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화의 계승자가 아닌 이유.jpg

2500년 전 공자가 등장해

유교의 가르침을 펼치면서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고

공자의 직계 후손에게도 작위를 내려 대대로 세습하게 했다.

왕조도 여러 차례 바뀌고

작위의 명칭도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그에 관계 없이 한족 왕조든 비한족 왕조든 가리지 않고

중화를 상징하는 유교의 창시자 공자의 후손을 우대했다.

금나라가 침입해 북송이 멸망하자

남쪽으로 내려간 남송이 중화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성공 공단우를 함께 데리고 갔고,

이에 금나라는 공단우의 동생 공단조를 연성공으로 세워

서로 대립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심지어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이 성립한 후에도

공자의 직계가 세습하던 작위인 연성공을 없애지 않고

'대성지성선사봉사관'이라고 개칭한 뒤

그 지위를 장관급에 준하도록 결정했다.

나라의 국체는 군주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뀌었더라도

중화의 정통성은 국체와 관계 없이

계속 잇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중화민국 총통이었던 장제스는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게 밀리게 되자

타이완섬으로 정부를 옮기면서 남송이 그랬던 것처럼

대성지성선사봉사관 공덕성도 함께 데리고 갔으며,

공덕성은 대만의 5부 중 하나인 고시원의 장관직을 맡는 등

고위 공직을 역임하고

대학교에서 중국 전통문화를 강의하다가

2008년 세상을 떠났다.

공덕성의 사망에 따라 대성지성선사봉사관 직위는

공덕성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공유익을 건너뛰어

손자 공수장이 세습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대만은 중국의 역대 왕조가

공자의 직계 후손을 우대한 걸 본받았으므로

중화를 계승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중국 대륙을 장악한 중화인민공화국은

금나라처럼 새로 대성지성선사봉사관을

세우지 않고

산동성 곡부에 있던 공자 유적을 홍위병했다.

한족이 오랑캐로 비하한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도

공자를 존숭하고 그 후손을 우대했는데

이런 오랑캐조차 하지 않았던 엄청난 폭거를

대만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공덕성은

아버지를 포함해 역대 조상들의 무덤이 있는

곡부의 공림에 매장되는 것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중국 대륙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다.

21세기에 와서 중국이 공자를 띄우고 있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보았을 때 중화의 계승자는

공자의 직계 후손이 건너간 대만에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