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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 OB 베어스 선수들 인성.

지금은 해외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고 여유가 없어서 야구 챙겨보지는 못합니다만 예전만 못하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어제 보배에 올라온 잘나신 야구 선수들이 꼬마팬들 싸인 요청 생까는 글을 보니 50이 다되어 가는 저도 막 화가 나네요.

한국 야구 수준도 떨어졌지만 누구 때문에 자기들이 돈을 버는지 그리고 꼬꼬마 팬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만 해도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문득 37년 전인 1983년 국민학교 4학년 때의 야구 선수와 관련된 에피소드 떠올라 글 올려 봅니다.

본가가 경남 창원인데  친구들이 알려 줍니다.

동네에서 멀지 않은 운동장에 당시 OB 베어스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TV에서나 보던 야구 선수를 직접 본다고 하니 믿기지 않아 동생 데리고 바로 거기로 달려 갔습니다.

기대 안하고 갔는데 그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 정말 눈 앞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2학년 밖에 안된 동생이 싸인 받아 달라는데 뭐 쑥스럽기도 하고 했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선수들이 쉬는거 같아서 가방에서 공책은 꺼내들고 쭈뼛거리면서 다가갔습니다.

기가 죽은 채로 앞에 있는 아무 선수에게 공책을 내밀고 모기같은 목소리로 "싸인 해 주세요"했더니 땀을 닦으면서 저를 쭉 내려다 봅니다.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여길 오니? 그리고 이거 노트 쓰는거 아냐?"

순간 아무 생각이 안나서 막 울먹 거렸습니다.

그러더니 그 선수가 씩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더니 "삼촌이 장난친거야" 하면서 바로 싸인을 해주더군요..

이름을 보니 "박종훈"ㅋㅋ

한 번 싸인을 받으니 용기가 생겨서 옆에 있는 아무 사람에게 노트를 내밀었더니 또 웃으면서 싸인을 해주는데 여드름이 많은 삼촌이 웃으면서 몇 학년인지 물어 보는데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그 선수 이름은 "김광림"

그러다가 옆에 있는 덩치 큰 선수한테 가려다가 무섭게 생겨서

가만 있으니 "왜 네꺼는 안 받아?"하시면서 공책을 뺏아가서 해주네요..이름은 "윤동균"

선수들이 쉬는데 제가 싸인 받는거 보고 주위의 꼬꼬마들이 다 몰려 들었고 그때 선수들은 버스타고 갈때까지 싸인 다 해줬습니다.

키가 아주 컸던 신경식 선수도 열심히 해주던 모습..그리고 그 유명한 김우열 선수가 모자를 벗으니 앞머리가 허전 했었다는 기억이 지금도 오래 남아 있네요.

이름을 기억 못하던 어떤 선수가 공 하나 가져갈래 했는데 그때 왜 숫기가 없어서 그걸 못 받았는지..ㅠㅠ

제가 그때나 지금이나 OB(또는 지금의 두산)팬은 아니지만 지방에 살면서 유명인들을 처음 보았고 아무도 짜증 안내고 웃으면서 싸인해 주던 모습..잊지않고 있고 나중에 나도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가져 봤습니다.

지금 KBO 선수들..제발 정신 차리세요.

당신들에게는 귀찮은 존재일 어린 팬들은 평생 기억합니다.

만약에 그때 OB 삼촌들한테 "저리가라 이XX야"라는 말을 들었으면 아마 그 트라우마가 평생갔겠지만 저는 적어도 그 분들 덕분에 한국 야구 응원하고 더 잘 되기만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참..그리고 우연히 고등학교 때는 그 유명한 '슈퍼스타 감사용'아저씨가 바로 저희 옆집에 살았었죠..

지금은 연세가 많이 드셨겠지만~ '감X호 아버님..김사용 선생님..예전에 창원 가음정동 XX 아파트 옆 집에 살던 학생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허허 웃으시는 소박하신 모습 너무 그립습니다..건강하세요!'

37년 전 어린이의 꿈을 꺽지 않으셨던 OB 삼촌들..항상 건강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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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De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