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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펌] 공보의가 바라보는 K-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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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어느 시군에서 일하고 있는 공보의이고, 코로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희 시군에서 선별진료를 맡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검체채취한 숫자만 어림잡아도 수천은 되겠네요. 일반 시민들도 코로나 방역에 관해서 선별진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간략히 알겠지만, 직접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는 입장에서 선별진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여하는 의료진들과 공무원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정부가 과연 잘하고 있는것인지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이미 몇개월전부터 관련된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으나, 계속 미뤄졌네요. 질문글 외에 장문의 글은 처음 씁니다.
1. 선별진료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코로나 검사를 위하여 민원인이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면, 처음 하게 되는것은 역학조사입니다. 인적사항 외에, 최근 2주간 다녀온곳이 있느냐, 누굴 만났느냐 등. 그리고 증상이 있었다면 언제부터 있었느냐, 초기증상과 현재증상은 각각 어떻게 다르냐. 보통 보건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 주로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간호직 공무원들이 맡게 됩니다.
 이후에 의사가 나와서 검사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판정을 하게 되지요. 아래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에 따릅니다.
 https://ncov.mohw.go.kr/duBoardList.do?brdId=2&brdGubun=28
아주 간단히 말해서 사례미해당(검사할필요없음), 조사대상유증상자(증상이 있어서 검사필요함), 의사환자(확진자 접촉 이후에 증상발현한 자)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때를 거슬러 올라가서 3월초에 선별진료를 했을때에도, 위 기준에 따라 나눠서 검사여부를 판단했지요. 그러나 수많은 진상민원인들과 행정적편의를 위하여 많은 검사를 원하는 윗분들때문에, 위 기준은 점점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검사해달라고 떼쓰는 무증상 민원인들에게 검사가 필요없다고 설명하면, 손가락질을 하면서 윗분들한테 민원넣겠다고 이름을 알아가는경우도 있었는데, 결국 위에서 그냥 증상 없어도 검사해드려라 하고 내려왔지요.  확진자가 12시에 방문했던 식당을, 그보다 2시간전에 방문했는데 불안하다며 찾아온사람들도 검사해줘야하는 일도 있었고, 넓은 카페 한쪽 구석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반대쪽 끝에서 마스크쓰고 조용히 있던 사람들도 다 검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대량발생에서 접촉자의 구분을 하는건 역학조사관의 역할이지요. 하지만 이 역학조사관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미합니다. 그들이 의학적인 판단에 의해서 검사가 필요한 접촉자들을 구분해냈을때 보고받는 지자체장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접촉자 구분은 반려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역학조사관이 의학적인 근거를 대가며 30명만 검사해야한다고 하면, 도지사, 시장, 군수들은 "아니다~ 여기 그냥 300명 전부 다 검사하자~" 이런식으로 나옵니다. 
역학조사관의 말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느냐의 차이는 시군마다 조금씩 있겠지만, 결국 의학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한 선별진료의 체계 자체는 점점 무너져온걸로 저는 느낍니다.
2. 의료진들의 불만
여기서 말하는 의료진이란, 시군 기준으로 봤을때 선별진료에 참여하는 의사(공보의)들, 공무원(주로 간호직 공무원)들이 되겠습니다.
공보의 입장에서 불만이아 굉장히 많겠지만 일단은
1) 공보의가 당연하게 코로나 업무에 동원되는것이 일단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애초에 공중보건의사라는 제도 자체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하였고, 제 1조에 "이 법은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주민 등에게 보건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이 고르게 의료혜택을 받게 하고 국민의 보건을 향상시키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되어있지요.
원래 의료취약지역에 멀리 왔다갔다 하기 불편한 고령층을 위하여, 보건지소 등에서 약을 처방할수 있게 해놓은 제도인데, 갑자기 공보의들을 죄다 끌아가서 코로나 방역에 투입했지요. 물론, 급박한 상황이고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가용할수 있는 인원인 공보의 군의관들을 방역에 일시적으로 투입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당연한것처럼 공보의들이 차출되고 있습니다. 시군에서 각자 선별진료소에 의사가 필요하면, 예산을 마련하여 의사를 따로 고용해야 할 터인데, 예산 절감 및 자기네들 말을 순순히 들어줄 의사를 찾는점 등 때문에 다른 의사를 고용할 메리트가 전혀 없지요.
2) 덕분에 챌린지
많이 지나간 이야기지만, 굳이 되돌아보면 굉장히 짜증나는 챌린지였습니다. sns에서 서로 덕분에 하면서 엄지를 치켜들고 챌린지를 이어가는데, 챌린지를 하는 의미같은게 전혀 와닿지 않더군요. 주위 다른 공보의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기부 형식이라도 있었지, 수당도 한푼 못받으면서 밤 아홉시까지 검체채취하다가 들어온날에, 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자주 하지도 않는 sns를 켜봤다가 모르는 사람의 덕분에 챌린지를 본 순간에, 굉장히 짜증이 솟구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sns 인싸들끼리 재밌게 노는것 같더라구요. 챌린지 하시는분들의 의도가 그게 아니었더라도, 당사자입장에서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수당은 초반에 예산 편성이 늦어서, 초반에 못받다가 나중에 좀 몰아서 받았습니다.
