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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그냥저냥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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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음.

 

 

 

 

 

시작하기에 앞서, 난 [오징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고, 그에 따라 우호적인 시선으로 작성하고 있음을 미리 밝혀둠. 그렇기 때문에 냉정한 분석보다는, 가능하면 작품의 의도를 추정해서 그에 맞춰서 생각해봤음.

 

 

 

 

 

1. 오일남은 어떤 상태인가.

 

끝까지 다 본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이 극의 모든 원인이자, 사실상 제 2의 주인공인 1번 노인, 오일남은 어떤 상태일까.

 

일단 마지막 화에 나온 대로 뇌종양과 그에 따른 시한부 상황은 사실로 보인다. 그리고 뇌종양의 부작용 중 하나인 기억의 혼란이나 통증, 어지러움 등도 사실로 보이는 게, '줄다리기' 전에 실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부터 보여주는 어설픈 모습이나 참가자들 끼리 싸우는 장면에서의 모습 같은 것은 연기일 가능성이 있지만 바지에 실금을 하는 건 수치심을 감안하면 연기보다는 실제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정도까지 할 이유도 없고. 뇌종양 같은 뇌 관련 질환은 실제로도 정신적 퇴행이나 신체조절에 이상이 생긴다고 하니까.

 

그렇게 보면 오일남이 이 끔찍한 경기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도 이해가 되는 데, 진짜 죽기 전에 직접 놀아보고 싶어서 참여한 셈이다. 정말 죽어도 억울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 물론 신체능력이 바닥일테니 참여하자마자 죽는 건 원하지 않았을 테고, 적어도 어느 시점까지는 보호장치가 있었을 거 같다. 일단 첫 번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경우 오일남만 예외로 정해놓고 스캔하는 방법이 있고, '설탕뽑기'의 경우도 병사들이 몸에 건 카메라로 판정을 했으니 봐줄 수가 있다. 제일 심각한 건 '줄다리기' 인데, 이건 진짜로 목숨을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서 그냥 중간에 줄을 먼저 잘라서 살리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일남의 클라이막스는 '구슬치기'였고, 실제로 자기가 살던 곳을 구현한 곳에서 자기 아들을 떠올리는 '성기훈'과 같이 게임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성기훈에게 호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오일남에게 관심을 보여준 사람은 성기훈 단 한 사람 밖에 없다. 그래서 1차 투표로 부결도 시켜줬고(오일남의 최종표가 결정 짓는다), 탈출한 뒤에도 굳이 그 동네로 찾아가 출전을 권유한다. 오일남은 성기훈과 '같이 놀고' 싶어한 게 맞다.

 

참고로 오일남을 1번으로 한 건 이런 저런 상황에서 컨트롤이 쉽기 때문일 거다. 중간투표를 역순으로 한다던지 해서. 그리고 당연하지만 성기훈이 456번인 끝 번호인 건 두 사람의 대칭적인 존재이기 때문이고.

 

 

 

 

 

2. 성기훈은 어떤 인물인가.

 

많은 사람들이 '성기훈'이 '인간 쓰레기인데 착한 사람인 척 한다'고 지적하는데, 사실 이건 시대적인 시점이 반영되어야 한다. 성기훈 본인은 원래 한 직장에서 16년을 근속한 사람이고, 그 때까지의 삶도 딱히 엇나간 게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본인의 의사가 아닌 해고(누가 봐도 쌍용자동차 이야기다)를 당했고, 결국 복직되지 못하고 자영업을 시작하지만 실패한다. 1화에서 성기훈이 어머니 돈을 훔쳐서 도박하는 인간으로 나오는데, 이 사람이 처음부터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정재'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것도 이 부분인데, 어머니에게 딸에게 선물하겠다고 돈을 뜯어내면서도 어머니에게 고생스러운 노점상을 그만 두라고 한다. 자신의 상황과는 별개로 어머니가 고생하는 게 싫다는 뜻이지.

