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ZFC를 보니 수동 카메라 때부터 니콘을 써 온 유저로서 모양 잘 뽑은 것 인정합니다. 보유하신 분들은 불쾌하실 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앞에서만 레트로였던 DF와 비교가 많이 되네요. 이런 건 니콘 같이 헤리티지가 있는 회사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 사이에 미러리스로 바뀐데다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카메라의 두께가 정말 얇아졌네요. 다만 크롭으로만 이 정도가 가능했다고 생각하면 후지가 사용자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크롭을 고집했던 이유가 맞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기왕에 헤리티지 버프를 받는거 이 외관으로 니콘 최대의 자산인 과거와의 연결을 더 잘 이용하려면 기존의 수동 렌즈들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풀프로 나왔어야 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그만큼 디자인상 크기가 커질 압박이 있을거고 가격 상승의 압박도 있겠지만 결국 그걸 잘 해 내는게 가장 큰 혁신이고 기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꼭 획기적인 신기능을 개발하는 것만이 혁신은 아니죠. 문과생의 무책임한 발언 같지만 과거 올림푸스가 PEN을 처음 개발하면서 -비록 판형은 하프판 포맷을 사용했지만- 화질은 가능한 타협하지 않고 렌즈는 아주 좋은 것을 사용한 대신 다른 데서 철저히 절감하고 작고 쓰기 쉽게 만들어서 그동안 카메라를 거의 사지 않던 여자 유저들에게까지 처음으로 여자들에게도 쉽게 쓰고 어울리는 카메라라는 이미지로 대박을 쳤던 전례가 있습니다. 생산물량이 오랫동안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였죠. 게시판을 보니 ZFC에 그와같은 기대를 하시는 분들도 많아보이네요.
물론 수동 렌즈를 그대로 지원하는게 사실 몇년 전 대비 그닥 큰 장점은 아니게 됐습니다. 일단 귀하고 구하기 어려워서 비쌉니다. 게다가 미러리스 시대로 오니 구형 렌즈들의 표현력 차이가 훨씬 눈에 잘 띄더라구요... 일부러 화질이 흐릿하고 쓰기 불편한 렌즈를 쓰기보다 폰카도 아주 깨끗하게 잘나오는 시대고 필터만 한번 먹이면 그것이 지금의 빈티지 룩 요구를 만족시키기 충분합니다. 그래서 크롭이냐 풀프냐는 사실 그닥 중요하진 않아 보이긴 합니다.
다만 지금 니콘의 Z용 렌즈들 중에 이 카메라와 어울리는 렌즈도 새로 나온 것 외에는 그다지 없는 것 같구요... 85.4 같은 필수 오브 필수 렌즈들도 여태 못 만들고 있는 니콘이 과연 이 어울리는 스페셜 라인을 계속 만들어 줄지… 그리고 수동 렌즈가 어울려서 다른 회사 것들 자유롭게 쓰게 해서 현재 렌즈가 매우 부족한 Z 마운트의 단점도 극복하고 올드렌즈다운 빈티지한 사진이나 동영상 결과물을 잘 만들게 해주려면 요즘 기준으로는 IBIS가 필수인데 그것이 빠져 있고, Z50기반이라는데 해당 카메라는 센서 클리닝 기능도 빠져 있거든요.
확실히 DF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완성도 높은 외관의 아름다운 카메라가 나왔다는 점, 건조한 Z시리즈 외관 덕에 한동안 잊고 있던 니콘의 헤리티지가 자극하는 감성이 어떤 정도였는지 새롭게 리콜시켜준 것은 매우 환영하지만 이 카메라는 결국 기본적으로 속은 -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앞서의 이유들로 인기가 그닥이었던 - z50일 뿐입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개선된 부분도 있겠지만요.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아직 알기 어려운데 개인적으로 이 카메라가 단지 보급형 바디의 스킨 체인지 수준이 아니며 개성을 내실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관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이어주는 레트로한 픽쳐 컨트롤 등이 소량이라도 꼭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양은 빈티지한데 사진 느낌은 그닥 차이가 없는 현대식이고, 정교한 후보정을 못 하는 이들에게는 결국 폰이나 컴퓨터에서 필터 먹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글쎄요. 특히 영상은 더 그렇죠. 그리고 올림푸스와 비교하면 정말 없느니만 못한 수준의 니콘의 스냅브리지 기능도 크게 개선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게 되는거죠.
