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새와 상생하는 방법

인간이 어느샌가 지구의 주인이 되어 모든걸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물의 영역이 좁아지고 개체수가 늘어나 영역 싸움에서
밀리거나 먹이가 부족할 경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영역에 침범을 합니다.
사실 어찌보면 인간이 아니라면 애초에 침범이라 할 수도 없겠지요.
멧돼지, 고라니, 산비둘기, 직박구리, 까마귀 등등
농부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산과 입접해 피해가 심한 곳은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사과농사를 짓고 있지만 멧돼지 들어와서 땅 다 헤집고 나무 작살내는
경우는 아직 당해보진 않았지만 새 피해가 있었습니다.
정말 귀신같이 사과가 익어 갈 때 새들이 제일 먼저 시식을 합니다.
새들도 머리가 좋아 통제 수단이 없다면 집중적으로 열매를 가해하기
시작할 경우 매년 되풀이 됩니다.
직박구리 같은 경우 많이도 안먹습니다 ㅎㅎ
제일 좋은 사과 딱 한 입 쪼아 먹고는 다른 사과 파 먹습니다.
그렇게 한마리가 몇상자 작살내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ㅠ
8월에 접어들어 사과 몇개를 쪼았길래 미리 예방을 하고자 작은 릴낚시대와
재봉실을 가지고 개별 지주에 실을 쳤습니다.

입구 쪽에 집중적으로 실을 칩니다.

이렇게 실 좀 쳤다고 새가 안올까 싶지만...

새들이 시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시선에 방해가 되어
피해를 덜 입는다는 분도 계시고

새들이 비행하며 일으키는 바람에 깃털 하나라도
걸리게 되면 위험을 느끼고 안들어온다!! 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ㅎㅎ

어찌 됐든 저도 새들한테 피해 안받고 새들도 죽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보려고 노력을 해 봅니다.

상당부에 지그재그로 쳐 놓은 실이 보이시나요??
고공비행하다 낙하하는 새들은 이렇게 실을 쳐 놓으면 방어가 가능한데
저공비행해서 쳐들어 오는 녀석들은 답이 없습니다 ㅠ

재봉실타래와 낚시대

2,500평 과수원에 실 다 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리는데
목과 어깨 팔이 너무 아픕니다.
쉽게 하려면 새 그물망을 치거나 독극물로 잡는 방법도 있는데
일단은 서로 상생하는 방법으로 시작해서 효과가 있다면 더 이상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또 고생스럽게 실을 쳐 놓은 효과가 있어 살생을 하진 않았습니다.
과수원에서 살생 대상은 '살모사' 정도 밖에 없습니다.

포도에 샤인머스켓이 있다면 사과에는 시나노골드란 품종이 있습니다.
일명 황금사과인데 젊은층이 아주 좋아합니다.
새콤달콤시원함이 ㅎㄷㄷ

아마 내년쯤이면 과수원에 황금물결이 더 진해질꺼라 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