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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한 이유 - 외국어의 존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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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나 존댓말이 존재합니다. 존댓말 또는 존대형 표현이 아예 없는 언어는 없습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왕과 신하의 관계에서 옥체(玉體),용안(龍顔)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고대 로마는 행정 언어로 그리스어를 사용했습니다. 상황에 맞게 다른 문장과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격식을 표현하는 방법은 시대나 국적을 불문하고 존재해왔습니다.

AncientChosun.JPG

In Rome.JPG

비정상회담에서 누군가가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고 했다가 미국 대표인 타일러가 노발대발한 일이 있었죠. Mr., Mrs.는 단순히 성씨만 표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영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존대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Mister의 어원은 다른 영어 단어인 Master에서 왔고, Master는 예로부터 주인 또는 스승님 등 높이 존경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존댓말에선 '당신'이라고 말하는 대신 아예 주어를 빼고 말하는데, 영어 역시도 공적인 자리에서 주어 You를 써서 말할 경우 경우에 따라 다소 건방지게 들립니다.


Please fill out this form = 이 서류를 작성해 주세요

매우 정중하게 요청.

You should fill out this form = 당신은 이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다소 건방지게 들림물론 존대 표현이 희미한 영어의 특성상 가능하다고 여겨질 때도 종종 있음.

영어에서도 그렇지만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존댓말은 간접적으로 돌려 부르기 입니다상대의 이름을 직접 부르거나 직접 명령하지 않는 방법이죠만약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을 때 굳이 상대의 이름을 부르게 된다면 별도의 접두/접미형 등을 사용하여 최대한 존중한다는 느낌을 들도록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부분에서부터 존댓말은 언어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타납니다.

언어

별도의 존대형 2인칭

주어/동사변형이 존재하는가?

나이 서열

친한 정도에 따라

 사용하는가

손님-직원 관계일 때

사용이 강제되는가

(또는 직급서열)

한국어

접미형() - 요, 니다

일본어

접미형(,사마) -ます、です

영어

없음

프랑스어

Vous() - ez

스페인어

Usted(우스떼드
+ 3인칭 단수변형

중국어

() + 명령형에만 一下

아랍어

방언마다 조금씩 다름
(종교적 표현 사용)

러시아어

Вы()

 

문법적으로 대부분의 언어는 동사변형, 인칭변형을 활용하고 있는데, 상대를 높여서 부르는 ''와 이에 해당하는 어미, 그리고 상대를 높여서 부르는 '당신'과 이에 따라붙는 '~니다, ~' 어미에 해당하는 동사변형이 가장 흔합니다.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You eat

너 먹

Tu manges

君 食べ

You eat
(*Please eat)

당신 먹으세요

Vous mangez

あなた 食べます
*召し上がる)

 

(*실제로는 '드세요'가 맞겠지만 한국어와의 비교를 위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같은 동사를 사용하여 ~으세요 변형이 좀더 잘 드러나게 썼습니다)

 

또한 모든 언어는 앞서 역사에서 살펴봤듯이 관습화된 표현이나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를 통해서 격식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어는 존댓말에 해당하는 인칭/동사변형이 없기 때문에 단어나 표현을 바꾸는 방법으로만 격식을 표현합니다. 따라서 영어의 존댓말은 다른 언어에 비해 배우기 좀더 어렵습니다.

 

Can you do it? It's a big job.

할 수 있겠어이거 중요한 일이야.

Could you handle this business? This is a vital affair.

이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이것은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이것 역시 아래의 영어 문장은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고, 보통 영어의 구어 존댓말은 격식 있는 표현과 비격식적인 표현이 한데 섞여 있지만 전체적인 비율이나 분위기를 보고 파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랍어의 경우 표준어가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고 대부분 방언을 사용하는데, 격식 있는 표현으로 일부 방언은 2인칭 2(Dual) 동사변형을 활용하지만, 일부 방언은 이러한 동사변형이 없습니다. 대신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 종교적 어구를 덧붙이는 것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우리 할아버지 - 신께 감사를! - 는 항상 열심히 일했다.


