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으로 위기에 처한 아프간 황금보물.news

 

 

고대부터 동서 문명의 교역로 가운데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은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여러 왕국이 번영을 누렸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이 남긴 유산인

헬레니즘 문화가 꽃피웠던 나라 중 하나였던

박트리아 왕국은 '박트리아의 황금보물(Bactrian Gold)'이라는

세계적인 황금유물 컬렉션을 후세에 남겼다.

 

 

 

 

 

 

1978년,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디아니가 이끄는 조사단이

아프가니스탄의 틸리야 테페(Tillya Tepe),

현지어로 '황금의 언덕'이라 불리는 곳의 무덤 6기를 발굴하자

2만 개가 넘는 황금유물이 출토되었다.

 

 

서기 1세기 경의 유물 컬렉션으로

무게 6~7kg 정도인 21,145개의 황금유물로 구성된

'틸리야 테페 보물', 또는 '박트리아의 황금보물'은

 

아프간의 찬란한 고대 역사를 상징하는 유물이자

투탕카멘의 황금유물 컬렉션에 비견될

세계적인 고고학적 대발견이었다.

 

 

특히 박트리아의 황금보물 중

여성 귀족 무덤에서 출토된 금관은

그 형태의 유사성으로 인해

신라 금관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발굴 시기가 1978년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련이 아프간에서 물러나면서

1980년대 내전으로 치닫게 되고

 

수도 카불에 있는 카불국립박물관이 포격당해

소장된 유물이 약탈당하는 참사가 벌어지자

박트리아의 황금보물도 이때 약탈되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2003년,

자취를 감췄던 박트리아의 황금보물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내전이 격화되어 황금보물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었던 모하마드 나지불라가

대통령궁 지하의 중앙은행 비밀금고에 이 유물들을 넣고 봉인한 후

열쇠를 나눠가진 '열쇠지기' 7명이 각지로 흩어졌다.

 

나중에 카불에 입성한 탈레반이

나지불라를 거세해 조리돌림한 후 교수형에 처할 때도

나지불라는 황금유물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열쇠지기 7명도 탈레반이 쫓겨날 때까지 비밀을 엄수했기에

 

탈레반이 이슬람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고대 유적과 유물을 파괴할 때도

박트리아의 황금유물은 존재가 잊혀져 무사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세상에 다시 빛을 보게 된 박트리아의 황금유물은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전세계를 돌며 순회전시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

13년 동안 13개국 29개 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며

450만 달러의 수입을 아프간에 안겼다.

 

 

 

 

박트리아의 황금유물은 우리나라에도 온 적이 있는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과 경주의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한 바 있다.

 

 

 

이렇게 세계를 떠돌던 박트리아의 황금유물은

오랜 해외 전시를 마치고

2020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탈레반의 세력이 점점 커지면서 위기가 고조되자

2021년 초 아프간 의회에서는 황금보물의 안전을 위해

다시금 해외로 내보낼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고

(https://tolonews.com/arts-culture-169577)

 

그러는 사이에 황금유물들은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현지 전시회를 갖고

아프간 사람들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아프간 정부군의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되어

2021년 8월 탈레반이 카불까지 장악, 아프간 민주정부가 와해되자

박트리아의 황금보물도 다시 위험해졌다.

 

 

아프간 의회에서도 위험을 인지한 상태였으니

아프간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괴처럼 해외에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있었지만...

 

 

한겨레 신문이 국내외 문화재학계를 취재한 결과

중국 돈황연구원과 협력사업을 진행했던

모하메드 파힘 라히미 카불국립박물관장이

 

'탈레반의 카불 점령 직후

황금보물을 박물관내 비밀금고에 넣어

일부 직원들과 상주하면서 지키고 있지만

음식과 식수 공급의 차질로

오래 지키기 어렵다'는 소식을 SNS로 전했다고

 

중국 돈황연구원과 아프간 현지 상황을 주고받는

중국학 연구자 전홍철 우석대 교수가 밝혀

박트리아의 황금보물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아프간의 찬란한 고대 역사를 증명하며

탈레반의 위험을 피했던 박트리아의 황금보물이

또다시 탈레반의 위험에 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