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 왕실의 신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 우용곡입니다.
본 만화에대한 질문을 보내주셨기에 고증 자문을 맡아주신 전인혁 연구원님이 직접 답변해주셨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메일을 보내신 분을 모욕하지 말아주세요.)
《만화에 대한 질문》
현재 학계에서 유학이 종교냐 라는 이야기에서 공자와 맹자가 내세운 유학에 종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나라가 종교로서 유학을 채택하진 않았지 않습니까?
공자와 맹자가 인의를 바탕으로 사람이 살아감으로서 필요한 철학과, 국가를 이끌기 위해서 필요한 왕도정치 학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논어에서 공자는 귀신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공맹자와 묵자의 대화에서도 공맹자는 귀신이 없다했고, 묵자 역시 제사의 낭비성을 지적한 것이지 사후니 영혼에 대한 점을 걸고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제사란 죽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기존의 예와 질서를 지키기 위한 산 사람들의 행위이며 맹자 역시 정치 철학으로 내세우며, 의를 강조했는데 유학이 전파되면서, 지방마다 존재하던 기존의 토속신앙이나 도교문화 융합된 것을 공자를 그려놓고 유학에서 신을 긍정하는 듯이 나온 것은 오류가 있지 않나요?
2화에 나오는 천신이니 하는 것들은 도교의 내용이고, 유교의 주신으로 상제가 나오는 것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유교를 종교로서 바라본다 했을 때, 유학자인 공맹이 해당 종교의 주신이나 천신,인귀 등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질문에 대한 답변》
안녕하세요. 만화의 고증 및 검수를 맡고 있는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연구원 전인혁 입니다
《조선왕실의 신화》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의문나는 점을 질문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진한 시기 정치적 통일은 사상의 통일이 함께 수반되면서 한나라가 유가를 채택한 부분은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때의 선진유가로부터 이어져온 유가는 하나의 학파였습니다만, 통일 왕조인 한대의 유가는 공자를 고도한 존엄함을 갖춘 교주로서 존숭하던 종교집단으로서의 성격으로 이미 발전했습니다. 이에 한대의 유가들은 "성덕과 지혜가 있지만 지위를 갖지 못한" 공자를 '소왕(素王)'의 신분으로 신격화하였는데, 특히 동중서는 공자가 《춘추》를 지어 소왕의 도를 밝히었다고 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동중서로부터 《춘추》를 사사받은 사마천이 공자를 《사기》〈세가〉에 기술한 것도 여기서 기인합니다. 여기서 이때의 유학은 이미 일정한 '종교성'을 띈 한 학파의 사상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아울러 제사라는 행위의 성격은 말씀하신 바와 같이 '기존의 예'를 존속시킴에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더 나아가 근본적인 기인은 ‘종교적 실천’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종교적 실천은 유교가 상고시대의 이상향으로 그리는 주 왕조에서 천(天)을 지고의 신으로 섬기며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것과 연관을 지닙니다.
《상서》 속의 세계와 이전의 문헌 모두 분명하게 '천'을 최고 신앙으로 간주하였으며, 한대의 유가들은 이러한 관념을 기저에 깔고 황제의 혈통을 천, 즉 상제(上帝)의 혈통으로 거슬러 올라가 천자가 반드시 상제의 아들이라는 관념을 완성시키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습니다. 천을 기점으로 하는 유교의 종교성은 소왕이었던 공자를 비롯하여 후대 유자들의 ‘종사(從祀)’를 통해 ‘선현(先賢)’이라는 지위를 새로이 부여하여 유교의 새로운 신기(神祇)로서 제전을 배푸는데 이르렀습니다.