3)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그때 자유게시판에도 올라왔었는데, 고생한 의료진들 대부분은 간호사들이라고 말했었죠. 선별진료에 투입된 의료진 중에 의사 비율이 더 높았다고 댓글도 많이 달렸었고, 수많은 항의 댓글중에 저도 하나 보탰었습니다.
4) 주먹구구식 방역체계
동감하지 않으실수 있지만, 현장에서 보는 방역체계는 그렇습니다. 이태원 집단 감염이 터지니 이태원 그냥 잠깐 발 딛은 사람들도 모조리 검사하라고 하고, 신천지 터졌을땐 신천지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사람들도 명단에 있어서 죄다 검사 시키고, 불법체류자는 그냥 아무런 근거도 없이 쥐잡듯이 데려와서 검사시키고, 대구경북 일부에서 요양병원 몇개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니, 전국적으로 요양병원 종사자들과 환자들 전수조사 시키고.
의사에 관해서 얘기할때, 보통 많이 나오는 말 중에 '사명감'이 있습니다. 3,4월에 있었던 사명감도 위 과정을 통해서 많이 닳고 사라졌지요. 얼마전에도 전국 요양병원 전수조사가 있었고, 앞으로는 매달에 한번, 혹은 2주에 한번 주기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런 의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이렇게 전국에 있는 선별진료에 참여하는 의사 간호사들이 번아웃되고 있습니다.
3. 정부가 잘하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저는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잘 하고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방역은 어느정도 잘 되어왔고, 그 주축은 국민들과 의료진들이겠지요. 
첫번째로, 우리나라는 방역수칙을 굉장히 잘 지킵니다. 많은 집단감염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나라보다 확진자 숫자가 굉장히 낮은편인건,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쓰기 때문이겠지요. 역학조사에도 꽤나 협조적이구요.
두번째로, 우리나라에 공보의, 군의관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정말 운좋게요. 공보의, 군의관들이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당장 긴급하게 선별진료에 투입할만한 의사를 구하기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고, 불가능했을 겁니다.
정부가 잘하는건 대표적으로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빠르게 국민들에게 정보공유를 하고,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 알권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
결국 백신접종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에 코로나를 어느정도 확실히 잡겠다면, 다같이 2주동안 빡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합니다. 실제로 5월쯤이었나, 확진자 0명이 나온날이 꽤 있었고, 그때를 기회로 삼아 조금만 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돌아보게 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냥 격상할 수 없는게,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일텐데, 결국 이렇게 몇달을 끌어올거였으면, 그냥 2주 눈 딱감고 다같이 셧다운 했어야했구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결과론적이지만요.
 최근에는 전국 시군구에 3억여원씩을 뿌려서 선별진료소를 새로 건축하라, 1억원씩을 뿌려서 호흡기클리닉을 설치하라고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죄다 예산 낭비고, 선별진료가 이루어지는 현장의 실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작 몇달전쯤에 전국으로 워킹쓰루 장비를 표준화해서 하나씩 뿌렸으면 몰라도.
 시군에서는 지자체장의 오더로 수십개 수백개씩 필요없는 검사가 이루어집니다. 이것도 다 세금이겠고, 코로나 검체 관련 회사들만 배가 부르겠지요. 가장 화가 나는 점은, 이 검사수를 가지고 지자체장들끼리 서로 경쟁한다는 얘기가 한번씩 들려온다는 겁니다. 
공무원들이 한줄한줄 역학조사를 해내고, 의사들이 면봉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해내는 검체 하나하나가, 결국 윗분들한테는 숫자 1,2,3이 될뿐입니다. 그 검사들이 모두 필요한 검사였다면 불만 갖지도 않습니다. 
맨 꼭대기에 있는 보건복지부에서도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이 힘을 낼만한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의사들이 정은경을 욕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부분적인 공감은 합니다. 그분이 정말 의학적인 판단을 근거로 하여, 방역에 관해서 오피니언 리더가 되었다면, 조금 더 효율적인 방역이 되었을 것이고, 의료진들의 번아웃도 덜할겁니다. 결국 지차제장들의 눈치를 보며 의사의 양심을 버리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검사를 하고 있는 의사들이나, 저 꼭대기 윗분들의 비의학적 방역을 단순 브리핑해주는것처럼 보이는 정은경씨나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공의료는 턱없이 부족하고 민간의료에 대부분의 의료를 의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구조에서, 제 값을 주고 의사들을 고용해서 선별진료소에 투입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의 번아웃도 생각해야 합니다. 
저야 공보의라서 계속 일을 해야하지만, 주변에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휴직하고 싶어하는 공무원들을 보면 더 안타까울 때도 많습니다.
의학적인 근거에 납득할만한, 정치방역이 아닌 제대로된 방역정책을 원합니다.
검사숫자를 지차제장들끼리의 실적싸움으로 쓰이게 하지 말아주세요.
쓸데없는 예산낭비 할시간에, 자영업자들 지원금이나 더 주면서 사회적거리두기를 더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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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쭉 쓴거라 글이 정돈되지 않았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 시군마다 돌아가는 모습이 차이가 조금 있을수 있어서 부분적으로 일반적인 내용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댓글
  • 훠훠훠재앙이네요 2020/11/26 09:01

