’에 나오는 회사의 모델이 바로 상사였죠.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이런 상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우리가 일본의 종합상사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게 하는 데 한편으로는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상사는 우리나라의 상사들과 이름은 비슷해도 그 비즈니스 모델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상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의 2가지로 압축됩니다.
1. 무역 및 유통업
2. 사업투자
1번이야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그 상사의 모습인데, 그렇다면 2번의 사업투자란 무엇을 말하는지 잘 와닿질 않을 수 있습니다. 사업투자란 회사를 사고 파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종합상사가 주체가 되어 다른 회사의 지분을 매입하여 배당 등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혹은 그렇게 사들인 회사들을 다시 매각하여 거래차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젖소라고 친다면, 이 젖소를 사들여서 우유를 짜내 돈을 벌거나 혹은 어느 정도 키워서 다른 목장에 팔아 돈을 버는 것이죠.
(물론 우리나라 상사들도 규모면에서는 작아도 사업투자를 할 수 있는데 제가 모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상사들처럼 무역업과 유통업을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나중에 등장할 미쓰이물산과 같은 종합상사들은 20세기 초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부터 일본 정부와 함께 해외로 나가 그곳에서 면화와 같은 원료를 사고파는 무역업에 종사했었습니다. 좀 안 좋게 말해서 일본 제국주의를 경제적으로 떠받친 한 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고도경제성장기를 지나 버블붕괴를 겪으면서 이러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실적이 악화된 종합상사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단순 트레이딩 기능에만 주력하던 과거와는 달리 자원 뿐 아니라 비자원 분야에서도 회사 자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업모델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전환은 2021년 현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자재의 수출입 거래를 주력으로 하던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다양한 분야의 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새로운 수익창출의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M&A가 일상화된 현대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회사를 사고 파는 것이 무슨 대단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거냐?”질문을 하시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 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일본 종합상사의 사업투자 전략이 일반적인 기업의 M&A 전략과의 차이는 개별 회사를 사고파는 일반적인 M&A와 달리, 일본 종합상사들은 서플라이 체인의 각 지점에 위치한 기업들을 사들여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체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좀 말이 어려운데,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5대 종합상사의 하나인 이토추 상사(伊藤忠商事)의 식품 및 유통산업을 본다면, 이토추는 식품 원재료의 생산업체, 가공업체, 도소매 유통업체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나나와 파인애플 브랜드인 ‘Dole’은 이토추가 가지고 있습니다. 또 동사는 일본의 식품도매 업계의 탑클래스 규모인 日本アクセス(일본 액세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었고, 지금도 일본여행을 가면 질리도록 마주치게 되는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 역시 이토추가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토추는 식품 메이커에서부터 식품 유통, 최종 유통업체에 이르는 밸류체인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지분투자를 해서 돈놀이를 한다고 봐서는 곤란한 것이, 상사는 본사 직원들을 파견하여 산하에 거느린 기업들의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종합상사에 종합직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은 연수기간과 적응기간을 거친 후 상당수가 산하업체의 직원 및 간부로 파견되어 경영에 개입하게 됩니다. 종합상사의 리플렛에 실리는 ‘선배들과의 대화’ 운운하는 글들을 읽어보면 외국으로 발령이 나서 갔더니 갑자기 현지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더라, 해외 임지에 부임해 보니 혼자서 현지 업체들을 지휘해 댐을 지으라고 하더라는 등의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종합상사들의 사업투자 전략의 단면을 보게 해 줍니다.
이런 식으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업계의 상류에서부터 하류에 이르는 각 지점의 주요 업체들을 사들이고 이들 간 상호 연계를 도모함으로써 산업 전체에서 돈을 빨아들이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원의 수출입이나 기계류의 유통과 같은 전통적인 영업부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아직도 상당히 큰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만 종합상사를 단순한 무역회사와 차별짓게 해 주는 것은 이러한 사업투자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현재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일본 산업계 전체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외국계 기업의 일본 지사 정도를 제외한다면 일본의 문과 대졸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군 중 하나가 바로 이 종합상사입니다.
2. 5대 종합상사 + α
지금까지 종합상사의 총론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여기서부터는 실제 일본에는 어떤 종합상사들이 있는지를 살펴 볼 것입니다. 보통 일본의 5대 종합상사라고 하면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를 치고, 여기에 소지츠와 토요타통상을 넣기도 합니다. (그 아래에는 다소 격차가 있는 카네마츠가 있는데 회사 규모에서 좀 차이가 있고, 다른 종합상사들과 비교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영업분야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1) 미쓰비시상사(三菱商事)
미쓰비시상사는 명실상부한 종합상사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입니다. 일본에서 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상사(쇼지)’라고 하면 으레 미쓰비시상사를 뜻한다고 할 정도로 이 회사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역사상 상사는 미쓰비시 그룹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고, 또 실제로 전후 미쓰비시 그룹에 있어서 미쓰비시 은행과 더불어 중핵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업체의 위상이 과거의 역사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뒤에서 살펴볼 마루베니처럼 예전에는 잘 나가다가 지금은 그만큼의 위상을 갖지 못하는 회사도 있고, 스즈키상회와 같이 금융위기를 초래하면서 굴욕적으로 사라진 업체도 있으니까요.
