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분위기는 밝으면서도 침통했으되 혼란 속에서도 침묵만이 흘렀다.
몇몇 엘프들은 집안에 숨겨 두었던 장궁을 꺼내어 근처의 나무 위로 올랐으나
적외선 사이트를 낀 인간 저격수들의 눈을 피할순 없었고 마취총을 맞은 채 구속되었다.
오늘의 만행에 '사형식' 내지 '말살정책'이 아니라 '기념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고목처럼 변함없던 노엘프들의 주름진 얼굴도 옹이진 분노로 붉게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숲의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목은 굉음과 함께 거대한 줄기를 벌려 속살을 드러내었고
그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해맑게 웃음지으며 사진찍는 인간 나뭇꾼들을 바라보는 엘프들의 얼굴에는 침통함이 가득했다.
더는 그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기 힘듬일까, 몇몇 엘프들은 흐느끼며 무너져 내렸고 숲의 공기는 더욱 어두워졌다.
엘프들의 흐느낌과 탄식이 가득한 숲에 울리는 인간들의 웃음은 이질적이었다.
한 손은 딸의 손을 붙든채 한 손으로 손수건을 들어 눈물을 찍어내는 아세리아에게 딸의 질문은 끔찍한 것이었다.
"엄마, 어째서 사람들은 웃고, 엘프들은 우는거에요?"
"세계수가 쓰러졌기 때문이란다."
"세계수는 그냥 큰 나무잖아요?"
"너, 그게 무슨...!"
"나 며칠 전에 학교에서 배웠어요. 엘븐하임 선언! '세계수는 그냥 큰 나무다'. 맞죠?"
"앗.. 아아..."
거목의 잔해를 조각내는 기계의 굉음이 마치 인간들의 웃음마냥 숲을 울리는 가운데,
아세리아는 그저 딸의 손을 붙잡은 손에 힘을 꽉 줄 뿐이었다.
마치 붙잡은 손을 놓으면 영영 딸을 놓치기라도 할 것 처럼.
소설 출처: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3902287?view_best=1
드디어 엘프를 민간신앙에서 구출 시켰군요! !
고마워요 미군맨!!!
제로 투 2021/09/19 11:36
세계수는 그냥 큰 나무가 맞지
우리의 영토인 땅도 그냥 흙과 돌 뿐이고
우리 가족들이 살던 집도 그냥 흙과 돌을 뭉친 것 뿐이고
어제 나의 남편이자 너의 아버지를 죽인 미군의 총알도 납을 뭉친 것 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