이 모습이 요즘 세대에는 가식적으로 보이겠지만, 이 사람들, 그러니까 설정상 1974년생인 성기훈이나, 이 시나리오를 쓴 황동혁 감독(1971년생), 그리고 연기한 이정재(1972년생)에게는 익숙한, 동네 마다 한 둘씩 있던 집안의 골칫거리 자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어떤 상황이나 능력의 한계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서 놀지만 이 사람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의외로 80~90년대에는 명문대를 나오고도 이런 사람이 많았는데, 주로 민주화운동으로 제적 당하거나, 졸업 후 일자리를 못 얻는 사람들이었다. 요컨데 상황이 안 좋을 뿐, 사람은 나쁘지 않은 그런 사람들이지.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뒤에도 마찬가지인데, 가능하면 착하게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거나 자기 앞 길이 급할 때는 나쁜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동네 후배인 '조상우'의 말대로 '능력도 없으면서 오지랖만 넓은' 인간인데, 개인화가 이루어지고, 각자의 영역이 소중한 요즘과는 달리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동네마다 있어서 이런저런 일에 앞장 서고,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 때 기준으로는 나쁜 사람이 아닌 거지.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의 배경이 80년대의 평범한 마을로 설정된 게 그걸 뒷받침 한다. 오일남이나 성기훈 모두 과거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고, 그 세계에 맞춰진 사람들인 셈이다.

 

 

 

 

 

3. 대장은 왜 오징어 게임의 관리자가 된 걸까?

 

이건 어디까지나 시즌 2를 위한 내용이니 현재로서는 추측일 수 밖에 없다.

일단 설정 상 대장은 2015년 오징어 게임 우승자이다. 당연히 456억을 벌었을 테니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잘 살 수가 있다. 심지어 이 사람 경찰대학 출신이고 경찰청에서 일하던 엘리트 경찰이었다. 동생인 황준호 형사도 모르던 채무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승 직후에는 이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오일남의 사상에 동조하거나, 적어도 그럴 이유가 있은 걸로 보인다. 오일남의 최후에 눈을 감겨주는 것을 보면 유언을 집행할 정도의 신뢰도 얻은 것으로 보이고. 어쩌면 오일남의 유산, 또는 오징어 게임에 대한 권리도 이어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게, 이 사람이 실종된 건 최근이다. 동생 황준호 형사가 찾아나선 게 최근이니까. 그 얘기는 우승해서 돈을 번 뒤에도 경찰로 일하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오징어 게임의 관리자를 맡았다는 뜻이 된다. 어떤 계기가 있었거나, 지난 5년(오징어 게임의 배경은 2020년이다. 마지막 화는 1년이 지났으니 2021년이겠고) 사이에 이런 전향을 할 동기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종 직전까지 고시원에 있었다고 한다. 경찰청에서 일하는 경찰대학 출신 엘리트가 고시원에서 살았다고? 거기다 고시원비도 밀리면서? 그렇다면 이 사람도 456억을 펑펑 쓰지는 않았을 거 같다. 물론 돈 날리는 거야 한 큐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4. 황준호 형사는 꼭 필요한 캐릭터였을까.

 

꺼무위키에 보니 황준호 형사에 대해 '나오지 않아도 개연성에 문제가 없다'라는 표현이 있던데, 난 공감하지 않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개연성에 대해 의견을 내는데, 이건 관점의 차이라고 본다. 물론 개연성이 갖춰지면 그에 따른 효과도 있겠지만, 이건 게임에 관점을 두느냐, 이야기에 관점을 두느냐의 차이다. 만약 황준호 형사의 서사가 빠진다면 오징어 게임에는 진짜 '게임'만 남는다. 적어도 '왜 이런 짓을 하는가'에 대해 '돈'과 '재미'만 남게 되는 셈이지. 그리고 본 사람은 다 알 수 있는 '왜 황인호(대장)는 오징어 게임의 관리자가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덜해진다. 심지어 이 사람은 형 황인호(대장)으로부터 신장 이식까지 받은 상태다. 그렇다면 두 형제의 우애가 보통 이상이라는 뜻도 되니 더욱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아저씨들만 주구장창 나오는데 젊은 배우도 좀 나와야 밸런스가 맞지.