현재 미쓰비시상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종합상사 비즈니스 모델의 두 축이 트레이딩과 사업투자라고 한다면, 사업분야의 두 축은 자원과 비자원입니다. 과거 상사들은 에너지, 원자재 등의 자원의 수출입 및 거래가 주력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자원이라는 것이 워낙 가격의 등락이 극심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돈을 잃더라도 뒤로 돈을 벌게 해 주는 비자원 분야의 영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앞서서도 말했듯 해외투자와 내수투지의 비중 역시 국내외 경기차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중요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쓰비시 상사는 자원과 비자원, 해외와 내수의 비중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미쓰비시 상사는 매출 기준으로 자원과 비자원을 대략 2:3, 국내와 해외를 45%:55% 정도로 배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 일본 종합상사의 전형이라고 볼 수도 있는 모습입니다.
미쓰비시상사가 사업투자를 통해 가지고 있는 업체 중 가장 유명하고, 또 중요한 회사가 일본 3대 편의점 체인 중 하나인 로손(LAWSON)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잠시 진출했다가 철수한 흑역사가 있긴 하지만, 현지에선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와 함께 3파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에 여행을 가면 흔히 보이는 파란색 간판의 편의점이 바로 로손입니다. 미쓰비시상사는 이 로손을 중심으로 하여 식품도매업체인 일본식품 등 식음료 업계의 국내외 여러 업체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외에도 우리에게 파제로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미쓰비시자동차의 지분(한때 미쓰비시상사 산하에 있다가 지금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산하로 이동)과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 또 일본 KFC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
미쓰비시상사가 전통적으로 종합상사를 대표하는 업체라면 최근 가장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회사가 이토추상사입니다. 미쓰비시상사가 국내외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면, 이토추는 그야말로 국내산업, 그리고 비자원분야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재가격의 약세와 일본 내수경기의 부활을 발판으로 삼아 이토추상사는 미쓰비시상사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고, 결국 올해 미쓰비시를 몰아내고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에 등극합니다. 반면 위에는 업계의 대표주자라고 소개한 미쓰비시상사는 올해 결산에서 원자재분야의 손실 등으로 인해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4위로 내려앉는 굴욕을 맛보았습니다. (단, 원자재 시장이 유동적인 만큼 업계 위상까지 정말로 이렇게 바뀌었는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음.) 자원분야의 비중이 비자원분야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고, 수익의 75%가 내수에서 발생하는 이토추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토추상사의 특징을 가장 보여주는 부분이 편의점 사업인 패밀리마트(ファミリーマート)를 총지휘하는 제8컴퍼니(사업부)입니다. 일본여행을 가면 흔히 보이는 초록색 간판의 편의점들인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2012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CU가 ‘훼미리마트’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기도 했었죠. (사실 전 아직도 CU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다는 느낌이 듭니다.)
종합상사들은 법적으로는 하나의 회사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컴퍼니제, 즉 사업부별로 돌아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사원이 처음 배속받은 사업부에서 거의 회사생활을 마치게 된다고 할 정도로 각 사업부의 독립성이 강한 편입니다. 산하의 로손을 식품도매업체 등과 함께 컨슈머산업그룹(사업부) 소속으로 배속하고 있는 미쓰비시상사와 달리, 이토추는 아예 편의점 부문만 전담하는 제8컴퍼니(사업부)를 신설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토추의 지휘아래 패밀리마트는 나고야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상당한 점포를 갖고 있던 서클-K를 최근 합병하면서 점포수 기준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섭니다.
이외에도 이토추는 위에서도 말했듯 청과업체 Dole, 식품유통업체인 이토추식품과 일본액세스, 햄 생산업체인 프리마햄(야구팀으로 유명한 닛폰햄의 라이벌 격 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의류브랜드 데상트의 40%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 데상트 관련해서는 재밌는 얘기가 있는데, 이토추는 2019년 적대적 공개매수(TOB)를 통해 전격적으로 데상트의 지분 40%를 인수합니다. 당시 이 활극의 뒷편에는 한국에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이토추는 경영난을 겪는 데상트를 지원하며 양사는 깊은 관계가 있었으나, 동시에 인사문제 등을 두고 양사간의 갈등의 골이 깊었습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한국시장 문제였습니다. 데상트는 한국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고 까닭에 기존 데상트의 경영진들은 한국사업을 중시하기를 원했습니다. 반면에 주주였던 이토추는 한국에서의 사업비중을 줄일 것을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여러 양사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이토추는 실탄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주식의 공개매수에 나섰고, 2019년에 데상트의 지분 40%를 인수하게 됩니다.