비슷한 가격에 경쟁 제품들은 일명 유튜브 세대를 위한 브이로거용 카메라들입니다. 폰카가 일반인 시장을 다 십어먹고 있지만 유튜브 활동 하는 사람들에게는 차별화된 결과물에 돈을 더 낼 명분이 큽니다. ZFC도 스위블 액정을 넣은 걸로 봐서 영상 촬영에도 많이 집중한 것 같은데요, 최근의 타 기종 중 하나인 후지 X-S10은 비록 외관은 레트로는 아니지만 IBIS와 함께 필름 시뮬레이션이 있어서 결과물 측면에서 딱히 보정 없이도 안정적이고 빈티지한 결과물을 내기 쉽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올림푸스의 PEN-F도 빈티지 기념모델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기존의 다른 시리즈와 전혀 다른 컬러/모노크롬 프로파일이라는 기능을 넣어서 결과물에서도 기존 투박한 카메라들과 뭔가 다르게, 옛날 필름 카메라 쓰듯이 후보정에 크게 신경 안 쓰고도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해 놓았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이나 번거롭고 다른 장비가 필요한 후보정 없이도 나름의 개성적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야 요즘의 진짜 요구사항에 부응 가능해지는 겁니다. 예쁜 카메라는 아주 좋은 액세서리 역할도 하지만 사실 꼭 카메라가 아니면 같은 돈에 더 시선을 끄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살 수도 있습니다. 외관의 약빨은 실력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결국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 될 뿐인 거죠.
새로운 상품은 단지 가격 경쟁력이나 외관의 특출남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베이스가 되어야 롱런할 수 있고 비로소 단점도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수 있습니다. 베이스가 Z50이라서 스펙 따지는 이들에게는 단점이 많아 보일수도 있지만 이 카메라에서만 가능한 결과물, 레트로한 외관에 부응해 따라오는 사용자 경험이 실 사용에서도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ZFC의 첫 인상은 정말 좋지만 실 사용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편리하고 결과물에서도 제품의 독특한 매력으로 쭉 이어질 수 있게 해 주는 연결점은 아직까지는 크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네요.
https://cohabe.com/sisa/2047302
니콘 ZFC 발표를 보면서 좋은 점,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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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풀프만…
크롭도 장점 충분히 많고
카메라회사들 돈은 크롭으로 더 번다지 않습니까….
글을 일단 중간까지만 읽었음류
회사가 뭘로 돈을 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뭘로 하던 사진은 잘나옵니다. 개인적으로는 니콘이 기왕에 이렇게까지 만들어 냈으면 좀더 사용자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준비한 선물 보따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니오
맞는말씀도 많지만,
회사가 무엇으로 돈을 버느냐는 되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더구나 니콘은.. 지금 위기상황이고,
보다 많은 유저를 “되찾아와야” 하는 상태짆아요,,?
그런 의미에서 크롭을 선택한 것은 중요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크롭이라는 말 처음 듣고 떠올린 생각이
“니콘 이시키들 고민 많이 했네” 였거든요.
아재들 레트로 디자인에 환호하는것도 좋지만
실제로 비기너들과 여자분들한테 먹히는 디자인이고….. 이 두 그룹을 대상으로 놓고 본다면
크롭을 폼팩터로 가져감으로 해서
더 작은 사이즈와 가격을 어필할 수 있잖아요;
저도 그런 입장을 잘 아는데요, 쓰는 사람 대부분은 사실 그닥 신경 안 쓸 것 같아요.
저도 풀프 이야기를 했지만 꼭 중요하진 않다고도 썼습니다. 왜냐면 사실 니콘이 Z 레트로에서 지금 풀프를 한다고 해서 그다지 이득이 없습니다. 비싸고 크고 무거워지고... 정작 풀프레임에서도 렌즈가 별로 없죠.
작고 빈티지한 수동 렌즈들은 제 글 내용처럼 이제 너무 귀하고 비싸서 사기도 힘들고, 절대 대중적일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그런 상황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획이 마음에 듭니다. 결국 판매량이 모든 걸 말해 주겠죠. :)
저도 외모를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