존댓말은 어디에나 있지만 저마다 사용되는 경우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나이 서열에 따라서도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외국의 경우 보통은 낯선 사람에 대해서 사용하되 친해지면 나이에 관계 없이도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일본어는 나이 서열은 크게 따지지 않지만 상대적인 관계에 따라서 교사/학생이나 손님/직원 관계에서는 존댓말 사용이 필수입니다.

 

경우 비교해보기(같은 가족의 할아버지에게)

 

X

사용하는 집도 있으나 보통 버릇없게 느껴짐

할아버지, 밥 먹어?

O

おじさん、御飯食べる?(일본어)

爷爷,你吃饭吗?(중국어)

Granpa, do you eat the meal?(영어)

pépé, manges-tu?(프랑스어)

¿Abuelito, comes?, ¿Abuelo, come?(스페인어)

 

O

할아버지, 식사 드세요?

X

친하지 않을 때만 사용, 어색하게 느껴짐
(가족보다는 손님을 대하는 느낌)

祖父、食事召がりますか(일본어)

祖父,您吃用饭吗?(중국어)

Grand-père, mangez-vous? (프랑스어)

영어는 아예 없음

 

이 같은 문제는 인공지능이 인간 번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한가지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럽어/일본어 같은 경우 할아버지라도 상황에 따라 잘 알고 있는 가족 내부의 할아버지일 경우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낯선 할아버지에게만 존댓말을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말로는 모든 할아버지께 존댓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다른 언어에서 한국어로 번역이 될 때, 자막에 존댓말이 나온다면 그것이 아는 할아버지인지 모르는 할아버지인지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즉 영상의 내용과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번역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보통 구글 번역기가 현재 가장 진보한 번역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영어 위주로 작성된 구글 번역기에는 아직 존댓말과 관련된 옵션 조차도 없으니, 앞으로 갈 길이 먼 것은 뻔하죠.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지만, 이런 차이점들에 대해서 공부해 보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 같아요.ㅋㅋ

댓글
  • 대지의법도 2017/04/29 06:10

    일단 알파고는 바둑만 배우는 애라는 점을 뒤로 하고 딥러닝 하는 애들을 알파고라고 했을 때 번역 잘 해줄겁니다.
    애초에 직역만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 싶으면 알파고를 쓸 이유가 없죠. 딥러닝을 하면 문맥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는 이유가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현재 컴퓨터로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를 프로그래밍하기는 힘듬) 바둑판의 문맥을 판단하는 것을 혼자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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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우율무차 2017/04/29 06:12

    구글 번역기는 그저 인터넷에서 긁어낸 소스를 돌려서 번역하기 때문에 그런거 신경 안쓰죠
    그저 "드세요"는 60퍼센트의 경우 다른 문화애서도 존댓말에 해당하므로 존댓말로 한다 안한다 이런걸로 판독하니까요. 그마저도 정보가 부족하다 판단되면 아예 결정을 포기하고 임의로 번역..
    아직도 우리말의 결코, 절대 등이 들어간 문장이 영어론 제대로 번역이 안됩니다. Never인지 must인지 몰라요.
    그냥 번역문 여러개 긁어서 Never인게 몇퍼센트 must인게 몇퍼센트 그것만 보니까요. 앞뒤문장 다 짜르고 그런 데이터식 분석으론 언어를 제대로 표현하긴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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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앜움아 2017/04/29 06:21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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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럭키쓰리 2017/04/29 09:59

    와우,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대충 이해가 되네요. 글에서 나온 부분은 사람 번역가도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인공 번역 기술이 사람을 뛰어넘는게 불가능하다고는 보지 않지만(오히려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 갈 길이 멀다는 건 확실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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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 2017/04/29 10:04

    네이버, 구글번역기는 그것보다 커스텀 번역이 안되는게 문제입니다.
    메스티오노라라는 소설 내 등장인물이 암컷티오노라로 번역되는데 그걸 고치려고 해도 안되죠.
    반면 일한 신문 번역은 기가 막히게 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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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출의꼬치봉 2017/04/29 15:10