3) 미쓰이물산(三井物産)
미쓰이물산은 비교적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상사의 모습에 부합하는 회사입니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비자원보다 자원의 비중이 많고, 위의 미쓰비시나 이토추와 달리 편의점 산업 등 유통 메이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미쓰이물산도 미쓰이식품, JA미쓰이리스 등 내수산업 업체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세븐아이홀딩스에도 지분을 갖고 있음.)
조금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조직의 미쓰비시, 단결의 스미토모, 사람의 미쓰이라는 일본 상업계의 격언(?)이 있는데, 이것은 미쓰이 그룹, 그리고 그 그룹의 가장 대표적 회사인 미쓰이물산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팀플레이를 중시하고 튀는 사람보다는 순응형 인재를 선호하는 미쓰비시와는 달리 미쓰이는 전통적으로 우수한 개인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 주는 풍토를 중시했는데, 재미있게도 아직도 일본의 회사평가 사이트 등을 참조하면 종업원들의 개성이 강한 편이라는 평가가 종종 눈에 띕니다. (물론 역시 이것도 부서와 사업부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4) 스미토모상사(住友商事)
흔히 일본의 3대 (구)재벌로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를 꼽습니다. 전전에는 막강한 본사의 힘을 바탕으로 일본 재계에 군림했던 이 구재벌들은 2차대전 패전 후 GHQ에 의해 강제 분리되었고, 전후 계열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다시 결집했지만 과거와 같은 일사불란한 체제로 돌아가지는 않고 이제는 느슨한 연합군과 같은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재벌계 기업집단들 내에서 은행과 더불어 종합상사는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얘기를 단순화해 설명한다면, 본사라는 사령탑이 사라진 전후 일본 기업집단에 있어서 은행이 계열 기업에 돈을 대고, 상사는 거래처를 주선하는 형태로 각 기업들의 돈줄과 영업줄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은행과 상사가 한 팀으로 기업집단의 중핵이 되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소위 고산케(御三家, 가문 단절을 막기 위해 토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들 3명이 분가하도록 하여 유사시에 대를 잇도록 한 데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대개 일본에서는 탑3를 뜻하는 뜻으로 쓰임)라고 불리는 일본 기업집단의 중핵에는 으레 은행 하나와 종합상사 하나는 꼭 들어가는 편입니다. 미쓰비시 계열은 미쓰비시은행과 미쓰비시상사가, 미쓰이계열은 미쓰이은행과 미쓰이물산이 주도하는 식으로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3대 구재벌의 하나인 스미토모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스미토모 상사는 미쓰비시나 미쓰이의 상사업과는 달리 2차대전 후에야 탄생합니다. 스미토모 그룹 자체는 에도시대부터 존재하였던 유서깊은 회사입니다. 포목점 에치고야로 탄생한 미쓰이와 더불어 스미토모는 17세기로 거슬로 올라가는 상인가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미쓰이나 미쓰비시와는 달리 스미토모는 별도의 상사를 갖고 있지 않았고, 같은 간사이 지역 출신의 이토추상사나 마루베니를 상사 창구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스미토모가 상사를 갖게 된 것은 2차대전 이후였는데, 당시 종전으로 인해 군 휴직중인 스미토모 직원들이 일거에 복직하게 되면서 이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것이 스미토모 상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 스미토모의 상사부문은 아무래도 스미토모 그룹 전체의 영업망을 지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상당기간 동안 스미토모 계열의 회사들은 이토추 등 기존 상사들과 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스미토모 상사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스미토모 계열 전체의 대표창구로 자리잡게 됩니다.
역사 얘기가 좀 길었는데, 이런 이단아적인 스미토모상사의 역사 이외에도 스미토모는 굉장히 특이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비자원분야에 주력하는 이토추와 비교해도 월등할 정도로 스미토모의 비자원분야 비중은 높습니다. 이토추가 자원:비자원 비중이 1:3 정도라면, 스미토모는 1:7 정도로 압도적으로 비자원분야의 포션이 큽니다.
