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마 아홉살쯤
하교길에 오천원을 주웠다
줍고나서 고민했다
다시 바닥에 버릴까
길에서 돈을 주우면 경찰서에 갖다줘야 한다고 배웠는데
경찰서가 졸라 멀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30분 거리였는데
경찰서(파출소)는 학교 근처였다
1분 24초 정도 고민하다가
졸라 짜증내며 다시 경찰서로 걸어갓다
경찰아저씨들이 두어명 정도 계셨는데
쪼만한 애가 들어오니 눈이 동그랗게뜨고
뭔일이냐 라고 물었고
나는 약간 짜증내며 오천원 주웠어요 하고 슈퍼에서 계산하듯돈을 책상에 올렸다
주인 찾아주세요 하고 돌아가려는데
아저씨들이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무슨 서류를 하나 가져왔다
이름과 학교 전화번호를 쓰라했다
갑자기 겁이나서 왜요???? 라고 반색하니
그냥 원래 경찰서 오면 쓰는거다 어쩐다 했던거같다
그래서 그냥 쓰고 뿌듯한 맘으로 집에와서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 꺼내서 먹으면수 선풍기 앞에 널부러져 있었는데
몇시간쯤 뒤에
집으로 전화가 왔고 아빠가 전화를 받자마자 경찰서요???라고 하며 나와 엄마를 쳐다봤다
갑자기 옷을 입히더니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나는 잘못한게 없다고 말했더니
엄빠가 돈 주인을 찾았다고 오라고 했다고 했다
괜히 찾아줬다 졸라귀찮네진짜 생각하며 경찰서에 갓는데
주인ㅇ 고맙다며 색연필과 공책을 사주고 갔다는 것ㅇ었다
매우 기뻤다
들고 집에왓는데 괜히 집안 분위기가 평소보다 더 훈훈했다
아빠는 할머니에게 전화를하고 할머니는 나에게 칭찬해주고
키가 자라고 나이를 먹어가던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그 색연필과 공책은 주인이 사준게 아니라
경찰서 아저씨들이 사다준거라는걸
뭔가 마음 따뜻했다
끗
https://cohabe.com/sisa/1986730
어릴때 오천원 주워서 경찰서 갖다줬었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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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네요 ...
근데 어떻게 경찰이 사다준 것이라고 확신하셨나요?
아 저는 무려 고3 때 독서실 복도에서 5천원 떨어진 걸 총무에게 주인 찾아주라고 갖다줬었어요.
지갑도 아니고 이름도 안 써진 5천원을 총무도 찾아주기 어려웠을텐데 ㅋㅋㅋㅋ
돈을 떨어뜨린 사람: 아 방금 떨어뜨렸는데 그새 누가 들고 갔네...우리 애는 3일째 굶게 생겼네...
초딩시절.. 형이랑 함께 장보는 심부름 가면서 간식 사먹을 생각에 신나서 나보다 빨리 뛰어간 형을 뒤 쫓아가다가 5000원 지폐를 줏었다. 나보다 먼저 슈퍼에 도착한 형에게 자랑했더니 울먹이던 형은 심부름으로 받은 5000원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웃대하는군
'갑자기 겁이나서 왜요???? 라고 반색하니'
반색을 어떤 뜻으로 썼는지 물어보고 싶다.
□비밀글
나도 어릴때 오천원 주워서 경찰서 갖다줬었음
국민학교때니까... 아마 85년 86년쯤
금색자크가 달린 꺼멍가죽 동전지갑이었는데
길바닥에 떨어져있길래 아무생각없이 발로 차면서 걷다가
문득 지갑인걸 알아채고 살펴봄
오처넌 한장에 처넌짜리 한두장
동전 몇개 정도 해서
7-8처넌 정도 될까싶은데
가던길 가다보면 파출소 지나가니까
걍 거기갖다 줬음
근데 경찰들은
거 놓고 가라
한마디 뿐이었고
나는 쭈삣쭈삣 나왔음
드라마틱한 뭔가를 바란건 아니었지만
파출소를 나오면서
어린마음에도
죽쒀서 개줬다.. 라고 느낌
5천원으로 공책 색연필 만원어치 사는법
약 20년전 중학교땐가 명품지갑을 주웠는데
안에 만원짜리랑 수표가 100만원넘게 들어있었음..
신분증보니 20살 예쁜언니..
어린마음에 나쁜생각 안하고 바로 경찰서 갖다주고 연락처 달라길래 남기고 왔는데 고맙다는 연락도 못받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