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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 괜찮은걸까. 괜찮을거야. 그렇겠지?

오늘 시켜먹은 돈까스가 맛있었다.
스타크래프트 흑운장 유튜브를 보며
박수치고 웃었다. 너무 재미있었으니까.
혼잣말이 구체적으로 늘었다.
가끔 청소나 뭐 그런걸 하다가도 연기하는
사람처럼 성대모사나 드라마대사같은걸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우울해지면 눕는다.
같이 산다는건 어떤걸까?
나와 대충 맞는 사람을 만나 살 수 있을까?
그러면 그런 사람과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지?
맞지 않지만 그저 그런 대충만나 평생을 함께
지낸다는건 어떤 의미가 될까?
동물은 어떨까.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과 함께 살고싶었다.
그런데 나는 외로운데 어떻게 같이살아.
내가 외로운걸 해소하려고? 내가 일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 없이 지내야 하는 동물은 무슨죄야.
나는 세상 어디에도 그럭저럭 어떤 의미나 명사겠지만
내가 키워야 할 동물은 그 애의 세상은 나 하나 뿐일텐데.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그건 너무 이기적이야.
방 한가운데 우두커니 컴퓨터 켜고 앉아
이제는 찬바람이 제법 부는 창문 열어놓고 밤이 되면
느려진 세상을 몸으로 느끼며 눈으로는 언제든
왁자지껄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누구를 만난들 뭘 한들 나는 외롭다.
나는 이유없이 산다. 하물며 저 가로등도 누군가에게
빛을 내주는데 나는 내줄것이 없거니와 내주기도 싫다.
다 내꺼야. 내거니까 이건 가져가지 마세요.
이것마저 가져가면 확 죽어버릴거에요.
목적없는 울화통 분통은 어느새 내 가장 약한면을
드러내는 약점이 되고야 만다. 기어코.
술은 참 나쁘다.
그렇게 안먹자고 했는데 또 먹어버렸다.
술은 나쁘지 않다. 나쁜건 술을 마신 나다.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미워하고싶지는 않다.
어쨌든 내가 가장 외로울 때 곁을 지켜준건 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보내야 한다.
사랑이란 무조건 응석을 받아주는걸 이야기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술은 매번 응석을 받아주었지만
날 일으켜 세울 말은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을 감아야겠다.
그리고 자야겠다. 부디 내일아침도
"안녕하세요. 일어납시다." 때늦은 성실함이
데려온 내일 아침에 대한 예의를 차리고 온전히
주어진 또 하루에 감사하며 살기위해.
그러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어쩌면 다시 시작되지
않았으면 하는 다음날을 부디 바라기위해.
삶이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중인 것만 같다.
댓글
  • 말랑한옴팡이 2021/09/30 01:50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이고 사는게 힘들어서 차라리 죽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가 믿는 신에게 지금 그냥 나를 데려가면 안되냐고 울면서 기도 아닌 기도했었죠
    제 경험상 그 시기에는 어떤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다 저를 위해 해주는 말인걸 아는데 듣기 싫었고 그렇게 못하는 저를 직면시키는 것 같아서 오히려 저를 더 괴롭게 했죠
    저는 그저 괜찮아 할 수 있어 힘내 그런 말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 시기를 어찌어찌 지내고나서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들이 이제 막 두돌이 지났고 내년엔 둘째가 태어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네요.
    지금도 여전히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작성자님께서 어떤 삶을 살아오셨고, 지금은 또 어떻게 살고 계시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어려움을 제가 다 알 수 없기에 감히 제가 조언해드릴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힘내세요. 당신은 정말 소중하고 귀한 존재에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은 많이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그런 시기가 지나고나면 분명히 작성자님께도 행복하고 빛나는 날이 펼쳐질 거에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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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신구* 2021/09/30 02:08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늘 당신을 응원합니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당신, 참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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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퀑 2021/09/30 04:51

    인생 근본의 문제
    해결하지 못하면 반복됨
    님은 고민이라도 하는군여
    보통은 아무생각 없거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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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샷건걸 2021/09/30 05:05

    괜찮을거에요.  괜찮아요.
    또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면
    그래도 살아낸만큼의 희망이
    티없이 내속에 쌓여서 아주 흐릿하게나마 빛나고 있을거에요.
    괜찮아요.  열심히 잘 하고 있어요.
    오늘 한개만.
    한개만 더 쌓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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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료후 2021/09/30 08:00

    또 하루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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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룡이 2021/09/30 08:42

    30대가 되면서부터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나이는 먹고, 인연을 만들 의지는 박약해지고 혼자만의 생활이 편한건지 아니면 그냥 여유가 없는건지 지레 겁을 먹게 되버린건지 알 수 없네요.
    표면적으로는 분명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는데,
    사실 나는 내 삶을 방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런 삶도 있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 것마저도 자기합리화일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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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있는햇살 2021/09/30 09:05

    ㅎㅎㅎㅎ글 잘쓰시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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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지의기운 2021/09/30 10:07

    괜찮아요. 자신에 대해서 조금만 더 너그러워 지시고 잘하고 있다 말해주세요. 본인에 대해서는 항상 너그러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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