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퍼스펙티브]
사태는 봉합했지만 대통령 패싱한 농단 세력은 그대로 남아
윤석열 사태 책임 물어 추미애 경질한 대통령만 실없는 사람 돼
기관장을 ‘우리 편’ 만들어 정의를 사유화하는 게 이 정권의 DNA
블랙리스트, 사법농단, 국정농단…탄핵된 정권과 뭐가 다른가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현수 민정수석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편을 가리지 않으려 제 눈을 가리는데 정의를 담당하는 부서의 장관이 ‘편’ 가르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이 나라에선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법무부의 사명이 되어버렸다.
이 나라를 누가 통치하는가
인사의 기준도 ‘우리 편’이었다. 책임을 물어야 할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했다. 검찰총장 시키겠다는 얘기다. 1인 5역으로 검찰총장을 음해했던 이는 남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나라의 중요 사건을 담당하는 두 부서를 모두 장악한 것이다. 반면 억울한 누명을 쓴 이는 복귀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추미애 전 장관을 경질했을 때만 해도 뭔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대통령은 자신이 징계를 재가했던 윤석열 총장을 “우리 정부의 검찰총장”이라 부르기까지 했다. 그런데 후임 장관이 곧바로 ‘추미애 시즌 2’를 연출한다.
대통령만 바보가 된 셈이다. 실제로 검찰 인사안이 대통령 재가 없이 발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민정수석이 그 책임을 물어 법무부 장관의 감찰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청와대에서는 이를 부인하나, 대통령의 재가가 이루어진 과정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보고되는 과정과 재가 과정은 통치행위로 봐야 한다.” 인사안이 재가 없이 발표된 게 사실인 모양이다. 그게 통치행위였단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된다. 이 나라는 누가 통치하는 것일까? 대통령을 건너뛰고 인사안을 발표하는 것은 대체 ‘누구의’ 통치행위일까?
조국은 가게무샤인가
장관이 말한 “우리 편”은 누구일까. 조국 라인? 그동안 검찰에 관련된 일은 현직이 아닌 전직 장관이 지휘하다시피 했다. 법사위에 포진한 강성 의원들의 검찰 해체 공작도 그와 조율된 느낌이다.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시에도 법무부 문안이 조국 라인을 통해 밖으로 샌 바 있다.
전직 장관이 SNS로 검찰 해체를 독려하고 당 전체가 그의 춤에 장단을 맞춘다. 중대범죄수사청도 처음엔 몇몇 초선 의원들의 객기로 보였으나,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라며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자 아예 여당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졌다.
이들이 검찰을 해체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검찰총장 징계가 불발로 끝난 것에 대한 공적인 보복, 다른 하나는 자기들을 기소한 데에 대한 사적 복수다. 조국을 위시하여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려 드는 이들은 대부분 검찰에 기소되거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사실 조국 라인 초·재선의 막강한 영향력은 그것이 정권 실세의 이해와 일치한다는 데서 나온다. 즉 친문실세들이 이들을 앞세워 자기들을 향한 검찰의 수사를 무마하고, 지지층을 정치적 흥분상태로 유지해 지지율을 관리해 온 것이다. 장관이 말한 “우리 편”은 이들을 가리킬 게다.
누가 국정을 농단하는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게 그저 자기 ‘개인’을 따돌린 것에 대한 항의는 아니었을 게다. 그가 대통령에게 법무부장관에 대한 감찰을 건의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감찰’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민정수석이 그 사안을 감찰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라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검찰총장 징계사태의 책임을 물어 추미애 장관을 경질한 것은 국정의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었다. 그런데 이를 신임 장관이 뒤집어 대통령을 실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민정수석의 눈에는 이것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비친 것이다.
조 전장관에 대한 수사를 대통령 인사권에 도전하는 ‘쿠데타’라 우기더니, 진짜 쿠데타는 자기들이 한 셈이다. 일각에선 그 배후로 ‘부엉이 모임’ 출신들이 만든 ‘민주주의 4.0’을 지목한다. 법사위원장부터 법무부·행안부·중소벤처기업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이 ‘친문 하나회’에서 차지했다.
문제는 대통령이다. 법무부 장관이 들고 온 인사안이 ‘추미애 시즌2’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 안을 추인해 줬다. 대통령이 이들 친문 하나회 세력에 끌려다닌다는 얘기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하더니, 정작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이들은 따로 있나 보다.
