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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2020년 올해의 한국영화 Best 10 (간단한 리뷰, 스포 포함)
아무런 자격이나 권위는 없지만
영화 감상을 무척 즐기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2020년 올해의 한국영화 Best 10"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올해 극장에서 공식적으로 개봉한
대한민국의 극영화들을 그 선정대상으로 삼았으며,
[사냥의 시간], [콜] 등
넷플릭스에서만 릴리스된 영화들은 제외했습니다.
설혹 넷플릭스 영화를 포함시킨다 할지라도
10위 안에 포함시키고 싶은 작품은 없네요.
2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수상으로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감격스럽게 출발한 2020년 대한민국 영화계는,
코로나19 창궐이라는 전대미문의 악재 속에서
그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까지 급전직하하며
천국과 지옥의 맛을 둘 다 경험해야 했습니다.
영화를 평가하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걸작(傑作)은 별 다섯 개,
명작(名作)은 별 네 개 반,
수작(秀作)은 별 네 개,
이 정도면 추천할 수 있겠다는 별 세 개 반.
그래도 올해의 영화 Best에 이름을 올리려면
최소한 별 세 개 반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만,
너무도 아쉽고 안타깝게도
그 기준선을 넘는 영화는 불과 다섯 편에 불과하고
별 네 개를 부여한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습니다.
특히,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
단 한 편을 제외하면
평가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의
형편없는 작품성으로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그나마 2020년 대한민국 영화계의 명맥은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분전으로 유지됐습니다.
특히 신예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지요.
아래 선정한 열 편의 영화들 중
무려 여섯 편이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며,
1위, 2위, 3위 작품 모두가
그들의 자리가 됐습니다.
게다가 아래 선정한 열 편의 작품 모두가
코로나19 창궐 이전에 제작이 끝났음을 고려한다면,
다가올 2021년의 대한민국 영화계는
올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영화들이 나와줌으로써
우울과 절망의 시대를 버텨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관객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힘을 줄 수 있길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순위 선정은 당연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과 판단에 의한 것이므로
그 선정에 못마땅하신 점이 있다 할지라도
너그럽게 넘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순위는 역순으로 감독을 명시하고
간단한 소감을 첨가하겠습니다.
글 전개의 편의상 경어를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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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욕창] (심혜정 감독)
욕창(褥瘡). 보기만 해도 불편할 게 뻔한 소재를
그것도 제목으로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에두르지 않는 정공법과 은근한 유머로
원망과 부담의 대상으로 전락한 노년의 회한을
측은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뿌연 연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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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 [작은 빛] (조민재 감독)
그 누구의 삶도 영화가 될 자격이 있다.
기억을 잃을 위험에 처한 이가
가족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기록하는 기억.
어느새 캠코더 속에서 복원된
가족의 역사, 가족의 가치, 가족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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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타인의 삶 속에 내 삶이 보이고
타인의 상처가 내 상처인 듯 고통스러울 때
나도 모르게 나는 그에게 손을 뻗는다.
그가 내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잡아준다면
죽었던 우리들은 함께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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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
범죄영화 장르의 클리셰를 하나하나 깨부수며
뚜벅뚜벅 전진하는 서사의 흐름 속에서
일상과 범죄, 선과 악의 경계는 무너지고
범죄의 현장은 이 세상 가장 안온한 풍경이 된다.
태연한 긴장, 소리없는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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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나는 보리] (김진유 감독)
듣지 못하는 가족들 중 유일하게 듣는 아이는,
그래서 오히려 외로운 아이는
엉뚱한 소원을 빌며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바로 그것이 교감과 소통과 사랑의 시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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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 (김용훈 감독)
우로보로스적 플롯의 구성,
김태성 촬영감독 특유의 강렬한 색감의 촬영,
주조연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앙상블,
정성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편집이라는 네 박자가
상당한 흡인력과 충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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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도망친 여자] (홍상수 감독)
[풀잎들]에서 시종 죽음을 설파하고
[강변호텔]에서 심지어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영화 인생 2막을 닫은 듯 했던 감독은
3막을 시작하기를 여전히 주저하는 듯 하다.
돌아선 남자들, 도망친 여자들,
그러나 늘 제자리를 지키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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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옥주와 동주, 아빠와 고모.
두 남매가 함께 보내는 여름의 일상을 지켜보며
관객들은 저마다의 유년기로 돌아간다.
결핍과 상실, 갈등과 고민, 연민과 애증...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덧칠되어 각색된 회상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자랐건만
그 때 그 집과 그 공기는 왜 이리 그리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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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프랑스 여자] (김희정 감독)
몽환적이고 신비로우며
음산하고 우울한데다 심지어 섬뜩하며
죽음에 대한 꽤 깊은 성찰을 내포한 영화.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올
주마등(走馬燈)과 같은 기억의 순간들...
