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올 당시 테라는 진짜 개 미친 기대작이었지.
아 이거 아니다.
이거다. 무려 '400억'을 꼬라박아 만든 게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모두가 기대만빵이었다.
까고보니 390억은 회식비로 썼냐는 농담밖에 안 남았지만...
어쨌든 나와 친구는 그럼에도 기대를 품고 테라 오픈날 새벽4시부터 PC방에서 테라를 켰다.
오전9시쯤에서야 대기줄을 뚫고 접속할 수 있었는데,
과연 400억짜리 게임이야. 당시로는 컬쳐쇼크급의 그래픽이었다.
나와 친구는 점검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풀접속했고, 오픈 2주간 각각(아만 창기사/엘린 마법사) 랭킹 20위권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당시 테라의 루팅시스템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늑대의향기'라는 아이디는 기억난다.
그 씹새끼가 친구와 함께 20레벨 인던에서 내 목걸이를 뺏어먹고 도망쳤거든.
그게 얼마나 억울하고 빡쳤는지 '늑대의향기'라는 아이디는 메모장에 적어놓고 언젠간 복수하리라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 복수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머지않아 일어나게 된다.
나는 늘 랭킹20위권 안이었지만, 내 목걸이 뺏어먹고 도망친 늑대의향기는 나처럼 똥폐인이 아니었던것 같다.
내가 아만 창기사로 오픈베타 최종던전을 박살내고,
(스샷은 다른사람임)
케스타닉 광전사로 랭킹20위권까지 올라갔을 때, 던전가는 길에 아직 족밥레벨이던 그 새끼와 만나버렸거든.
여기서 필요한 정보가 있다. 테라 오픈초기 광전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씹오밸캐였다.
오픈한지 한달 채 안된 게임이라 변변한 광전사 공략도 없었으며, 근딜혐오자들이 많기에 광전사 유저도 적었다.
PVP시 상대방 모가지를 돌리는 스킬을 사용하면 상대방이 그대로 프리즈 걸리는 버그가 몇주동안 안 고쳐졌으니 말 다한 수준이다.
당시 광전사는 리스크가 큰 근딜이라 원딜보다 딜이 강하며, 딜러주제에 가드스킬이 존나 튼튼했으며, 그 와중에 흡혈효율이 좋았다.
탱딜딜딜힐 5인팟(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이 기본인 테라에서 컨이 좀 되는 광전사는 딜(광전사) 힐 2인팟으로 최종던전을 깰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뭐, 그냥 존나 오밸이었다고.
그런 씹오밸캐릭터가 랭킹권인데, 풀템인채로 아직 평민급인 과거의 원수를 만났다.
하반신에 피가 쏠릴만한 상황이지.
필드몬스터를 파티사냥중이던 놈은, 깃발과 함께 갑자기 날아든 도끼날에 자신의 친구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놈의 부활타임을 기다리고 있는데, 늑대의향기에게서 귓이 왔다.
"님 저 왜 죽임?"
ㅎㅎㅎㅎ 뻔한 질문을...
"20레벨 던전에서 목걸이 뺏어먹은 창기사 기억나?" 라고 대답하고, 부활하는 대로 족족 쳐죽였다.
2시간가량 어딜 가든 따라가서 놈과 친구를 함께 도륙해주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날 나는 정말 행복한 기분으로 던전에 복귀할 수 있었다.
다음날, 늑대의향기가 목격됐던 그 시간에 그 장소로 나가보니 이번에 놈은 풀파티로 필드몬스터를 사냥하고있었다.
탱커에게 귓을 걸어, "늑대의향기랑 궁수 파티에서 빼세요." 라고 통보했다.
"네?"라고 답문하는 탱커에게 "걔들 비매너에요. 파티에서 빼세요."라고 재차 통보하고 3분간 기다려줬지만 말을 들어먹었어야지...
놈에게 PVP를 걸자 놈의 풀파티 전원이 덤벼들었다.
근데 렙차템차캐릭차를 고려하면 거의 코끼리와 메뚜기의 전쟁인데.
도끼질 몇번으로 순식간에 파티를 전멸시키자, 파티는 해산한건지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5분 후. 늑대의향기의 언론플레이가 시작됐다.
그는 전체 채팅으로 "비매너 광전사 제보합니다! 저렙들 학살하고 다닙니다!"
라며 나를 지목했고, 전체 채팅의 몇몇 감 못잡은 정의의 사도들이
"옳지. 풀템이라 할일도 없었는데 거기 기다려라. 내가 잡으러간다." 하며 나에게 덤벼들었다.
"저새끼가 먼저 비매너했어요!"라고 해명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근데 나... 씹오밸캐릭터라고.
덤벼드는 정의의사도들을 족족 쳐죽여 시체로 산을 쌓아주었다.
실제론 순서대로 한 다섯명 죽인거지만 기왕 썰 푸는김에 좀 멋있게 표현해보자.
"너 나이먹고 그런짓하면 안쪽팔리냐?" "광전사 비매너 제보합니다!" 라고 언론플레이를 지속하던 늑대의향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체채팅에서 그에게 당한 다른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마주하게 됐다.
"저새끼한테 저도 템뺏겼어요!" "늑대의향기 쟤 패드립치고 파티 나가던데?"
덤벼들던 눈먼 정의의 사도들도 나에게 사과했고, 늑대의향기는 채팅으로도 PVP로도 너덜너덜하게 박살나버렸다.
나는 이후 일주일간 놈의 레벨업코스에서 놈이 나타나길 기다렸으나, 놈은 다신 나타나지 않았다.
내 게임플레이 역사상 최고의 복수극이었다.
사이다네 ㅋㅋ
복수는 언제나 달콤하지
국
claret 2021/04/30 23:25
사이다네 ㅋㅋ
괴짱 2021/04/30 23:26
복수는 언제나 달콤하지
루리웹-8933044059 2021/04/30 23:26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