문제는 대통령 자신이다
그들은 늘 하던 버릇대로 했을 게다. 어차피 대통령도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최순실의 뜻이 곧 박근혜의 뜻이 아니던가. 내 뜻이 어차피 대통령의 뜻이니 대통령은 이심전심으로 건너뛰어도 된다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고, 신 수석은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국정농단으로 본 것이리라.
신 수석이 복귀하면서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한 것은 그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을 정상화할 것인지, 앞으로도 이들의 국정농단을 방관할 것인지 결정하라는 얘기다. 대통령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아니, 그 결단조차 대통령이 내리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나마 사표 파동 덕에 정권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다른 한편, 별것 아닌 사건을 우리고 또 우려먹은 사골 임은정 검사에게는 수사권이 쥐어졌다. 그에게는 친노 대모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받은 뇌물의 악취를 제거하는 작업이 맡겨질 것이다. 모종의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로써 사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레임덕이 걱정돼 수술하다 말고 절개한 부위를 급히 봉합한 것일 뿐, 대통령을 ‘패싱’한 농단의 세력과 기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복귀한 신 수석이 오래 버틸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청와대에서 감시자의 역할을 계속하는 한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 편’의 정의
새로운 일이 아니다.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될 때마다 늘 사달이 났다. ‘정의’란 편을 가리지 않는 공정함을 가리키나 정의부(=법무부)의 장관이 ‘우리 편’의 정의를 실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민심은 정권을 떠났지만, 지지율만 돌아오면 그들은 같은 짓을 반복해 왔다.
어디 검찰에만 그랬던가. 감사원장에게도 ‘우리 편’이 되라고 종용했다.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을 통해 농단을 하고, 판사들의 편을 갈라 우리 편은 유임, 다른 편은 교체했다. 이렇게 공정이 요구되는 기관들의 장을 ‘우리 편’ 만들어 정의를 사유화(私有化)하는 것이 이 정권의 DNA가 됐다.
이 정권의 남다름은 ‘우리 편’의 정의를 아예 신념화했다는 데에 있다. 그들에겐 그게 나쁘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정치를 전쟁으로, 즉 적과 나를 가르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전쟁터의 ‘정의’는 공정이 아니라 승리. 그래서 정의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들까지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이다.
내가 하면 착한 농단, 남이 하면 나쁜 농단. 이것이 ‘우리 편’의 정의다. 정의의 사유화는 비리를 감추고 특권을 지키는 데에 필요한 것. 그들도 어느새 잃을 것보다 지킬 게 더 많은 기득권층이 됐다는 얘기다. 하긴, 블랙리스트에 사법농단에 이제는 국정농단까지, 탄핵당한 정권과 뭐가 다른가.
역주행하는 민주주의
‘우리 편’의 정의가 지배하는 곳은 기회주의자들의 천국이 된다. 진정으로 슬픈 것은 이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이들이 고통을 받고, 직분을 지키는 이들이 핍박을 받는다. 거짓을 말하는 이들은 영전하고, 직분을 배반하는 이들은 출세한다. 그 우울한 광경을 우리는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역겨운 것은 그 짓을 역사적 사명으로 아는 그들의 허위의식이다. “역사의 전진을 위해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한다.”(이낙연 대표) 자당 지자체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르는 선거. 후보를 내지 않는 책임정치에서 당헌을 바꿔 후보를 내는 무책임 정치로 가는 것이 “역사의 전진”이란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내가 뉴스를 듣고 고속도로를 타는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조심해. 거기 차 한 대가 역주행하고 있대.” 남편이 대꾸한다. “한 대가 아니야. 차들이 다 역주행하고 있어.” 앞으로 달린다는 그의 신념이 다른 운전자들에겐 악몽이 된다. 대한민국은 그 고속도로를 닮았다.
노무현 정권이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을 했다면, 문재인 정권은 역사의식의 방향을 잃고 아예 역주행을 한다. 저 도로의 무법자를 누가 멈출 것인가. 폭주에 제동을 거는 일은 결국 유권자의 몫으로 남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https://cohabe.com/sisa/1887337
정치진중권 文 깨달았을까, 신현수가 분개한 '우리편'들의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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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가 이런일로 깨달았을거면 이리 하지도 않았지
그걸 깨달을 사람이면 진작 사과부터 했을듯
ㅋㅋㅋ 빡세게 썼네요
중권이형 정신차렸나 보네
정말 제2의 국정농단이 있다라고 봅니다.
