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에서 무지나와 코요미의 입장을 살펴보면 상황적으로 비슷한 경우에 처해있었다.
무지나는 5000천년 전 괴수술사로서 바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괴수술사라는 직업을 부정당했다.
그리고 코요미는 다이나제논을 만나기 전까지 아나모토와의 과거를 후회하며 백수로서 투명인간처럼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날 괴수와 다이나제논이 나타나면서 두사람 모두에게 기회(인연)가 찾아왔다.
무지나는 다시 한번 부활해 괴수술사로서의 역할을 얻을 수 있었고, 코요미는 다이나 스트라이커를 조종하며 다이나제논 팀의 일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었다. 두사람 모두 우연(인연)에 의해 자신을 인정해주는 곳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6화에서 나온 말을 빌리면, 두사람은 딱히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코요미가 백수생활을 하다가 우연치않게 다이나제논에 탄 것처럼, 무지나도 괴수를 조종하는 일에는 동참해도 동료들의 사상까지 공감했던 건 아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지는 못한 것이다.
어쩌면 무지나가 코요미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일지도 모른다. 비록 한번의 술자리이긴 했지만 둘은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고 싶은 일은 딱히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 의미있기를 바란다는 공통점을....
하지만 두사람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그 점은 마지막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지막화에서 무지나는 괴수가 된 시즈무와 또다시 '우연히' 마주하게 되고(상황 상 우연은 아니지만 무지나 입장에선 우연이다.), 그리고 코요미한테도 현장으로 향하는 와중에 '우연히' 다이나스트라이커가 바로 앞에 떨어진다.
두사람에게 또다시 우연이 찾아왔다.
그 후, 이 둘은 어떻게 보면 같은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지나는 괴수가 된 시즈무와 함께하는 걸 선택했고, 코요미도 다이나스트라이커에 타는 걸 선택했다.
하지만 이 둘의 결정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무지나는 "나한테는 결국 이것밖에 없어." 라고 체념하며 괴수에게 먹히지만, 코요미는 "그때랑 똑같이 우연이다. 하지만 다른 건 나의...." 라며 중얼거리며 다이나 스트라이커에 스스로 탑승한다.
체념과 선택.
둘 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곳(괴수와 다이나제논)으로 돌아갔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무지나에게 있어서 괴수는 자신이 일생을 바쳤던 직장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인생이다. 그녀는 그 인생을 국가로부터 부정당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무지나는 부활한 이후에도 괴수에 얽매이게 되었고 의욕이 없어보여도(동료의 사상에 공감하지 못했음에도) 괴수를 조종하는 일에는 동참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이후에 또다른 우연(괴수)이 찾아왔을 때, 그녀가 괴수우생사상과 행동을 달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에겐 다른 사람처럼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까. 괴수우생사상이 아니면 그녀를 인정해줄 곳은 없으니까.
마지막 전투에서 그녀는 코요미에게 "코요미 군 때문에, 자신에겐 괴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되어 버렸어!" 라고 따진다.
코요미 군이나 시청자들 입장에선 뜬금없을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시즈무가 말한 "너희들도 마음 속 어딘가에선 다이나제논과 괴수의 싸움을 바래왔던 거 아니야?" 라는 질문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사뭇 의미심장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괴수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하는 '계기'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괴수는 삶의 의미를 주는 존재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자신이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잠시 11화에서 있었던 무지나와 코요미의 대화를 집고 넘어가자.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코요미 군은 자신의 괴수우생사상으로서의 역할을 방해하는 존재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코요미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우연히 일어났을 뿐이다.
우연히 괴수가 나타났고, 우연히 무지나는 괴수우생사상 측 인물이었으며, 자신은 우연히 다이나제논에 말려들었을 뿐 괴수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적도 거의 없다.
코요미에게 있어서 그녀는, 자신이 취한 사이에 다이나 스트라이커를 훔쳐갔던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원망을 할 이유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러다보니 코요미는 무지나를 '원망'하지는 않았고, 이는 다시 말해서 코요미에게 있어서 무지나는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에 반해 무지나는 11화에서 코요미가 자신을 원망해주길 바라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화에서도 코요미를 탓하면서, 정작 코요미가 사과해준다고 말하자 "만약 사과하면, 절대로 용서 안할 거야!" 라며 귀찮은 여친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는 무지나가 자신의 선택을 진심으로 납득한 게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그녀는 체념을 했을 뿐, 코요미나 요모기가 그랬던 것처럼 선택을 했던 게 아니다.
그렇기때문인지 그녀는 최후를 맞이하면서 "이걸로 괜찮았던 걸까?(코레데 요캇타노카나?)" 라고 자신에게 자문해본다.
아마도 괜찮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이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는 괴수(계기)를 통해서만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었고(움직일 수 있었고), 요모기처럼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도, 코요미처럼 주어진 기회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았다.
만약에 그녀가 정말로 코요미 군에게 호감을 가진 게 맞다면, 그녀에겐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던 셈이다.
어쩌면 11화에서 코요미가 라노벨 주인공급으로 대답을 잘했으면 그녀는 아마 괴수와 합체하는 걸 거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결코 코요미 군의 탓이 아니다. 또한 코요미에 의해 마음을 바꾸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렇게 바람직한 전개가 아니다.
결국 의존하는 대상이(그녀를 변하게 하는 계기가) 괴수에서 코요미 군으로 바뀔 뿐이니까. 그녀가 직접 '선택'하지 않으면 성장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아쉽게도 이 작품은 러브코미디가 아닌 것이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12화 분량의 오리지널 특촬 성장물이었다....
그녀는 결국 괴수(계기)에 의해서만 행동할 수 있었다. 코요미도 똑같이 다이나제논(우연)에 의해 용기를 낼 수 있었지만, 마지막에 와서는 그 스스로가 자신의 의지로 다이나 스트라이커에 타는 걸 선택한다.
체념과 선택.
그 차이점이 두사람의 결말을 결정지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똑같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둘이지만 한쪽은 자신의 의지로 걸어나가길 선택했고 한쪽은 끝내 선택하지 못했지.
이이노 2021/06/19 23:46
오..
altrise 2021/06/19 23:48
결국 똑같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둘이지만 한쪽은 자신의 의지로 걸어나가길 선택했고 한쪽은 끝내 선택하지 못했지.
altrise 2021/06/19 23:49
또 다른 면에서 백수랑 비슷했던 치세도 결국 주변의 눈 따윈 신경쓰지 않는 마이웨이를 골랐고...
겨울바른 2021/06/19 23:51
계기나 인연이란 게 참 갑작스럽지. 상냥하기도 하고 난폭하기도 하고. 그리고 선택과 행동은 나의 몫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