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1년을 보내고 느낀점과 앞으로 육아휴직 하실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남겨봅니다.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거나 예비아빠들을 위한 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육아휴직을 한 경험이 있거나 육아 베테랑 선배님들은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을 것입니다.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육아휴직급여의 빠듯함
- 작년 기준으로 육아휴직 급여는 1~3개월 100%(최대 250만원), 4~12개월 40%(최대 120만원)이 지급되었습니다. 그리고 4개월부터는 25% 공제 후 지급되며(1~3개월 공제없음) 공제된 금액은 복직 후 6개월 근무하면 신청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4~12개월은 월 90만원을 수령하며 월 30만원은 공제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공제된 270만원은 복직 후 6개월 뒤 신청하면 한 번에 입금됩니다. 그리고 육아휴직 급여는 매월 1일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냥 육아휴직 들어가면 자동 입금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신청하면 보통 3~5일 내에 입금 됩니다.
2022년부터 육아휴직급여가 인상된다고 하던데, 저는 굉장히 빠듯했습니다. 아내가 고소득 직업이 아니고, 대출금도 있어서 저축이나 재테크는 생각도 못 하겠더군요. 4개월차 부터는 마이너스가 생기는 달도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직장에 눈치를 봐야해서라고 하지만 월소득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참고해서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2. 직장 > 집콕육아
- 제 딸은 어린이집을 일찍 간 편입니다. 보내고 싶은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었는데 곧바로 안 보내면 대기를 해야 하는지라 조금 이르게 갔죠. 문제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어린이집의 가다가 안 가다가..를 반복 한 것입니다. 때문에 집콕육아를 하는 기간이 늘어났고.. 2달 정도를 쭉 집콕육아를 한 적도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장모님이랑 처제가 도와주기도 했지만.. 그땐 와.. 정말 전쟁이더군요. 얼른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올해 직장생활 11년차인데 육아보다 평일 풀야근을 하는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기가 낮잠 자는 시간이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인데.. 이 마저도 휴식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장난감 정리,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등등 다 하고 애기가 아직 잔다 싶으면 저도 같이 낮잠 좀 자면서 체력 보충 했었습니다. 점심식사는 아기가 낮잠 잘 때 겨우 하곤 했는데 귀찮은 나머지 제대로 차려 먹지는 못 하고 인스턴트를 많이 먹었네요. (라면, 냉동볶음밥 등) 어차피 차리면 그것도 집안일이 늘어나니까.. 귀찮아 지더라구요.
3. 아빠 육휴를 보는 시선
-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은 격려(?)와 연락을 해주셨습니다. 대체로의 반응은 ‘대단하다’, ‘좋은 아빠다’, ‘잘 할 수 있겠냐.’ 라는 반응이었는데.. 저는 제가 크게 대단하다는 생각해 본 적 없고 자녀가 생기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덤덤했던 것 같네요.
코로나가 심하지 않을 때 낮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적도 있었는데 대낮에 아기띠를 한 남자를 보기 쉽지 않아서인지 많은 눈길을 느낄 수 있었네요. 어르신들이 말을 많이 걸기도 했는데,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근데 아빠라서 그런지.. 자리 양보는 잘 안 해주더군요 ㅋㅋ
백화점이나 마트를 가기도 했는데 가끔 보면 유아휴게실이 수유실과 함께 되어있어서 남자출입금지로 해놓은 경우가 있더라구요. 밖에서 눈치를 보다가 들어가서 후딱 기저귀 갈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4. 모든 것은 놀이처럼
-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밥 먹이기 였습니다.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저는.. 국은 아내가 저녁에 만들어준 것으로 먹였고, 집 근처 유아 반찬가게에서 배달 시켜서 먹이곤 했습니다. 근데 그마저도 잘 안 먹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먹다가 떨어트린 음식물로 바닥이 엉망이었는데.. 이건 비닐을 사서 깔아놓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횟집에 가면 테이블 위에 까는 비닐 있죠? 그게 정말 유용하더군요. 나중에는 밥 먹이는 것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는데, 노래를 개사해서 불러주면서 먹이거나 애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먹였습니다.
