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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을 위한 작법 이론 : 재미편

0.

우리는 앞서 작품의 기획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로그라인, 중심주제, 캐릭터 등등...

 

이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면, 이제는 정말 글을 써보아야 할 차례이다.

 

그럼 이제 새로운 의문이 든다.

 

'재밌는 이야기란 무엇이지?'

 

오늘은 '재미'라는 추상적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1.

레프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다.

 

'행복한 가정은 대개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은 놀랍게도 작품에도 적용된다.

 

재미있는 작품은 대개 비슷한 이유로 재밌지만, 재미없는 작품은 각자 다른 이유로 재미가 없다.

 

생각해보자.

 

우리들이 재밌게 읽은 소년 만화인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나루토'는 가슴 속 무언가가 뜨겁게 타오른다.

 

러브코메디라면 '카구야님은 사랑을 하고 싶어,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 내 마음 속 위험한 녀석' 등등 없는 연애 세포마저 깨워준다.

 

반면 재미없는 작품들은?

 

정말 다채로운 이유로 재미가 없다.

 

이야기가 진부하다, 산만하다, 캐릭터가 매력이 없다 등등...

 

하지만 모든 작가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재미에 대한 평가가 나눠지는 걸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것 하나로 이야기 하고 싶다.

 

바로 '서스펜스'다.

 

2.

할리우드의 스타 감독이자 스릴러 영화의 명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은 서스펜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 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surprise)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의미한 대화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죠.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 거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요.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머릿속으로 상황을 생각해보자.

 

포커를 치는데, 갑자기 폭탄이 터진다.

 

이게 재밌나?

 

관중들은 그냥 갑자기 폭탄이 터져 '놀랄' 뿐이다.

 

재미가 없다.

 

작가는 관중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

 

작가는 관중의 재미를 위해 극적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

 

폭탄이 설치된 테이블...

 

적막이 감도는 사이, 4명의 플레이어가 포커를 친다.

 

수많은 블러핑 싸움이 이어지는 와중, 마침내 우승자가 나타난다.

 

"내가 이겼어!"

 

폭탄은 계속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대로 게임장을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갑자기 패배한 플레이어가 입을 연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

 

----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님이 말한 장면을 통해 서스펜스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 장면의 주인공은 4명의 플레이어다.

 

이들은 서로 포커에서 우승하고 싶어하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폭탄'이다.

 

그렇다면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

 

어째서 폭탄이 위협적인 요소가 된 거지?

 

이유는 하나다.

 

폭탄은 '주인공의 목적을 방해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폭탄이야 말로 서스펜스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난 이 서스펜스를 이렇게 말한다.

 

'절망'이라고.

 

3.

좀 더 간단한 예시를 위해 대중에게 유명한 만화의 명장면을 가져와보겠다.

 

드래곤볼 나메크성편을 예시로 들어보자.

 

드래곤볼 나메크성편은 만신이라 불리는 조산명 선생님의 만화 중에서도 독보적인 재미를 자랑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주인공인 손오공과 그 일행의 목적을 방해하는 '절망적'인 요소가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생각해보자.

 

주요 인물은 손오공 일행과 프리저 군단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하다.

 

'지구에서 사라진 드래곤볼을 나메크성에서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주인공이 일행이 '그냥' 드래곤볼을 찾으면 재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조산명 작가님은 주인공 일행에게 수많은 '절망'을 부여한다.

 

1. 나메크성에 있는 '드래곤볼'과 드래곤볼을 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나메크성인 '최장로'

2. 프리더측 최강의 전사, 기뉴 특전대

3. 우주의 제왕, 프리더

4. 지구에서 뒤늦게 날아오는 손오공

 

손오공 일행은 드래곤볼을 모으기 위해선

 

나메크성인 '최장로'를 만나야 하며 기뉴 특전대와 프리더와 싸워 이기거나 도망쳐야만 한다.

 

그래서 나메크성의 에피소드는 계속해서 주인공 일행을 절망으로 밀어넣는다.

 

압도적인 힘들 가진 기뉴 특전대와 프리더는 일행의 힘으로 이길 수 없고

 

드래곤볼을 다룰 수 있는 최장로는 수명이 다해 죽어버리고

 

손오공은 느긋하게 나메크성으로 날아오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 일행은 처절한 싸움을 이어간다.

 

맞고 쓰러지고,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 속에서

 

지혜를 끄집어내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를 버티지 못하고 주인공 일행은 마침내 패배한다.

 

오반, 크리링, 베지터, 모두가 패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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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모든 절망이 한순간에 모인 순간

 

거짓말처럼 기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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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의 등장

 

수많은 절망이 한 곳에 모인 순간, 주인공 '손오공'의 등장으로 모든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이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부푼다.

