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글 동북공정 관련 글의 오류를 알아보자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동북공정을 옹호하는 글이 아니라는 걸 미리 말해두겠음.

동북공정 옹호하나 싶어서 들어와본 불순분자들은 조용히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람.

그럼 이 글의 무엇이 문제인가? 그건 바로 비교군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중국 24사는 모두 기전체 정사다. 한 왕조가 멸망하고 난 이후에 다음 왕조가 그 왕조의 기록을 모아서 중요한 일만을 간추려서 정리하는 형식이지.

조선왕조실록 같은 경우는 간추리기 이전의, 매일매일 일어난 일들을 시시콜콜하게 기록한 사료들이다.

물론 이것도 왕이 바뀌면서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본질은 한자 그대로 "사실"을 일일이 다 기록한 경우.

중요한 일만 가려내서 정리하는 정사류와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이야기.

그럼 같은 성격의 중국 사료와 조선 사료를 비교해 볼까?

고려사: 약 336만자

송사: 약 398만자

원사: 약 161만자

명사: 약 280만자

한국의 정사에 해당하는 고려사는 고려의 지속기간이 오래된 걸 고려하면 중국 정사들과 비교했을 때 딱히 많은 편은 아니다.

송은 북송 남송 다 합쳐도 고려보다 지속기간이 짧기는 한데 송사는 중국정사 중에도 가장 긴 경우니까 마찬가지로 정상을 참작하자.

그럼 실록의 경우는 어떨까?

조선왕조실록: 약 5천만자

명실록: 약 1600만자

청실록: 약 2400만자

조선의 지속기간이 긴 걸 고려해도 기록량이 많은 건 사실이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지.

하지만 같은 시기 중국이 명청교체기라는 왕조 교체를 겪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단순한 사건 외에도 문물 제도나 통계에 대한 자료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월등한 차이라고는 보기 어렵겠지.

결론짓자면,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록유산이다.

하지만 기록유산의 가치는 글자 수만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며, 그 편찬 목적을 감안한다면 길이가 월등하게 긴 것도 아니다.

자부심을 가지는 것과 과도한 국뽕을 빠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 이 둘을 잘 구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