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를 모두 팔고, 사진을 끊고 지낸지 어언 5,6년 만에, 회사일로 스튜디오를 만들고 제품 상업사진을 찍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타이트한 예산에 맞춰서 적당한 품질의 이미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금 카메라에 관심을 갖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는데 세상이 바뀌어 있더군요. 제가 장비를 모두 판 시점이 미러리스가 이렇게 성장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제가 정리한 카메라와 렌즈가 D7000, 28-70,16-35 그 밖에 단렌즈들 이었습니다. 막 D600이라는 플래그십을 제외한 첫 풀 프레임이 나왔던 시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다시 찾아간 남대문은 이미 대세가 소니 미러리스 더군요... 이러 이러한 게 좋다... 저러한 게 좋다... 그래서 저도 이왕 쓰는 거 좋은 거 써야지 하는 맘으로 며칠간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만져보면, 인터넷도 뒤지고 하면서 소니, 캐논 제품들을 저울질해 봤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니콘을 만지작거리면서 이것저것을 저울질하곤 있더군요.. " 어쩌다 니콘이 이렇게 됐지?" AF 면 니콘이 칼핀이었고, 남자라면 니콘이던 시절에 살다가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딴 시대로 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결국 니콘 D750, D810, D7100까지 신동급을 영입하고, 최대한 예산안에서 적당한 렌즈들을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난 왜 니콘을 못 벗어날까? 사실 전 일본 제품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역사적인 관계를 떠나서 혁신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고 있는 일본이란 나라에 약간 불쌍한 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도 다시금 이렇게 니콘장비를 만지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약간 궁금하더라구요. 도데체 왜 이렇게 니콘빠돌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결론은 생각보다 유치하더군요... 전 91년 대학 입학하면서 사진동아리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캐논 수동 카메라(FT-b)에 50.4단렌즈 하나로 사진 찍고, 현상, 인화하고... 뭐 그렇게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학생 시절이다 보니 헝그리 해서 뭐 하나 넉넉하지 못했지요. 액타크롬한통 찍자면 정말 한장 한장, 정성에 정성을 들이던 시절 이었습니다. 당시 동아리에서도 캐논 EOS5는 선망에 대상이었습니다. 렌즈야 서로 돌려도 써가면서 쓰지만 보디는 절대 안 빌려줬던 시절입니다..^^ ( 농담으로 마누라는 빌려줘도 보디는 절대 안 빌려준다는 ....) 뭐 그래도 사진 찍는 행위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고,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선배 하나가 취업하고 나서(SBS PD…) 모임에 왔는데…떡하니 모토드라이브가 달린 니콘F4를 갖고 왔었습니다.
그때 상당한 충격을 먹었었습니다. 신기한게.. EOS5를 보고서도 그렇게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는데, F4는 정말 말도 못하게 갖고 싶더군요… 그게 무슨 기능이 어떻고, 연사가 어떻고 이런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수동으로 초점 하나 하나 잡아가며, 노출계로 노출측정하며 한장 한장 찍던 시절인데… AF니 모토드라이브니..저 한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지요.. 단지..로보트태권브이, 마징가, 그렌다이져 갖고 놀던 아이들이 건당MK2 본 느낌이랄까요… ^^
지금도 남대문 근처를 걸어가다 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놈은 F4뿐인 것 같습니다. 이게 참 논리적이지 않습니다만, 솔직한 제가 지금까지 니콘을 사용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 후 저도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이런 시절을 지나며 자연히 dslr로 넘어왔고, D40, D200, D300, D7000, D90, D7100, D5100, D810…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Z6로 자연스레 넘어왔습니다. 저도 그 동안 같이 일하던 동료나 친구들 중에서 캐논이나 소니 사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저 만큼이나 빠돌이들도 있구요… 하지만 가끔 술 마시고 토론해 보면, 결론은 카메라가 사진 만들어주진 않는다는 팩트로 종결되더군요. 아무리 빠르고 정밀한 af도 관심있게 피사체를 관찰하는 사람의 눈만큼 빠르지도 않고, 그 자체로 심적으로 감동을 줄 순 없다는 거죠…아무리 카메라 자체의 편의성이 불편한들..수동으로 한장 한장 조여가며, 노출 측정하며 사진 찍던 시절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순 없죠… 제가 필카 시절가장 원했던 기능은 이미 오래전에 완성됐습니다. 찍고선 바로 노트북 같은걸로 확인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던 바램이지요…
전 그래서 니콘에 바라는 뭔가는 없습니다. 아니 별로 기대를 안합니다. 일본기업은 그 동안 너무 고압적이었지요… 기업문화 자체가 그렇게 혁신적이지 못한 애들입니다. 만약 니콘, 캐논, 소니가 한국기업이었으면 제조공정 개혁과 마케팅을 통한 시장확대로 가격은 지금의 절반대 이상으로 떨어졌을 거고 활용도나 편의성 측면에서도 비교도 못할 정도로 발전 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뭐 시장성이 없으니 우리나라 기업이었으면 진즉에 사라졌을 거라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요…
하여간 전 니콘이란 기업이 망해도 여전히 니콘을 카메라를 만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중고값 많이 떨어질 거고… 오히려 여러 제품 접근할 기회는 많아질 것 같습니다..ㅎㅎㅎ
결국 제가 니콘을 쓰는 이유는 그놈의 빨간띄 때문이네요…. ㅎㅎㅎ
https://cohabe.com/sisa/2040610
내가 니콘을 쓰고 있는 이유는 뭘 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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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넘게 사진생활을 해오고 써본 기종이라고는 펜탁스 잠시와 니콘이 전부입니다. 어쩌다보니 니콘을 계속 쓰고 있지만 전 사실 카메라 메이커에 대한 선호도는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소니 기종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는 기계일뿐 ㅎ
그냥 땡기면 쓰는거죠…ㅎㅎ 니콘이면 어떻고 소니면 어떤가요.. 내가 사진을 찍는다는게 중요한거지요..^^
니콘 f4에 반하셨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미놀타 수동 필카에서 f4사고 너무 좋아서 잘 때도 안고 자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청계천에서 감아 파는 싸구려 흑백필름 감고 달리는 새마을호에 5연사 호로록 갈기고 황홀해하던 그 시절…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못 찍을 사진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에 비해 오늘 제가 쓴 글은 ‘ftz에 2470vr 낑구면 너무 못 생겨서 2470s 사고 싶다’ 요런 투정글이라니… 갑자기 부끄러워 젔으요… ㅠㅠ
못생긴게 사실인데요..뭐..저도 70-200s 갖고 싶어요..ㅠㅠ
꿈의바디 eos5사서 쓰다 니콘 f100에 홀딱 반해서 그 이후로 니콘쓰고있네요 ㅋㅋ
꿈에 바디지요..EOS..ㅎㅎ 당시에 알바해서 그거 산 친구가 있었는데..솔직히 부러웠지요.. ^^ 그래도 사진은 그 친구나 나나 결과는 별반 차이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