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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단부터 완치까지

안녕하세요 좋은 주말입니다

 

몇 주 전에 우울증 진단받은 이야기를 썼는데요

 

저와 같이 우울증을 앓고 계신 환우님들, 혹은 그 주변인들께는 위로가 되고자 합니다

 

병원을 갈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께도 진입장벽을 낮춰드리고 싶고요

 

단순히 호기심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어떤 기분인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도 답변이 조금이나마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우울증은 우울감이 주된 증상이기는 하나, 동반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합니다

 

공황발작(발작이 잦게 일어나면 장애라고 알고 있어요), 불면증, 무기력증, 강박증, 식이장애, 대인기피 등과 같이 나타나요

 

여기서 저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심했고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 또한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대인기피증도 있어서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망설여졌고요

 

흔히 무기력증을 '그냥 귀찮은데 핑계대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최대한 제가 느낀 감정을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청소나 빨래, 설거지, 샤워, 식사처럼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이 버겁게 느껴집니다

 

뭐랄까 동네 뒷산도 가지 않았던 나에게 누가 에베레스트 가라고 등떠미는 느낌이예요

 

마음에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머리에선 해야지, 해야지 생각하는데 결국은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말아요

 

절대 귀찮음이 아니예요 귀찮음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가 저를 붙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게 매우 심해서 연차를 다 쓰고 난 다음에야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 처음 갔던 당시 저는 일반인의 4배 이상 우울감이 극에 달해 있었고

 

우울증 환자 집단의 평균 점수보다도 높았습니다

 

 

 

 

참고, 참다가 이러다 내가 정말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원에 갔어요

 

운전하다가도 가드레일 너머의 절벽을 보면 문득 '여기를 세게 박으면 떨어져서 죽게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불면증도 매우 심해서 2주간 잠을 거의 못잤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흐려져서 자주 쓰던 비밀번호도 잠깐 기억이 안난다거나 했죠

 

 

 

 

아무튼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저 또한 초반에는 정신과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의사선생님께 꼭 약을 먹어야하냐고 물어보니

 

약과 상담을 동반해야 시너지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동반했을때 100%의 효과가 있다면, 단순 상담으로는 1~20%의 효과밖에 보지 못한다고요

 

그리고 약과 함께 상담을 병행한 치료를 한 지 벌써 3달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파트타임이지만 그래도 타인과 함께 일하고, 스스로 날씨가 좋으면 등산을 갈 만큼 치유가 많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환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약은 걸을 수 없는 사람에게 목발이 되어 줄 뿐, 스스로 걷는건 본인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저 또한 치료중에 자살 생각도 많이 했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니 정말 좋아지더군요..ㅎㅎ

 

아래에는 여러분이 궁금하실 것 같은 질문들이나, 제가 의사선생님께 여쭤봐서 들었던 답변들을 적어볼게요

 

 

 

 

1. 가격은 어느정도 인가요?

 

저는 초진에 검사 2가지+상담+약 처방으로 4만원대 납부했고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씩 상담+약인데 상담 시간에 따라 7천원~9천원대로 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시)

 

 

 

 

2. 우울증은 유전이 되나요?

 

우울증 자체는 유전이 되지 않지만

 

아무래도 우울증에 잘 걸리는 기질은 있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남에게 피해주는거 싫어하고 그냥 내가 참고 손해보는 스타일이여요.. 룰 같은거 지키는거 좋아하고요..)

 

 

 

 

3.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처음에는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10분, 20분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천천히 산책했어요

 

그리고 작은 화이트보드를 사서 요일마다 아주 작은 일들을 썼습니다

 

월 - 쓰레기 분리수거

화 - 설거지

수 - 빨래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지키려고 노력했고 생활패턴도 맞추려고 했어요

 

초반에는 절대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것만 했어요

 

 

 

 

4. 치료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의사선생님께 여쭤보니 보통 1년 이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아직은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나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직장을 다시 갖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아무래도 급작스런 일들이 없진 않을테니까요)

 

그리고 혹시나 재발한다면 처음보다는 치료 기간이 짧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완치는 아니지만..

 

완치하고 싶은 마음에 제목을 저렇게 했는데 낚이셨다면 죄송합니다ㅠ.ㅠ

 

우울증은 내가 나를 컨트롤 할 수 없는 병이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모든 병이 그렇듯 초기에 잡아야 빨리 잡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 힘드시다면 정신과에 방문하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정신과도 막 이상한 사람 있고 그러지 않아요!

