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제 학교 다녔을때 기억에 남는 일들

중학교때 일본에서 3년 살면서 국제학교 다녔는데 

그때 여러모로 재밌는 일도 많고 우리나라랑 다른 점도 많이 느껴서 썰 함 풀어봄

벌써 20년 다되가는 옛날이지만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봄 

1. 너무 다른 교육 시스템

재밌는 일은 아니지만 일단 전체적인 것부터 풀어 봄

가장 충격 받은 것은 전반적인 학교 교육이 너무 다르단 점 이었음

한국 학교는 학교에서 답을 알려준다면 여기는 답을 찾는 식이었음

예를 들어 사회 시간에 중남미 문명에 대해 배운다 하면 

선생님이 조를 짜주고 너네 조는 아즈텍 역사에 대해 조사해 봐

너네 조는 마야의 예술에 대해 한번 알아봐 한 다음 모여서 발표하는 식

문학 수업에서는 그냥 책 한권 정해서 

매 주마다 분량 정해서 읽고 책 읽고난 소감? 같은거 토론 하는 식이었음

첨엔 적응 안되고 힘들었음

선생님은 하는 일 없이 너무 노는거 같고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 받으면 

그 답을 그걸 선생님이 알려 줘야지 내가 왜?란 생각도 들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데 그땐 이상했음 

2. 학생들의 민주혁명

나 보다 한 학년 위에 학년 선배 이야기인데 그 친구들이 담임을 싫어했음

근데 그 성격이 이상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선생님 자질이 부족한? 그런거였음

그래서 그애들이 부모님한테 말하고 학부모가 학교에 압박해서 담임 갈아 치움

진짜 이거 보고 충격받음

그리고 그 담임이 우리 학년 담임됨...

근데 우린 순응했고 그냥 우리들끼리 우리 호구된거 아님? 하고 넘어감

민주 사회에서 목소리가 중요하단걸 깨닳은 사건 

3. 졸업 직전에 퇴학 당한 선배

이건 나 한국 오고 친구들한테 전해들은 썰

고등학교 졸업 앞둔 선배가 있었는데

나랑 같은 학년이었던 친구 둘하고 놀다 같이 술마심

근데 그걸 페북에 올려서 걸리고 선배는 졸업 직전 한 1주일 앞두고 퇴학당함...

같이 마신 친구들은 정학당하고...

이건 1번이랑 반대로 그래도 교칙은 엄격하다? 란걸 느끼게된 사건이었음 

4. 도시락 돌려 먹기

학교 급식이 있긴한데 사립학교라 급식비가 비싸기도 했고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 특정상 특정 이유(종교)등으로 

못 먹는 음식이 있는 사람도 많아 도시락 싸오는 친구가 많았음

외국인은 음식 안 나눠 먹는 다는 편견 있는데 

우린 그런거 없고 그냥 다 한입충이 었음

맛있는거나 특이한거 가져온 애 있음 거지떼처럼 달라붙어서 

다들 쵸다이! 쵸다이! 함ㅋㅋ (애들끼리 말할때는 일본어 영어 섞어씀)

그래서 점심시간에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음

가장 인기 많았던게 인도 음식이었음

인도친구가 커리랑 자파티라고 난 비슷한거 싸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반애들이 다 달라붙어서 한입씩 먹으니까 

정작 그애가 먹을게 없어지는 십시일반의 정반대 상황이 벌어짐

그 이후로 그 친구 어머니가 아예 친구들 나눠줄 양까지 생각하셔서 싸주심... 

5. 무슬림에게 돼지고기 힌두교에게 소고기 먹임

악의는 아니고 실수로 그런적 있음...

우선 무슬림인데 하루는 학교 급식으로 고기 완자 튀김? 같은게 나옴

근데 이집트 친구가 옆에 오더니 이거 맛있음? 한입만 줘봐 시전함

난 이거 뭘로 만든지 모른다 경고 했는데도 괜찮다 해서 한조각 나눠줬더니 맛있게 먹음

그때 옆에서 밥먹던 중국 친구가 야 그거 돼지고기야 이거 우리집에서도 해먹어서 암 이러는 거임

그거 듣고 이집트친구가 살짝 당황하다가 

그래도 모르고 먹은 거니 괜찮아 쿨하게 말하고 자리를 뜸

또 하루는 인도애 미국애랑 코스트코 놀러 갔다 푸드코트에서 음식 시켜 먹음

거기서 자랑스런 K푸드 불고기 베이크를 발견하고 시켜봄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친구가 이거 사실 칠면조 고기라 뻥을침

난 불고기면 소고기 일텐데 생각하면서 그냥 넘김

근데 미국애가 자리 뜬 사이 인도애가 그거 칠면조라며? 한입 줘봐 하는거야

그래서 이거 줘도 되나 하면서도 먹게해줌

인도애가 먹고는 칠면조가 이런 맛있구나 맛있네 하면서 먹더라

그걸 미국애가 뒤늦게 보고 기겁하면서 그거 소고기야! 함

인도애 많이 속상해하면서 죄지은 듯이 있더라

나보고 쇠고기인거 알았냐고 해서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하고 넘김...