 

모든 감정을 해소할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이후 이어지는 초사이언의 전설라는 떡밥으로 시작해,

 

프리더의 3단 변신

 

일행의 패배

 

나메크성의 붕괴

 

같은 수많은 절망이 손오공을 절망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그 최고봉인 크리링의 죽음까지.

 

모든 것이 절망으로 빠지는 순간

 

손오공은 초사이언으로 '각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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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화났다, 프리더~~~"

 

 이처럼 드래곤볼 나메크성편은 수많은 서스펜스 장치들이 완벽하게 맞물리는 말도 안 되는 포텐셜을 보여준다.

 

물론 조산명 작가님의 말도 안 되는 역량으로 이야기가 미친 재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기본이 되지 않았다면 이런 재미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조산명 선생님이라도 이런 수많은 서스펜스 장치를 쓰지 않는다면

 

나메크성편의 재미는 한층 줄었을 것이다.

 

4.

어찌보면 서스펜스는 최근 흔히들 말하는 '고구마'와 관련이 있다.

 

독자님들의 심장을 부여잡는 그 연출은 대개 주인공의 고난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나만 해도 서스펜스를 '절망'이라 규정 짓지 않았는가.

 

요즘 세상에 고구마는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재밌는 이야기에는 반드시 고구마가 필요하다.

 

슬램덩크에서 산왕공고라는 강력한 적이 없었다면

 

북산고 멤버들의 체력이 전부 바닥나지 않았다면

 

서태웅이 수비를 돌파하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체력이 남은 산왕공고 멤버들이 서태웅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면,

 

산왕공고와의 시합이 몇 초 남기지 않았다면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백호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여태까지 수많은 인연으로 쌓아온 자신의 능력과

 

미래를 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슬램덩크 최고의 명대사 중 하나인 '왼손은 거들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들은 주인공에게 어떤 시련을 부여할지, 그리고 그 시련을 통해 어떤 기대감을 조성하고

 

어떻게 절망 속에서 딛고 일어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소설 속 세상은 절대 주인공에게 친절하지 않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자신의 목적을 방해하는 절망들을 마주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힘으로 절망을 딛고 일어나야만 한다.

 

어찌보면 소년만화의 단골주제인 '인간찬가'와 맞닿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작품 속 세계의 의지'와 '주인공의 능동성'이라 말한다.

 

더불어 이 주제는 소설의 '개연성'과도 이어지게 되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하도록 하겠다.

 

5.

서스펜스는 작품에 재미를 부여하는 아주아주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의 작품이 재미없다면

 

어떻게 하여야 주인공에게 '절망'을 부여할지 고민해보자.

 

호에로 펜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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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을 사랑과 용기를 주기 위해선 공포의 맛을 충분히 맛보게 해야 한다!!!!!!

 

후지타 카즈히로 작가님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하셔도 이상한 게 없으신 분이다.

 

하지만 정말 맞는 말 아닌가.

 

어둠이 짙어야 빛이 강렬해지듯

 

사랑과 희망을 주기 위해선, 그만한 절망과 공포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 작가들은 계속해서 고민하자.

 

내 글은 어떤 글이고 어떤 절망을 부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독자님들께 재미를 줄 수 있을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산더미 같다.

 

이 주제로 2박 3일 정도 떠들어도 부족할 것 같다.

 

하지만 일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 왔기에,

 

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세줄요약

1. 재미를 위해선 주인공을 절망 끝으로 몰아넣어라.

2. 그리고 그 절망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어라.

3. 각 장르에 맞는 절망을 조성해야 한다(러브코메디에는 럽코에 어울리는 절망{주인공과 히로인의 내외적 갈등 등등})

 

 

 

질문은 언제든지 받습니다~~~

댓글
  • 엑스데스 2021/06/02 13:08

    절망 강림

  • 금각사지성탑 2021/06/02 13:06

    일단 스크랩


  • 홍콩프리
    2021/06/02 13:03

    과연 그런가

    (6ed0hC)


  • 금각사지성탑
    2021/06/02 13:06

    일단 스크랩

    (6ed0hC)


  • 엑스데스
    2021/06/02 13:08

    절망 강림

    (6ed0hC)


  • 비겁한
    2021/06/02 13:22

    뭐야 머리랑 몸이 따로 노는거 같아서 진짜로 무섭다

    (6ed0hC)


  • misterbin
    2021/06/02 13:22

    2번을 생략하면 어떻게 되나요?

    (6ed0hC)


  • misterbin
    2021/06/02 13:23

    아 생각해 보니까 먼저 기대감을 줘야지 다시 꺾을 수 있겠구나

    (6ed0hC)


  • 지나가는작가A
    2021/06/02 13:23

    재미없고 불쾌한 글이 되지 않을까요?

    (6ed0hC)


  • 고품격유머 전문가
    2021/06/02 13:23

    일단 ㅇㄷ
    집에 가서 다 읽어보자

    (6ed0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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