그 순간을 지배하는 기억들은
속죄의 기억들일까, 행복의 기억들일까.
지금의 삶이 그 질문에 답을 하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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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아픈 꿈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지난 시절의 영화들과 영화인들에게 바치는
아련하고 애틋한 송사(送辭).
지금 당장 내 방의 전구가 나가서
내가 있는 공간이 암흑처럼 어둡다 할지라도,
그래서 새 전구를 사기 위해
까마득하게 먼 길을 가는 수고를 해야 할지라도
그 수고로운 여정을
기꺼이 동반해 줄 사람들이 있기에...
가는 길, 그들을 환하게 지켜주는 달님에게
찬실이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도하니...
"믿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그 꿈에 축복을, 그 꿈에 박수를...
.
.
.
끝났습니다.
며칠후에 포스팅할
"2020년 올해의 외국영화 Best 20",
"제 멋대로 진행하는 시상식"도 기대해 주십시오.
2020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불과 보름의 시간만을 남기고 있네요.
건강하게, 무탈하게, 더 나아가 행복하게
마무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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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자와 욕창을 못봤네요
개인적인 1위는 남매의 여름밤이고 후쿠오카, 이장, 남산의 부장들, 지푸라기, 다악구, 나는 보리, 야구소녀 등도 인상작이였네요.
시분라대이// 프랑스여자 꽤 훌륭하고 욕창은 제법 괜찮습니다. 챙겨보시면서 한 해 잘 마무리하세요.
선추천 후감상
스크랩 해두고 천천히 찾아볼게요
항상 멋진 영화평 써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되세요~^^
모르는 영화가 많군요. 찾아봐야겠어요좋은글 감사합니다
하루아범// 무려 거의 다섯달 동안 영화 글을 안올렸는데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탈하게 한 해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기차타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돌아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지푸라기 빼곤 하나도 안본거네요..ㄷㄷ
잘보구 갑니다^^
찬실이는 진짜 좋았어요.! 장국영 나올 때, 캬~!
찬실이 주연배우가 우상에서 한석규 부인으로 나와 발연기 하던 분이더군요. 맞는 장르가 있는건갸
챙겨보도록 하고 잘 읽었습니다.
추천했어요.. 이런글 너무 좋아요..
어느순간 불펜에 정치병 환자들이 너무
많아져서 피곤했었는데...
안본 영화도 꽤 있군요. 챙겨보겠어.. ㅋ
기생충은 일부러 빼신건가;;; 당연히 있을줄 알았는데
찬실이 배우, 처음에는 배우 아닌 줄... 근데 이 영화에는 너무 잘 맞더군요. 연기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다른 출연작을 찾아보고 싶더군요. 보통은 진지한 역할 많이 하시는 듯. 얼마 전에 KBS드라마 스페셜에도 나오더군요.
앚스널// 기생충은 2020년 영화가 아니죠;;;
올해 한국 영화가 10개나 나왔다는게 놀랍네요.. ㄷㄷ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찾아서 감상해봐야겠네요~
앚스널//이 분 기생충 작년에 1위였나 줬을거예요
외화와 통틀어도 좋은 순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외화나 한국영화도 하락세 접어 들겠네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욕창, 작은빛은 못봤는데 메모해놔야겠네요. ㄷㄷ
저는 추가로,
남산의부장들 상당히 좋았고.
신수원 감독의 [젊은이의양지].
후반부의 완성도는 많이 아쉽고 흐트러지지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던 작품.
더불어 애니 [기기괴괴: 성형수]도
반가울 정도로 괜찮게 만든 애니라서 꼽고 싶네요. ^^
믿고보는 혁명전야님 리뷰 잘봤습니다~
오 영화 찾아봐야겠네요 베스트 작품 정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리스트 중 5편봤네요ㅎ
올해 마지막 본 잔칫날도 굉장히 인상깊었던 영화였습니다
외국영화 베스트도 기대하겠습니다
넷플릭스에서만 릴리스된 영화들은 왜 제외하셨어요 그것도 우리영화인데요
올해 영화 한국영와 총 3편인가 밖에 안 봤는데
여기서 두편 골라서 봐야겠어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순위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정말 선정 잘하셨네요.
이런 영화들 좋아하지는 않지만 꼭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흉작의 한해라고 봐도 될지..본게없네요 사실상
솔직히 안본게 태반인데 메이저급 영화 중에서 볼만한게 사실상 전무한 한해라서 안봐도 순위가 이해가 됨..
'남매의 여름밤'이 최고였어요. 잘 읽었습니다.
올해 최악으로 꼽을만한 영화들이 대거 포진되어있네요.....
안봐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