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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기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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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같은거, 절대로 사먹지 마라!
그 시븐거, 몸에 좋은것도 아닌데,
그 비싼거를 돈주고 사먹냐?
아끼라! 일년이머? 돈이 얼마고?
아끼라! 아끼고 또 아끼야 되는기라.
나이들머 다 너거한테 피가되고 살이된다.”
햇살을 한가득 피부속에 담았나보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주름자리는 더 진하게 패여있다. 까만 정장에 꼬깃한 빨간색 넥타이를 한, 장로님 한분이 스무살 초반의 교회 청년회 아이들 몇명을 불러내 국밥을 사주며 인생의 조언을 하고있다.
“헌금하고 할때, 돈이 아깝제?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머 안된다!
숨길 필요도 없다!
예수님이 니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모릴거같나?
다 알고있다. 완전범죄는 없는기라!
사람은 속일수 있어도 예수님 눈은 못속인다.
헌금하고 십일조도 하고, 그라머 다 너들한테 돌아온다! 그 이상으로 벌수 있도록 성령이 인도하신다!
알것나?”
“예, 장로님, 명심하겠습니다!”
감동받은 눈망울로, 자수성가한 김장로의 인생조언을 듣고있다.
인생에도, 신앙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조언인듯 하다.
김장로는 지방에서 개인업자로 건축일을 하고있다. 미장과 조적일을 하다보니, 자그마한 집수리, 설비, 전기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은 없지만, 말로써 90%쯤 먹어주는 사람이다. 게다가 규모가 크지않은 교회에서 상위권 수준의 십일조를 하는 김장로에게, 목사는 최고의 영업사원이다.
설교중에도 하느님 이름으로 광고해주니, 완벽한 독점이다. 일이 좀 서툴러 잘못되거나 망쳐도, 같은교회 신자라 입단속도 잘된다.
지독한 불교신자인 부모아래, 집안에 기독교는 김장로가 처음이다.
이유불문, 김장로는 교회의 보물이다.
젊은 아이들에게 인생을 가르치는, 이시간이 김장로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말한다.
자신의 가르침으로 인해 바른 인생을 살게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 행복은 두배가 되는게다.
주차해둔 차에 앉아서 넥타이를 벗어 조수석에 던져놓고 시동을 건다.
거울속에서 교회가 작게 보일쯤, 담배하나를 물지.
“시발! 조까튼! 요새는 공사도 안나오네?
내가 십일조 할라고 시발, 얼마나 뺑이치는데,
개새끼들이, 공사를 좀 조야될거 아이가, 시팔!”
이른시간 이지만, 같은일 하는 동생을 불러 술판이 벌어진다.
아마도 김장로는 교회를 나올때 하느님과 예수를 두고 오나보다.
김장로가 교회 인맥으로 건설사 직원을 이용해 협력업체로 들어온 현장이다.
얼마전부터 여러 협력업체 직원들이 항의가 들어온다.
“지난주에도 또 없어졌어예.
시발꺼, 쓸라고 가공해둔 철근을 싹 털어갔네요.
철근도 철근이지만, 인금비가 몇공수 들어간지 압니까? 진짜 미치겠네요.”
-지금껏, 시공하려고 가공해둔 철근을 훔쳐가는건, 내 인생에 김장로가 처음이다-
“우리도 공구가 또 없어졌네요.
코아드릴하고, 절단공구, 하다못해 쇳조각까지 없어졌네요.”
옆에있던 설비팀도 울화통이 터진다.
“아무래도 저기 조적팀 같은데, 증거가 없으니 말도 못하겠네요.”
결국, 현장내 좀도둑 잡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CCTV를 현장내 자재가 있는곳에 집중 설치하고, 카메라가 표나지 않도록 한다.
한번, 두번을 넘기고 세번째….
경비실로 무전이 울린다.
“경비반장님, 게이트 닫으세요!
지금 나오는 일톤차 못나가게 막으세요!
게이트 빨리 닫으세요!”
김장로, 게이트를 안열어 준다며 경비 어르신 멱살잡이를 하고있다.
직원들이 모이고 곧이어 피해본 업체들이 모인다.
“아따 시발! 함만 바주소.
시발꺼, 내이름이 머 중요한것도 아니고,
예수님 이름으로 맹세하는데, 이기 처음입니더.”
두번째 동영상을 켜준다.
“아~ 맞다! 인자 기억난다. 그때 함 했었네?
두번입니더!” 울음같은 웃음이다.
세번째 동영상을 켜준다.
조용하다.
“너들 말이다.
남한테 피해를 주고 살머 안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도둑질하머 안되고,
강도짓도 안된다.
도둑놈이 힘들다카머, 차라리 내 물기 없어도 다 내준다! 내느 그래 살아왔다!”
아이들이 존경의 눈으로 김장로를 보고있다.
강산이 하나반 변할 어린 신입들 모아놓고 훈계하는 동료를 보니
생각나서 끄적이는….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또한 어린 녀석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즐겨 했었다.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짝이없는 쓰잘데없는 일 이다.
나또한 같았거든.
어떠한 좋은소리도, 명언도, 한귀로 스치고 지나가는 잔소리에 불과했다.
일기를 다시보기 하던중 발견한 뒤로는 그런일은 멀리하려 노력한다.
삶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다보면 맞추어지고, 더 지나보면 또 그순간에 맞게 변해간다. 있으면 있는만큼, 없으면 없는만큼, 내가 벗어나지 않으면, 삶도 나를 버리지 않는다.
“하고싶은거 다 해봐라.
먹고싶은건 다 먹어보고, 가고픈곳은 반드시 가봐라.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꼭 해보고 넘어가라.
수조원 자산가도 자살하며 생을 마치는 사람이 있다.
또는 생존할 능력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
정의롭게 살고, 행복을 보고 걸어가라.”
댓글
  • FeelGoodphoto 2021/09/05 16:34

    소설인가요? 직접 쓰셨다면 소질이 있어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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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1/09/05 16:46

    일기랍니다
    그냥 생각날때 끄적이는….
    내용에 이름이나 성을 좀 바꿔서 사용하니
    소설같은 일기랍니다
    시원한 휴일밤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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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랑자의사진 2021/09/05 16:3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되도록 가능한 한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편입니다. 와이프에게도 아들에게도 그리 하라고 합니다.
    가능한 한이랑 전제가 여러가지 경우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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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1/09/05 16:47

    네, 저두 그렇게 살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사람이다 보니 게을러지기도 하지만
    또한 열심히 행동하지요
    기분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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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내림 2021/09/05 17:09

    뽈살 발라먹고 싶내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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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쥬나 2021/09/05 17:11

    곧 책 내실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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