    번역기 특징이 짤막한 단문은 이상하게 하는데 3줄 넘어가는 글에는 멀쩡히 번역해줍니다. 오히려 글자 자체보다 문맥을 따져서 해석해주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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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렉트릭아이 2017/04/29 15:14

    ...기계 번역이 아닌 지금도 관계 꼬인 존댓말, 반말 번역이 난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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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roin 2017/04/29 15:26

    한-영 번역은 아직 멀었고 시간 문제라고 하는데....그 이야기는 20-30년전 부터 들어 왔습니다.  달라진건 단어를 번역해서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래도 문장을 나열하는 수준까지 왔다는거죠. 문맥, 존대말 같은 자연스러운 번역은 언제나 될런지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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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lmarket 2017/04/29 15:31

    번역은 차치하고 제발 한국말이라도 제대로 알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사투리 억양이 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어째 음성인식 프로그램들이 한번에 알아듣는 경우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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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9 15:37

    영어 공손한 표현법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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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올림픽Ω 2017/04/29 15:37

    영한번역 - 미분
    한영번역 - 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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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nazen 2017/04/29 15:46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일은 컴퓨터도 할 수 있게 될거에요 그저 그 시간차가 있을뿐이죠
    지금의 번역은 자폐증환자들처럼 장면과장면,문장과 문장의 연관성을 이해를 하지 못하는것인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하거나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를 집어넣어서 A라는 상황이 나왔을때 B라고 답변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되니까요! 애초에 사람도 그런식으로 존댓말과 반말을 골라쓰잖아요???
    혹여나 불편하실분들이 있을까봐 말해두자면 자폐증환자같다는게 욕으로 쓰는게 아니에요 자폐증의 증상과 현재 컴퓨터의 반응이 완벽하리만치 비슷해서 쓰는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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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니나 2017/04/29 15:52

    인간이 그 존대말이란 걸 위의 표나 사용용례같이 풀서서 서술할 수 있는 이상,
    당연히 컴퓨터도 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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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ear 2017/04/29 18:44

    이건 존댓말 체계에 대해서는 알지만
    딥러닝과 알파고가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시는 분이 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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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포가미끌 2017/04/29 20:55

    빅데이터가 해결할 문제라고 봅니다. 과거 경험들을 토대로 각 상황에서 어떤말을 가장 많이 썼는지 결과를 도출해내고 실제로 사용하게 되겠죠.. 사람이 생각하는거랑 비슷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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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min 2017/04/29 20:55

    심심이만 봐도 데이터 축적해 대화가 가능한데...
    번역 데이터만 축척해 놓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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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bsidianH20 2017/04/29 20:59

    뉴럴넷은 기능적으로는 사실상 인간 뇌의 수퍼셋이라고 봐도 무방

    (FnPLar)

  • QbsidianH20 2017/04/29 21:08

    IBM 텍스트 톤 분석기
    https://tone-analyzer-demo.mybluemi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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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치에윌데™ 2017/04/29 21:09

    일단 동음이의어가 나타났을 때 2가지 이상의 뜻 중 어느 쪽으로 해석해야 자연스럽게 되는지 각각의 경우를 보여주고 사람이 선택할 수 있게만 해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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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류엔 2017/04/29 21:11

    흥미로운 이야기 감사합니다. 참고용으로 사소한 태클을 걸자면  grandpa do you eat the meal이란 표현은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뭐 grandpa랑 grandfather도 어쩌면 사소한 존대의 차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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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꽈리 2017/04/29 21:13

    일상대화의 완변번역은 아무래도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전문번역, 전공서적, 비즈니스영어, 계약서, 명세서 번역 등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번역이 가능합니다. 특정 상황에 쓰이는 단어나 문장이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아직까지의 인공지능은 이렇게 제한된 상황에서의 인공지능입니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신의 한수를 둘순 있어도, 이런 창의력을 번역이나 다른 분야에선 활용하지 못한다는 말이죠. 한마디로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보는 스카이넷 같은 초인공지능은 아직 많은 기간이 걸릴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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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문비 2017/04/29 21:15

    기존의 번역이 안되는 것이고, 알파고 방식의 번역이라면 수년내 가능해 질 거라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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