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에 이은 2탄입니다.
원래 다른 플랫폼에 썼던 글인데 거긴 쿠팡에 대해 찬양 일색인 곳이라
제 글이 인기가 없어 묻히는게 아까워 핵심내용만 추려서 어그로를 좀 끌어봤습니다.
3.1절을 맞아 반응이 좋으니까 2탄 가려고 합니다.
처음에 쿠팡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건 2015년부터였습니다.
저게 말이되는 사업모델인가 싶었죠. 저걸로 돈을 번다고? 어떻게?
애초에 재무제표를 보니 쿠팡은 3년안에 망할것 같다가 아니고
사업모델이 말도 안되는데 내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런건가 하고
재무제표 공부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더 훨씬 심각한 기업인걸 알게 됐죠.
이거 안될 기업이구나 라고 느낀게 뉴욕증시 상장보고서를 보면서였는데
그전에는 "그래 하버드 나온놈이니까 생각이 있겠지. 내가 모르는걸꺼야"
"손정의가 투자했는데 우리가 모르는 뭔가 있겠지"
라고 다음년도 사업보고서, 또 다음년도 사업보고서를 기다리다가
S-1 상장신고서를 보고 하나하나씩 머릿속 퍼즐이 착착착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쿠팡에 대해 긍정적인 뷰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들만으로 쿠팡을 평가하시길래
저는 그런거 다 배제하고 순수하게 재무제표만으로 쿠팡을 해석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데이터를 보여줘야 제 주장이 신뢰가 생길 것 같아서요.
이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들
많은 분들이 주장하시는 쿠팡의 긍정적인 면들을 반박해보려고 합니다.
1.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EBITDA도 곧 플러스가 될것 같다.
쿠팡은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언플을 하면서
마치 곧 흑자를 낼것같다는 뉘앙스를 막 풍겼는데 영업현금흐름은 매입채무때문입니다.
물건을 팔아서 고객들에게 현금이 막 꽃히는데 정산을 늦게 해주니까
곳간에 일시적으로 현금이 많아보이는것 뿐입니다.
전형적인 회계장부 눈속임 전략입니다.
제 말을 못 믿으시는것 같아 언론기사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실적개선 '옥에 티' 현금흐름 / https://paxnetnews.com/articles/70973
정작 영업현금흐름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매입채무다. 매입채무는 영업현금흐름 내 운전자본의 변동 항목에 속해 있다. 기업이 외상으로 받은 상품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현금흐름표상 플러스가 된다. 가져다 놓은 상품으로 영업은 했으나 아직 대금결제를 치루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이 늘어난 셈인 까닭이다.
에비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비타는 성장주에 대입하는 지표인데 여기서 빠지는 항목이
감가상각,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입니다.
쿠팡의 2019년 감가상각이 1011억 (부동산 및 기자재)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 (부동산 리스포함) 이 540억 정도입니다.
에비타는 물류창고가 없는 네이버나 왓챠 같은 기업에나 적용하는 지표지
물류창고가 핵심 경쟁력인 쿠팡에 대입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닙니다.
전형적인 회계 눈속임 전략입니다.
2. 손정의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으니 괜찮다.
손정의는 쿠팡에 더 이상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없습니다.
위워크 사태 때문이죠.
손정의는 몸집을 키우고 시장지배력을 높이려는 스타일의 기업을 좋아합니다.
대표적으로 위워크가 그랬죠. 비전펀드가 위워크에 들어간 투자금이 20조 가까이되는데
상장에 실패하면서 위워크에 투자했던 20조가 몽땅 손실처리됐습니다.
(거긴 재무제표가 어지간히 엉망이긴 했음)
소프트뱅크 그룹이 18년만인가 첫 적자를 냈고
시장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손정의의 투자스타일이 옳은건가" 라는 의문부호가 붙었습니다.
자기 입지가 위태로우니 사재를 털고 엑싯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투자는 없고 다들 실적을 보여줘라."
저는 위워크 사태가 없었으면 손정의가 계속 자금을 쏴줬을거라고 봅니다.
위워크 사태가 터지니까 비전펀드 투자가 중단되면서 쿠팡의 현금흐름이 안좋아진거고요.
즉
손정의 투자중단 및 엑싯선언 > 쿠팡의 곳간이 말라감 > 돌파구로 상장
순서가 되는겁니다.
상장을 성공하든 실패하든 손정의는 쿠팡에 추가 자금지원을 못합니다.
손정의도 투자자들이랑 소프트뱅크 주주들 눈치는 봐야 되거든요.
3.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쿠팡은 가치있는 기업이다.
쿠팡의 빅데이터는 허상입니다.
이건 쉬운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데
2020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1. 네이버 17%
2. 쿠팡 13%
3. 이베이 12%
4. 11번가 6%
5. 롯데온 5%
입니다
바꿔말하면 네이버나 이베이도 최소 쿠팡만큼의 회원데이터와 거래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쿠팡의 빅데이터가 허상이라는 겁니다.
