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전역증 안받고 전역한 병장 썰 푼다

때는 내가 자대배치 받고나서

 

2주 대기 노란 견장을 떼고 얼마 안된

 

이등병 때였는데

 

말년 병장 중에서 사람 웃기길 좋아하고

 

개인 정비 시간에 종종 HQ에서 방송으로

 

라디오 디제잉을 하던

 

유쾌하고 장난끼 많은 병장이 있었음

 

근데 이 병장이 말년 휴가 갔다와서

 

자기가 쓰던 물건들을 막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뿌리면서

 

집 갈 준비를하며

 

전역일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나는 모르지만 예전에 뭔 사고를 쳐서

 

전역일이 일주일 늦어져서

 

동기들이랑 같이 전역 못하고

 

혼자서 쓸쓸히 전역했었음 아무튼

 

드디어 대망의 전역 날 전역모를 쓰고

 

아침 일찍 집에 가려고하는데

 

HQ에서 행정병이 프린터가 말썽이라고

 

전역증 좀만 기달려달라고 함

 

전역으로 들뜬 말년 병장이

 

조식도 안먹고 1분 1초라도 빨리

 

사회인이 되고 싶어 안달난 병장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언제 되냐고 재촉하다

 

급기야 프린터를 자신이 고쳐보겠다며

 

손에 잉크를 뭍혀가며 프린터와 씨름 함

 

그러다가 11시 즈음 되니

 

이러다가 점심 나가서 먹을거 같다고

 

전역증 필요 없다고 그냥 내보내달라고

 

토네가와에게 목숨 구걸하는 카이지처럼

 

중대장한테 거의 울상으로 애절하고도

 

간곡하게 비는데 제3자로 보는

 

내 입장에선 좀 재밌기도하고

 

한편으론 좀 안타깝기도하더라

 

그래서 결국 전역 신고하고

 

점심 거의 다 되서 전역증 안받고

 

혼자 쓸쓸히 전역한 병장은

 

초소 앞까지 두 필 벌려 만세를 외치면서

 

뛰어갔고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전역증은 그날 오후에

 

우편으로 집주소로 보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