 

 

 

 

 

이번 시즌이 대박이 났으니 시즌 2는 당연히 나올테고, 제작진도 충분히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쩌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시즌 2를 볼 수 있을 거 같다. 끝.

 

 

 

 

 

 

댓글
  • 이융크 2021/09/23 02:27

    시즌2가 확실히 나온다면 이해가감
    근데 후속작이 없다면 별로였다는거

  • 이융크 2021/09/23 02:23

    황준호가 빛을발하려면 마지막스토리에 서로 엮이는게 있었으면 더 좋았을거같음
    포스트맨 정체가 시즌1에서 의미가 있었으면 모를까

  • RussianFootball 2021/09/23 02:18

    ㅇㅇ 황준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자칫 부실해보일 수 있는 설정의 뼈대에 살을 붙여주는 중요한 역할임.

  • asubuhi 2021/09/23 02:23

    동네 흔한 미용실이었으니 그걸 반영한 듯. 아주머니들 파격적인 색의 머리 많이들 하시잖아.

  • RussianFootball 2021/09/23 02:25

    다만 캐릭터 자체가 설정 사이에서 희생당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듯 한데, 이건 시즌 2에서 좀 해결나겠지. 이미 판 다 깔렸으니.


  • RussianFootball
    2021/09/23 02:18

    ㅇㅇ 황준호라는 캐릭터 자체가 자칫 부실해보일 수 있는 설정의 뼈대에 살을 붙여주는 중요한 역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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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ubuhi
    2021/09/23 02:22

    맞음. 게임만 주구장창 나왔으면 게임에 너무 집중되어서 오히려 부실해졌을 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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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ussianFootball
    2021/09/23 02:25

    다만 캐릭터 자체가 설정 사이에서 희생당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듯 한데, 이건 시즌 2에서 좀 해결나겠지. 이미 판 다 깔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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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ubuhi
    2021/09/23 02:26

    이런 상황에 자주 써먹는 '어깨에 총을 맞고 물에 빠짐'이니 무조건 시즌 2에서 나오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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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라리
    2021/09/23 02:19

    근데 마지막 빨간머리는 대체 뭐야 숲퉅훈 팬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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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ubuhi
    2021/09/23 02:23

    동네 흔한 미용실이었으니 그걸 반영한 듯. 아주머니들 파격적인 색의 머리 많이들 하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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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창.
    2021/09/23 02:20

    성기훈 보면서 극혐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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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ubuhi
    2021/09/23 02:24

    아저씨 세대에서는 마냥 싫어할 수는 없는 배경의 캐릭터임. 당장 16년 일한 회사에서 잘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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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ussianFootball
    2021/09/23 02:24

    나는 오히려 성기훈 같은 캐릭터라서 우승한 것에 대해 더 개연성이 생긴 느낌이었음.
    오징어 게임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게임이 굉장히 단순한데 반해 게임 중간중간 탈락 변수가 많은 만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적당한 세속성이 있는 사람이 살아남기가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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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융크
    2021/09/23 02:23

    황준호가 빛을발하려면 마지막스토리에 서로 엮이는게 있었으면 더 좋았을거같음
    포스트맨 정체가 시즌1에서 의미가 있었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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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ubuhi
    2021/09/23 02:24

    어차피 시즌 2의 주요 악역이 될테니 시즌 1에서 비중이 커지면 오히려 오일남의 영역을 잡아먹게 됨.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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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융크
    2021/09/23 02:27

    시즌2가 확실히 나온다면 이해가감
    근데 후속작이 없다면 별로였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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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재개그 못참는부장님
    2021/09/23 02:33

    포스트맨 정체는 T-1000임
    그래서 갑자기 이병헌 모습으로 나온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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