네이버는 쿠팡보다 더 다채로운 데이터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신세계의 오프라인 멤버십 회원이 2500만명
롯데의 오프라인 멤버십 회원이 4000만명 정도 됩니다.
롯데 오프라인 멤버 회원 데이터 + 롯데온 판매 데이터를 통합하면 꽤나 파괴력있는 데이터가 됩니다.
롯데가 무능력해서 데이터를 못써서 그렇지 데이터 자체는 롯데가 훨씬 좋습니다.
즉 쿠팡의 데이터는 네이버, 롯데, 신세계보다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4. 이커머스는 곁다리고 로켓와우 멤버십이 핵심이다
아마존이나 코스트코처럼 로켓와우 멤버십이 수익모델이 되려면 문제가 하나 있는데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이 지나치게 너무 쌉니다.
그렇다고 멤버십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이탈할겁니다.
쿠팡의 핵심경쟁력이 로켓배송이라는걸 생각했을때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로켓와우를 쉽게 건드리기 어렵다는 얘기죠.
처음부터 '로켓와우 혜택이 지나치게 좋고 멤버십이 싼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에서야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아 유료회원수를 부풀려서 팔아먹을때 높은값을 받으려고 하는구나
애초에 사업설계가 잘못됐습니다.
5. 쿠팡은 플랫폼 기업이다.
쿠팡이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전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로켓와우가 지금같은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해줘야 된다는거죠.
카카오톡이 없거나 네이버 아이디가 없으면 사는데 몹시 불편하지만
쿠팡은 없어도 그닥 불편하진 않습니다. 대체 기업이 많거든요.
즉 쿠팡이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있어야 되는데
로켓배송은 누구다 따라할 수 있고 진입장벽이 낮은 콘텐츠입니다.
롯데나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이 로켓배송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던건
처음부터 저건 말도 안되는 사업모델이란걸 그들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계산기 두들겨봐도 흑자나기 어려운 사업모델이고
설령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해도 투자비에 비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니까요.
6. 쿠팡은 아마존의 길을 걷고 있다.
쿠팡이 아마존과 근본적으로 다른건 그들이 처한 시장환경입니다.
아마존이 프라임 멤버십을 시작할때 미국의 평균 택배 배송일은 5~7일이었습니다.
아마존은 그걸 2일로 줄여줬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정말 획기적인 서비스지 않습니까?
반면 한국은 택배가 2틀이상 걸리면 바로 고객센터 전화 때리는 빨리빨리 민족입니다.
원래 하루배송이 국룰인 나라에서 조금 더 빨라졌다고 경쟁력이 생기진 않습니다.
그리고 마켓컬리라던가 SSG라던가 비슷하게 따라하는 경쟁자들도 생겼고요.
아마존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건 1994년. 이커머스 초창기였고
원래 시장지배자가 없으니 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죠.
그런데 쿠팡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시점에 한국 이커머스는 경쟁이 너무 치열했습니다.
10년째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데 아직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신사업에 진출하고 싶어도 이미 경쟁자들이 다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쿠팡이 시장점유율을 올리려면 더욱더 가열찬 돈질을 해야 합니다.
신세계랑 롯데는 돈이 많지만 쿠팡은 돈이 없고요.
7. 다른 회사를 합병하거나 인수해서 시장지배자가 될거다.
그럴 돈이 없습니다.
저도 쿠팡을 잘 사용하고 있는 회원이고 쿠팡이 잘됐으면 하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미국사람이 일본 자금을 끌어와서 일자리 만들어주고 물건 싸게 팔아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나요.
문제는 쿠팡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는데 있습니다.
무리하게 성장시켜서 회사 몸집을 키운다음 비싸게 팔아먹는다. 혹은 폭탄 돌리기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인과 일본인은 이득을 보고 피해는 우리 국민들이 입는다.
김범석과 이하 임원들 연봉을 다 더하면 천억 가까이됩니다.
연간 5천억 적자기업이 임원 연봉이 천억이라 재밌죠?
지들돈이면 저렇게 운영할 수 있을까요?
최악의 경우 쿠팡의 미지급금 2조가 터지면 진짜 사회문제가 됩니다.
쿠팡이 고용하고 있는 4만명이 대량 실업자가 되면 그것도 문제고요.
아 이걸 볼모로 정부를 협박할수도 있겠군요.
몇몇 자동차 기업과 타다의 이재웅이 잘 보여줬죠.
미국인이 한국의 아마존이니 혁신이라는 포장하에
한국시장을 볼모로 위험한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는데
혁신이니 뭐니 떠들어대는 기자들은 죄다 공범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건 그러한 부분이 우려스럽기 때문입니다.
제 글이 잔잔한 호수에 던지는 자그마한 조약돌이 아니라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수 있는 태풍의 눈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