    고생은 의사가 하고 생색은 정부가 내는 웃기는 상황이네요

    (ZHkWin)

  • Charlietdot 2020/11/26 09:01

    잘 읽었습니다

    (ZHkWin)

  • 젊은날의초상 2020/11/26 09:02

    추천

    (ZHkWin)

  • 재개발 2020/11/26 09:03

    문재인의 의사 간호사 갈라치기는 정말 최악

    (ZHkWin)

  • 난난데요 2020/11/26 09:05

    의학적근거에납득할만한정치방역이아닌제대로된방역정책을원합니다

    (ZHkWin)

  • 3M야옹이 2020/11/26 09:06

    "넓은 카페 한쪽 구석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반대쪽 끝에서 마스크쓰고 조용히 있던 사람들도 다 검사하게 됩니다"
    이정도는 그래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있을듯.

    (ZHkWin)

  • 국대나지완 2020/11/26 09:07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인걸 문재인은 알고 있습니다.

    (ZHkWin)

  • 9회말2아웃 2020/11/26 09:18

    "
    저는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잘 하고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방역은 어느정도 잘 되어왔고, 그 주축은 국민들과 의료진들이겠지요.
    첫번째로, 우리나라는 방역수칙을 굉장히 잘 지킵니다. 많은 집단감염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나라보다 확진자 숫자가 굉장히 낮은편인건, 사람들이 마스크를 잘 쓰기 때문이겠지요. 역학조사에도 꽤나 협조적이구요.
    두번째로, 우리나라에 공보의, 군의관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정말 운좋게요. 공보의, 군의관들이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당장 긴급하게 선별진료에 투입할만한 의사를 구하기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고, 불가능했을 겁니다.
    정부가 잘하는건 대표적으로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빠르게 국민들에게 정보공유를 하고,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 알권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
    엠팍 여론과 비슷한 의견이군요.

    (ZHkWin)

  • 공기도둑 2020/11/26 09:40

    k방역은 공보의 와 공무원들 갈아서 겨우겨우 틀어막는 것인데, 윗대가리들하고 몇몇 진상들은 더 갈아넣으라고 떼쓰는 형국

    (ZHkWin)

  • 눈초 2020/11/26 10:13

    신천지 터진거 우린 수습되고 유럽 일본 터질때 일본에서 우리보고 전시상황이라 공보의라는 특수한 존재가 있고 이게 방역의 주요키 중 하나 라고 한적있죠.
    물론 시간지나 토사구팽하고 시민단체 꽂길전형에 남원에 땅부터 판거 정당화하실려다보니
    우리 대통령은 이모든게 간호사덕이라고 갈라치기 하셨지만.ㅋㅋ

    (ZHkWin)

(ZHk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