배변훈련도 놀이처럼 했습니다. 화장실 갈 때 항상 애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갔고, 변기에는 스티커를 붙여놔서 친근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변기에 앉아서 용변을 보는 것을 어려워 하지 않더라구요. 잘 하길래 팬티를 사서 입혀봤더니 한 사흘 정도는 실수했고, 일주일 만에 성공했습니다. 22개월에 기저귀를 떼서 26개월인 지금까지 잘 하고 있네요.
대화도 놀이처럼 많이 했습니다. 아기가 좋아하는 것이 자주 바뀌더라구요. 맨 처음 뽀로로에서 핑크퐁, 바다동물, 요즘에는 공룡을 좋아하는데.. 아기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대화를 했습니다. 재울 때도 대화를 항상 했구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 수다쟁이 딸이 되어있더군요.
머리 감는 것도 딸이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였는데 이 때도 노래를 불러주면서 하니까 금세 적응해서 잘 하더군요.
5. 정보에 민감해져야..
- 저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맘카페에 가입을 했습니다. 활동이 목적이 아니라 정보 수집이 목적이었고.. 역시나 유익한 정보들이 많이 있더군요. 맘카페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인스타를 통해서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아무래도 아기랑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겠더라구요. 육아종합지원센터도 굉장히 열심히 이용했는데, 2주마다 장난감을 빌릴 수 있으니 너무 좋았습니다. 이외 문화센터나 마트, 백화점, 장난감가게, 공원 등 모든 정보를 다 꿰고 있으면 주말이나 시간 날 때 이용하기 좋더라구요. 특히 아기들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있는 식당이 제일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6. 결론, 행복한 1년 이었습니다
- 육아휴직 1년을 하면서 허리디스크도 도졌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한의원도 다니고 통증주사도 맞았습니다. 체력적인 부침도 많았구요.
그래도 너무너무 행복한 1년 이었습니다. 딸의 애교와 수다를 매일 들을 수 있었고,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다는게 너무 좋았네요. 딸은 저와의 1년을 기억 못하겠지만 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1년 이었습니다. 혹시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는 아빠들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네요. 나만 당할 수 없ㅈ.. 가 아니라 평생 겪어보지 못한 1년을 경험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22개월에 기저귀를 떼다니 대단하네요 ㅜㅜ 울 애기는 아직 구석에 가서 혼자 응아 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수고하셨고 그 기간동안 행복하셨길 바랍니다.
우와 레알 육아대디 글이네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직장 옮기면서 한 3개월 일 쉬면서 아내랑 공동으로 해도 너무 힘들었는데... 정말 직장 빨리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을 통해 아이와 더 친밀해진 것은 정말 좋았습니다 ㅎㅎ
그죠ㅎ그시간은 평생 다시 올수 없는 시간이죠ㅎ
육아+가사노동이 정말 힘들긴 한가봅니다. 풀야근이 낫단 얘기 많이 보네요 ㅋㅋ
중간에 살짝 본심이 나왔....ㅋㅋ 아니고 대단하시네요. 참 좋은 아버지 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생 하셨습니다. 신생아 육아는 정말 힘들죠. 그렇지만 보람도 있구요.
최선을 다한 아버지네요. 박수
22개월에 기저귀 떼기도 가능하군요 ㄷㄷ 말도 빠를듯
대단 하십니다.
이게 육아죠.
한번씩 독박 육아니, 돌봄 감옥 타령하는 거
보면 자기 자식 키우는 거 맞나 싶더라고요.
육휴 힘들긴 한데, 더 하고 싶지 않으시던가요? 그래서 전 전업주부가 됐어요 ㅋㅋ 한명 더 낳고 육휴 한번 더 하시길
4-5번 절대 공감. 전 육아를 한적 없지만요.
저희 가족들, 형과 누나 육아하는거 보고 많이 배웠는데
모든건 다 놀이로. 그리고 엄마들 정보력과 단결력. 미친것 같더라고요;;;
형이 하는 말이... 애들과는 놀아주는게 아니라 같이 노는거야. 라고 해서 한방 먹었는데.
진짜 애들은 놀아주는게 아니라 같이 노는거다. 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하더라고요.