좀 미안했는데 뭐라 사과해야할지 몰랐음... 

6. 비아그라가 뭐야?

이건 기억에 남는 애프소드

컴퓨터실에서 조사하는 수업이었는데 

나랑 여자애랑 조가 되어서 같이 조사하고 있었음

근데 인터넷 광고였나 뭐 관련 글이었나? 거기서 비아그라라는 단어가 나옴

그땐 내가 진짜 순진해가지고 이게 뭔지 몰라서 

옆에 여자애한테 야 비아그라가 뭐야? 하고 물어봄

엄청 큰소리는 아니었는데 같이 컴퓨터실 쓰는 애들은 다 들을 정도였음 ㅋㅋ

여자애가 당황하더니 쉿! 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줌

있잖아 남자들이 나이들면 안서니까 그거 서게 해주는 약이야 라고

그때 난 나이 먹으면 발기부전이 생긴다는 것도 첨 알게됨 ㅋㅋㅋ

7. 기억에 남는 선생님

사회 선생님이 있었는데 거구에 금발 벽안의 남자였음

딱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아리아인 이미지로 히틀러가 좋아하게 생김

뭔가 엄청 프리하고 약간 이상한 점에서 단순? 마초?적이었음 ㅋㅋ

막 남자애들보고 계집애처럼 왜 필통 들고 다니냐고 

그냥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라고도 하고

피자, 햄버거 포크 나이프 써서 먹는거 극혐함 ㅋㅋ

그러면서도 뭔가 선생님 치고도 똑똑하고 깨어있는 사람이었음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학생편에서 교장선생님한테도 당당하게 따지고 그런 멋있는 사람이었음

하루는 내가 도서관에서 심심해서 역사책을 펼쳤는데 

뭔가 영어책인데도 일본의 역사왜곡이 짙은 책이었음

대표적으로 임나본부설에 따라 가야가 일본 식민지로 나오고 

조선도 조선이라 표기안하고 이씨 왕조라 표기되어있었음

그래서 그 책 들고 그 선생님한테 따지니까 선생님이 두말 안하고 화이트로 책 수정해줌

 

8. 기억에 남는 과목

개인적으로 기술 과목이 기억에 남음

뭔가 별걸 다 배웠음

1학기에 데님 재질로 앞치마를 만든적이 있음

직접 제단하고 제봉틀로 제봉해가면서 원단에서 앞치마를 만들어냄

근데 재밌는건 2학기에 본인이 만든 앞치마 입고 목공 배움 ㅋㅋㅋ

또 기술 선생님이 우리에게 베이킹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학교 예산 문제인지 오븐을 안 사줌

그랬더니 기술 선생님 답게 가스 버너를 마개조해서 오븐을 직접 만들어냄;;

그걸로 우리는 스콘 굽고 잘했음

그리고 기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자리 비운 사이 한번 지진이 난적이 있음

큰 지진은 아니고 그냥 책상 흔들릴 정도? 였음

일본에는 지진 많이 일어나서 모두들 익숙해져서 수다 떨다 지진 감지한 후 잠시 조용해졌다

어? 지진이네 하고 다시 웃고 떠들고 함

그때 딱 선생님이 들어옴

선생님이 너네들 뭐하냐고 

책상에 부엌칼이랑 그런거 다 올라가있는데 위험하다고 엄청 혼났던 기억이 있음

 

9. 번외

이건 직접 목격한건 아니고 성인이 되서 일본 놀러가서 친구 몇명 만났을때

서로 주변 애들 근황 물어보다 알게된 사건

중국인 친구 있었는데 집이 엄청 잘살고 

뭔진 모르겠는데 일본에 계속 눌러사는 애가 있었음

근데 대학생때 그 애가 여자친구랑 엄청 깽판 치고 안좋게 헤어졌나봄

그 여자친구가 그 친구한테 앙심을 품고 

일본 경찰에 이 친구가 사마패 단원이라고 허위신고함

일본 경찰은 신고를 받고 그 친구 집에 조사를 갔는데

다행히 중국조폭이란 누명은 벗었지만 불행히도 그 친구가 숨겨둔 대마가 발견됨

그래서 그 친구는 구치소에 갇히고 나중에 어떻게 해서 풀려났다고 들음

그래도 다행인게 중국인인거 생각하면 중국에서 걸렸다면 친구 한명 잃을 뻔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