 

가서 대기하다보면 옆에 있는 분들도 다들 평범한 분들이십니다

 

제 글이 단 한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감사합니다

댓글
  • 그루터기97 2021/06/19 15:07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rQJD37)

  • 솔로궁디Lv10 2021/06/19 16:47

    전 실제로 말고
    커뮤니티에서 제 이야기 막 털어놓고 사람들 이야기듣고
    막 이야기 나누다보니 사라졌음돠
    그리고 돈까스를 먹으니까 좋더라구요

    (rQJD37)

  • 愛Loveyou 2021/06/19 17:11

    큰 공감과 응원을 보냅니다
    앞으로는 쭉 저보다 행복하시길

    (rQJD37)

  • 논개. 2021/06/19 19:47

    저는 몇년전부터 옆에 사람이 있으면 호흡이 너무 불안정해져서
    어지간하면 택시를 타고 다니고 기차탈때는 두자리씩 잡고 타네요
    친한 친구들 만나도 아님 직장에서도 뭔가 내 몸에서 냄새가 나는것 같은 강박증?도 생기고
    쉽지 않네요

    (rQJD37)

  • 홍백80 2021/06/19 20:29

    매우 훌륭한 글입니다. 우울증가진 분들께 큰 도움이 될거같아요. 글쓴님, 금방 회복하시고 그 누구보다 힘차고 빠르게 널리 날게되실겁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rQJD37)

  • lucky 2021/06/19 20:36

    감사해요

    (rQJD37)

  • 한말씀더 2021/06/19 20:43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합니다.
    감기에 누구나 걸릴 수 있듯이, 우울증도 누구나 올 수 있으니 병원 가는 것을 두려워 마시고 힘을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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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끄미 2021/06/19 21:49

    수고 많으셨어요

    (rQJD37)

  • 안말희 2021/06/19 22:2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남편도 우울증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지 한달째 입니다. 주변인들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실까요? 응원합니다.

    (rQJD37)

  • 우리동네미녀 2021/06/19 23:08

    고마워요
    당신덕분에 많은 이들이 당신이 했던 행동을 같이 하며 힘낼수 있을거에요 방에서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축하해요
    잘 이겨내고 잘 유지해 온 것을 많이 축하해주고싶어요
    마음으로 꼬옥 안아줄께요

    (rQJD37)

  • 구조와후라이 2021/06/20 00:17

    저도 지금 치료중이에요. 약먹으니까 좀 나은거같긴한데 아직 일주일째라...그 무기력이 뭔지알아요. 가족들이랑 남편이 저 게으르다고 생각했다네요. 근데 저는 진짜 그...에베레스트 비유 너무 공감돼요. 저는 불안이 심하서 강박이 좀 있는데 너ㅓ무 기억력이 심하게 안좋아서 일상에 지장이 좀 있어요. 슈퍼에서 계산하고 물건 안갖고 나가는게 전에는 거의한번도없었다면 근몇년은 종종 있었고...무슨말을 하려고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까먹고...이게제일 힘들어요...그리고 우울하면 그게 어떤 학습이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구요. 인성검사 감정검사하는거에 이런걸 다 잡아내더라구요.머리가 나빠서 기억을 못하나 내가뭐가모잘라서 뭘 익히려면 시간이 엄청걸리는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다 우울때믄이었다니...지능검사도했는데 오히려 아이큐 120정도라는거에요 얼마나 어이가없었는지;;근데 저는 오히려 그렇게 나와서 좋았어요. 고치면 괜찮은거니...이제사십 바라보는.나이라 수능을 볼수도없고 그렇지만..뭔가 우울로 인생이 꼬였다는 느낌도 들어요..그치만 저는 두 아이의 엄마니까 글쓴님 말씀대로 노력해보려구요. 완치되었름 좋겠어요 정말
    말이왜이리 두서없죠 ㅎ

    (rQJD37)

  • 정대만77 2021/06/20 00:19

    와이프가 물건을 못 버리는 성격 입니다.
    이것 때문에 주기적으로 싸웠지만, 개선이 안 됩니다.
    원래 성격이 그런가하고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타지에서 기러기 아빠로 생활하다 오랜만에 집에 가면
    정리 안 된 집안 상태보면 너무 짜증이 납니다.
    집에서 계속 한숨 쉬고, 이런 집에 있다가 정말 미쳐 버릴것 같아
    밤에 차 끌고 다시 가게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로도 와이프의 집안 정리는 개선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에 갈 때 마다 화장대,부엌,책상 등등
    하나씩 정리하고 옵니다.
    이번에는 제가 애들 책장을 정리하다 초등저녀 아이랑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나도 쉬고 싶은데...
    지저분한 책장을 보면 제 마음도 지저분해져서 기껏 정리했더니
    아이가 왜 허락없이 책을 꺼내놨냐고 신경질 부리더군여.
    그때 그동안 속에 응어리 진 뭔가가 폭발해서 내가 왜 이런 집안에 살아야 하나....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 아무것도 하기싫어서 가게 1달간 쉬고 숙소에서 하루종일 잠만 잤습니다.
    식사,화장실도 귀찮아서 한참 참았다 해결하고..
    식사도 배달음식으로 하루 1끼...
    직장 생활 할 때는 평균 6시간 잤었는데...
    잠도 최대 18시간 까지 잤습니다.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머리가 아플 정도 였습니다.
    정신과에 우울증 상담 후 약 처방 받았지만...
    다운된 기분이 회복이 안 되네요.
    한달 째 집에 있는데....
    외출하려고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10번 이상 반복한 적도 있습니다.
    나가야 하는데 도저히 집밖을 나갈 용기가 안 났습니다.
    그냥 이불에 누워 아무생각 없이 자는게 간절 했습니다.
    회복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려고 정신과 우울증 상담 후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순 약물 치료로는 개선이 안 되네요.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데
    지하까지 내려간 이 기분을 지상으로 끌어 올리기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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