그렇다면 스미토모는 대체 무슨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가? 라는 점을 본다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쥬피터 텔레콤이라는 케이블TV의 지분 50%를 이 상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외에도 IT 서비스 분야에서 나름 유명한 SCSK를 가지고 있는 등 스미토모상사는 원자재나 국내 유통 및 식품산업 등에 주력하는 다른 상사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성장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5) 마루베니(丸紅)
5대 종합상사의 수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가 바로 마루베니입니다. 일본정치사를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리크루트, 록히드마틴과 더불어 정치 스캔들 사건으로 기억이 있는 회사일텐데요, 사실 이 회사는 이토추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원래 형제간이 경영하던 두 회사는 분리와 통합을 거듭하다 2차대전 이후 최종적으로 분리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위에서 말한 스미토모상사를 대신해 스미토모 그룹의 영업망을 지원하며 종합상사계의 3M(미쓰비시, 미쓰이, 마루베니)로 군림했지만 지금은 그만큼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스미토모와 같이 마루베니 역시도 메이저 3대 종합상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꾀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에너지나 자원분야에 치중된 다른 종합상사들의 트레이딩 부문과 달리 마루베니는 곡물 및 농산물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을 위해 마루베니는 미국의 곡물회사 가빌론과 농약 및 비료업체 헬레나를 매수하는 등 고유의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민간발전사업 역시 마루베니가 역점을 기울이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업체 내부적으로는 메이저 3사에 비해서는 상사로서의 힘이 떨어지고, 미래가 불안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같은 1군이라고 해도 우승을 노리는 팀과 1군 잔류가 목적인 팀과는 처지에 차이가 있겠죠.
번외) 소지츠(双日), 토요타통상(豊田通商)
5대 종합상사와는 다소 규모가 차이가 있지만, 이외에도 소지츠와 토요타통상을 넣어 7대상사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소지츠의 경우 한자로 풀면 쌍일인데, 이것은 닛쇼이와이(日商岩井)와 니치멘(ニチメン、旧)日綿実業)이 통합한 역사를 보여줍니다. 닛쇼이와이 역시 일본상업과 이와이가 합병한 회사이니 이 상사는 합병에 합병을 거듭한 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눈치를 채시겠지만 아무래도 메이저 3사를 제외한 업체들은 전 산업 분야의 병진을 꾀하기보다는 말은 종합상사라고는 해도 나름대로 특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더 규모가 작은 전문상사들은 아예 다른 분야의 영업을 포기하고 특정분야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소지츠나 토요타통상은 그 중간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지츠의 경우 보잉의 일본 대리점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 여담으로 나이키가 처음 영세한 신발회사일 적에 자금난에 빠진 필 나이트와 나이키를 소지츠의 전신인 닛쇼이와이의 한 직원이 적극적으로 도와 자금지원을 받게 해 주었고, 덕분에 나이키가 자금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미담이 존재하는데, 아직도 나이키 본사에는 닛쇼이와이 기념비가 있다는군요.
토요타통상은 이름에서도 보이듯 자동차 메이커 토요타 산하의 상사입니다. 이 회사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토요타의, 토요타에 의한, 토요타를 위한 상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장 좀 보태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토요타의 영업 및 조달 부문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회사의 모든 역량이 토요타의 백업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업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회사도 위 소지츠와 마찬가지로 토멘이라는 회사를 합병하여 사세를 보강한 전력이 있고, 특기할 만한 점으로는 프랑스의 상사 CFAO를 매수하여 아프리카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 나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일본이 건물주 국가고, 내수산업이 빵빵하다는 총론격의 지식들은 많이 돌아다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본경제가 굴러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은 부족한 것 같아서 부족하나마 몇글자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일본경제 소식은 비교적 잘 유통이 되는 편이라 오늘 제가 적은 내용과 비슷한 혹은 더 전문적인 페이퍼들이 구글링으로 손쉽게 입수가 가능합니다만,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일본 원어 자료를 일부 추가하여 그래도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정보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기업과 경제, 그리고 일본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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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일본의 대기업은 자본굴리기로 투자 경제나 금융 활동을 많이하며 생산수출이 주력인 한국과 이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아직 3자 물류가 빈약한 편인데
일본은 분업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는 말은 들어 본거 같다
이게 왜 퍼온 글도 아니고 루리웹이 원본인 글입니까 센세.......
그러니까 수출이 경제의 주요요인이 아니라
주식투자를 국가에서 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거?
아베노믹스는 그럼 상사 기반의 수출경제로의 회귀를 생각하고 경제전략을 편건가?
일본은 실물수출이 전체 gdp에서 20%도 안됨.
80%가 금융소득임.
루리웹-37658296 2021/10/13 17:58
한국은 아직 3자 물류가 빈약한 편인데
일본은 분업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는 말은 들어 본거 같다
HIYA! 2021/10/13 18:03
아베노믹스는 그럼 상사 기반의 수출경제로의 회귀를 생각하고 경제전략을 편건가?
바람바라기 2021/10/13 18:27
이게 왜 퍼온 글도 아니고 루리웹이 원본인 글입니까 센세.......
더레프트기사단 2021/10/13 18:29
? 출처에 pgr적어놨는데
laaema 2021/10/13 18:28
그러니까 수출이 경제의 주요요인이 아니라
주식투자를 국가에서 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거?
레먼져앙 2021/10/13 18:29
일본은 실물수출이 전체 gdp에서 20%도 안됨.
80%가 금융소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