문재인은 그냥 허수아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
암튼 손혜원 오늘도 1승추가
민주화를 외치던 것들이였는데..황당하기 까지함
아쫌냅둬// 유재일은 박성준 (한명숙 남편) 이라고 보더군요
차라리 비선실세가 있다면 그러려니 싶네요.
비선실세도 없는데 저런 정신머리면 ㅋ
문재앙이 깨달을리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조국 만능주의에 빠져있네요. 정부편이라 생각하는 인사만 보고 검찰총장편 인사는 안보셨나보네요. 정부 구성이 같은 목표로 맞춰가는게 중요하지 헤드쿼터가 여러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nettrue// 그렇죠. 임은정 같은 유능하고 공명정대한 사람에게 권한을 줘야죠
당시 박근혜 국정농단을 보고도 명예로운 퇴진 돕겠다 드립을 친 이유가 있죠. 남일 같지가 않으니
문그네 탄핵해야 하는데
대학 시절 운동권이라고 보면 딱 맞아 떨어져요.
수배 받아 도망치는 선배가 뒤에서 조직 움직이고.
얼굴마담 따로 있고, 감옥 갈 애 따로 있고, 사상교육 시켜 꽃병 던질애들 따로 있고.
다 역할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백부님 대학동창(스카이 나오고 이름만 대면 알 회사임원이었던)분이 감옥까지 간게 모 조직 바지사장하다덤터기쓴거때문이었어요
바지사장이 무서운건 싹 털릴땐 철저하게 주변인이 배신하는거고 배신당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컨트롤한다고 믿는겁니다
그냥 문씨가 본원임
탄핵감인데 ... 코로나로 방어하고 있으니
이정권도 지난 정권처럼 백퍼 비선실세 있을거라 봅니다
진중권씨 정말 글을 잘 쓰네요. 저걸 실어주는 중앙일보도 대단하고요. 아니 영리한건가.
촌철살인이네요....핵심을 찌르는 말들...그러나 대깨들은 절대로 이런 글 안 읽습니다....ㅠㅠ
갖가지 카르텔을 뭉뚱그려 만들어낸 정권인지라 지분있는 막후실세가 여럿있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긴합니다 감찰관도 공석인지 5년째인데 법의 사각지대인 청와대를 들여다보지 않는이상 모든 추측은 뇌피셜에 불과하겠지만요
안타깝게도 대통령이 주변인사들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분별력이 있다거나 명민하지 않아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얼굴마담에 불과하고 주변 놈들이 자신을 이용해 먹었구나라는걸 알아챘어도 체면상 얘들이 내 말 안듣고 무시한다라고 주변에 말할수도 없죠.별 문제 아닌척 넘어갈수밖에.
추천
읽어들 보시라고 ㅊㅊ
유재일 피셜 배후가 박성준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건 너무 나간듯 하고 개인보다는 세력간의 임기말 권력다툼에서 청와대조차 180에 꼼짝 못하는게 아닐런지
실세를 콕 찍어서 누구라고 하기 어려울수도 있을겁니다. 이미지 멀끔한 노통 친구 내세우고 환경이나 여성, 좌파시민단체, 운동권 등이 주축이 되어 정권잡은 일종의 연립정권이니까요.
진영논리에 취해서 정의의 개념을 잃어버렸죠. 심지어 자신들이 규정하고 외치던 정의이었음에도
역주행의 비유 와닿네요 "미친 놈들이 모조리 역주행하고 있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뭐 따로 구분할 필요 있나.
진짜 애도아니고 자기편이면 무조건 감싸고 자기편이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고.. 앞으로 수많은 선거에서 민주는 절대로 뽑지 않을듯
문재앙 하는 일이 "정의"라고 포장만 하지마라 이 쓰레기야
마지막 두 문단이 핵심이네. 언제나 정신 차릴지.
그걸 깨달을 놈들 같으면
ㄷㄲㅁ이라 부르지도 않죠.
대갈이 터져도 문두환 문대갈
캬야 날이 선 문장들 기가 맥히네요
박그네처럼 문재인도 이제 하야해야..
저 도로의 무법자를 누가 멈출 것인가. 폭주에 제동을 거는 일은 결국 유권자의 몫으로 남는다.
마지막 문장처럼 투표 잘합시다. 조작선거 철저히 감시하고
그걸 아는 인간이믄 조씨한테 마음의 빚이있다는 소리는 안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