그러고 나니 저도 조카들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훨씬 행복해졌고 지금은 조카들 바보입니다 ㅠㅠ
저도 3개월했는데 공감가는게많네요
저는 아직 취업도 하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결혼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꼭 육아휴직을 통해 어릴 때 같이 시간을 보내고, 더불어 아내의 빠른 복직도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신 선생님 덕에 현실적인 것을 알 수 있었고,그 결론이 행복했다는 점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그대로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감사하고, 대단하십니다
딸도 이런 아빠가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17년도에 저도 근 1년 육휴했었죠. 코인 불장인데.. 돈 없어서 못했어요 ㅠㅠ
아이들과 정말 많이 친해지고 이해하게 된건 있으니 그게 소득이라 생각하고 삽니다.
둘째는 울때 '아빠~'하고 울었어요
그러니 전업 욕하지들 마세요. 대단히 좋은 경험 하셨네요. 행복하세오.
멋지시네요. 애있는 유부직원들이 다들 회사와서 쉰다고 할정도니 육아가 참 어렵죠.
저도 지난 한 해 1년 육휴하고 3월 복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6월에 둘째 출산한 와이프와 동반휴직해서 함께 육아하는데(당시 첫째 14개월),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했었어요. 그런데 복직을 앞두고 있는 요즘은 시간이 더디 가길 바랍니다. 작성자님 말씀처럼 되돌아보면 잊지못할 1년이었어요. 이 시간을 기억못할 아이에게 증거물로 사진을 열심히 찍어놓았습니다ㅋ
지금 애기 재우면서 봤는데 담장에 올라서 깜짝 놀랐네요. 추천해주신 분들, 좋은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아빠들 모두 화이팅 입니다!
주누주누론// 과찬이십니다. 댓글 보니 님도 좋은 아빠가 되실 것 같아요!
글이 너무 좋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쿠스퀘냐// 저도 사진이 수천장이네요 ㅋㅋ 그와중에 둘째라니 두분 다 대단하십니다!
육아휴직 1개월차입니다. 글 내용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도 큰 아이기저귀 떼는 숙제가 있는데 고민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수유실 분리는 꼭 필요함
저도 내년 예정입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육아휴직에서 제일 힘든게 금전 문제입니다.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분들이야 버틸만 하지만... 육아가 힘들다고 하지만 그 시간이 제일 좋았네요. 어린이집 가기 전이라 온전히 둘이 같이 있으면서, 코로나 전이라 둘이 공원도 가고, 동물구경도 가고, 수족관도 가고...
저도 6개월 육휴하고 복직했습니다
그렇게 힘들던 회사일이 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전 얼집가기 전이라 혼자 독박육아 풀로 했는데..
몸이 축나더라구요 정말
멋있습니다. 저도 꼭 해보고싶네요..ㅇㅅㅇ
멋있습니다! 저도 곧 도전해보렵니다~!
휴직급여는 정말로 회사가 알아서 주는줄 알았는데 따박따박 신청해야하는거 알고 충격; 1년여 다되어가니 왜 우울증 오는지 이해도 가더군요. 코로나로 집콕육아해야하는게 더 환장...
3,6 공감합니다.
3. 저의 대단한 의지보다 회사에서 가능한 상황이라 어느정도 혜택 받으려고 썼는데 주위에서 굉장한 칭찬을 받았네요 ㅎ 공기업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사기업 다니는 분들은 쉽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6. 전 4개월 했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짧은 시간이도..
크 육휴 부럽네요 저는 프리랜서라 둘째낳고 그냥 일 쉬면서 와이프랑 둘이 애 둘 케어했는데 진짜 힘들죠
불펜에서 아름다운글 오랜만에 봅니다 ..ㅠㅠ
출산율올린다고 헛세금 그만쓰고
이렇게 자녀키우시는분들한테나 돈좀 팍팍 썼으면 좋겠습니다
아이키우는걸 행복하다고 느낄만큼 지원해야
다음 세대들도 그거보고 많을걸 느낄건데..
마커스// 최대한 화장실이랑 친밀감을 갖게 해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BrandNew// 코로나 때문에 둘이서 여기저기 많이 못 다닌게 제일 아쉽네요 ㅜㅜ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