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로 보는 뻘짓의 역사
이 영화 안에서, 색채는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나타남.
붉은 피, 녹색 기사, 파란 허리띠... 그리고 주인공 가웨인이 걸친 노란 망토.
가웨인은 영화 시작의 창관에서부터, 녹색 예배당에서 끝나는 엔딩까지 대부분의 시간에 노란 망토를 두르고 있지.
그렇다면 이 망토는 뭘 의미하나?
시각적 관점에서, 인물이 걸친 색은 그 인물을 규정하는 잣대가 됨.
다르게 말하면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가웨인이 시작부터 끝까지,
세례식에서부터 무덤까지 가져가는 것은 하나지.
그의 묘비에 새길 이름.
그런데 가웨인이 노란 망토를 두르지 않은 장면들이 있음.
산적에게 습격당했을 때, 저택에서 뻗었을 때도 있지만
내가 주목한건 두 씬.
첫째는 크리스마스 만찬에 왕의 조카로 참여했을 때.
두 번째는 환영에서 왕위에 오르고, 결국 목이 잘려 죽었을 때.
크리스마스 만찬에서는?
가웨인 개인의 이야깃거리는 없으니, 이제 가웨인은 왕의 조카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웨인은 왕관도 망토도 두르지 못함.
환상에서, 가웨인에게 노란 망토가 없음,
즉 가웨인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지고, 대신 왕을 상징하는 황금색 왕관이 씌워지지.
창부를 사랑한 애어른인 가웨인이라는 개인이 아닌,
창부를 내치고 공주와 결혼하는 왕으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게 됨.
그리고 그 황금색 왕관에는 녹청이 점점 쌓이고 부패하여
노란색은 점점 녹색으로 변색되게 됨.
결국 개인으로서도, 왕으로서도 실패한 주인공은 목이 잘리게 되는거지.
그런 분석론에 의하면,
이 영화의 엔딩은 가웨인이 '왕이 아닌 자. 찌질이이자 녹색 기사의 목을 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하였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행동으로 '기사 가웨인의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위대하지 않은 자신을 포옹함으로서 진정 위대해진다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함.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봤어야 했는데
아 이거 봤어야됐는데
설마 이 정도로(?) 틀어주는 곳이 없을 줄은
일엽지추 나두선생 2021/10/06 20:43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봤어야 했는데
짚으로만든개 2021/10/06 20:43
아 이거 봤어야됐는데
설마 이 정도로(?) 틀어주는 곳이 없을 줄은
Jotnyang2 2021/10/06 20:53
최근 나온 영화인가 재밌어보이는데
V_solves_everything 2021/10/06 20:54
내용도 좋지만 시각/연출면에서 대단한 영화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