또 천상의 별과 지상의 산, 강, 호수, 바다는 물론이고 각종 자연현상인 바람, 비, 천둥, 번개 역시 유교의 신기로서 '응당' 모셔져야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듯 천의 아들인 천자는 그 종교적 지위를 획득한 후 ‘권능’을 현실에 보여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월과 지상의 오악(五岳), 등에 봉호(封號)를 정해주어 천자가 이러한 신기보다 우월한 권능을 지니고 있음을 가시화하고 아울러 이들을 제사지내면서 국가의 평안을 비는 '산 사람을 위한 종교적 행위’를 표방하던 것으로 설명을 갈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천신이 도교의 영향으로 나타났다고 오인하고 계셔 설명을 부가하겠습니다. 은(殷)에서는 주(周)의 '천'이 등장하기 이전 이미 ‘제(帝)’라는 최고 신격을 신앙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는 중원인들의 조상신으로서 기억되었는데, 훗날 상(上)을 앞에 더한 것은 당초에 천상에 위치한 '제'를 언급한 것이 아니라 상고(上古)의 시간 개념을 부가한 것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이 후대 종교관념의 변천에 따라 천상에 이르는 것으로 간주되었고, 한대에 무제(武帝)가 상제를 유교의 최고신격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러 유자들에 의해 오제(五帝)라는 개념까지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맹이 귀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한 것이 사실이지만, 귀신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었고, 괴력난신 부분은 허황한 것을 좇기보다는 현실의 문제에 더 충실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선진유가의 성격은 이른바 기독교적으로 말한다면 ‘정통 신학’에 가까웠습니다만, 한대 이후 이것은 사실상 ‘신유교’로서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의문이 남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다시금 메일 등으로 연락해주실 시 친절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아울러 본 답변글의 레퍼런스가 궁금하실 것으로 사료되어 참고문헌 역시 상술해 보내드리오니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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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교육연수실 편, 《제사와 제례문화》, 한국국학진흥원, 2005
《답변과 함께 올리는 글》
안녕하세요. 『조선 왕실의 신화』를 그리고 있는 만화가 우용곡입니다.
제가 많고 많은 신화 중에서 '굳이' 조선 왕실의 신화를 그리고자 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터부시하며 잊고 살아왔던 유교의 신들을 재조명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연재 이전부터 독자분들의 질문을 예상해 두고 유교 전공, 사학 전공자분들과 미리 대비를 해두었습니다. 아무래도 유교의 대중적인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점도 있고, 변질된 전통이 유교라는 이름으로 와전되어 생긴 고정관념으로 인하여 많은 질문들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만화는 어디까지나 '신화'를 다루는 만화입니다. 유교라는 특성상 일부 철학적인 요소가 설명을 위해 들어갈지언정, 철학적인 이야기보단 신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고증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교의 天과 帝, 理와 氣, 陰陽, 鬼와 神, 魂과 魄 등의 개념을 줄줄이 짚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이런 이야기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루즈해지는 감이 없지 않고, 만화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고증 감수를 해주시는 연구원 분과 상의한 끝에 일부 생락하기로 했습니다.
본 만화는 어디까지나 조선의 국가제례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신화' 만화이지 철학 만화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추신)
댓글이 워낙 많이 달리다 보니 확인하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나 오탈자나 고증에 대한 지적들은 가급적 메일로 보내주시길 바라며, 연구원 선생님과 논의하여 반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댓글 상에 근거나 원문 사료를 확인할 수 없는 뇌피셜들이 자주 범람하고 있습니다. 댓글마다 일일히 답글을 달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지적을 해주실 때는 사료와 출처 논문을 밝혀주시길 바라며,저와 연구원 선생님이 확인 후에 검증 과정을 거친 뒤, 추후 Q&A로 모아서 풀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apbadaharhi 2021/07/29 23:26
항상 수고하십니다
Tanova 2021/07/29 23:26
아닛!
루리웹-6052457468 2021/07/29 23:29
진짜가 나타났다
진리는 라면 2021/07/29 23:34
뭐라 이루말할길이 없이 대단하십니다
카시오가피 2021/07/29 23:57
아니 이게 무슨
우마군신 2021/07/29 23:58
단양 우가에도 이런 대단한 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