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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장문) 오스트리아에서 호박잎 한번 먹겠다고..

안녕하세요 불펜 서식 외노자 웅스파덜입니다
전에 살던 곳보다 지금있는 비엔나는 한인 슈퍼, 중국 슈퍼가 잘 구비되어 있어
앵간한 한식 재료는 구할 수가 있는데
나물 및 야채류는 아무래도 접근이 어려운 분야이고
이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것은 깻잎...
(오래 해외 생활하는 한국인 100이면 90은 깻잎을 그냥 키우심 ㅋㅋ)
깻잎 하위 레벨에 콩나물 정도?
숙주는 종종 있으나 콩나물도 외노자분들의 주요 집 재배 작물이더라구요
의외로 해외에서 잘 구할 수 있는 나물류에는 명이가 있습니다.
블로그보면 초봄에 많이들 명이 캐러 가시는 것 같아요...
장아찌로 절여서 삼겹살이랑 먹기 좋고
오래 보관이 가능해서 한철 뜯어서 한해 먹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저희는 철이 조금 지난뒤에 알아서
핫 스팟만 잘 기억해두고
내년에 꼭 다시 따러 갈 예정입니다
본론으로...몇 주전부터 집에 계신 감독님이 호박잎이 먹고 싶다며 지나가다 호박 키우는 집만 봐도 한참을 두리번 두리번 하더군요...
베란다에 키우기엔 이미 철이 지나버렸고.
타향 살이 하다, 문득 한가지 먹고 싶은 음식이나 메뉴에 꽂히면
그게 머리에서 잘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육식파이기에 나물에 큰 소구는 없는 편인데도,
옆지기가 종종 이야기하니 저도 갑자기 강된장에 호박잎 싸서 먹는게 갑자기 땡기기 시작합니다 ㅠ
호박잎은 여기서 누구도 먹지 않는 식재료라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옆집에서 키우는 호박잎을 뜯고 싶은 충동까지 들더라구요.. ㅠ
다만, 여기도 도심만 지나면 농가들이 제법있고,
종종 직거래하시는 분들도 있기에
지난 일요일, 구글신에게 도움을 요청해봅니다
마침 집에서 40분 거리에 호박 농장이 나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4대째 호박 농사를 지어오는 곳이고 할로윈으로 핫해지는 9월 10월은 무려 일요일도 영업을 한다고 나옵니다!!
보나마나 호박잎은 팔지 않을 것 같았기에
저의 전략은 할로윈용 호박을 한두개 사고
호박잎 좀 별도로 얻어가거나 사가는 것으로
부탁을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감독님 손을 잡고 일단 집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비엔나 서편, 행정구역으로는 비엔나를 살짝 벗어나는 지역으로
막상가보니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이 등장하며 기대감을 높여줍니다
호박잎을 구할지 못구할지에만 촉각이 곤두서서
사진따위는 찍을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도착을하니 일요일임에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농장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 일단 기대가 되더라구요

안에가보니 각종 호박과 같은 박류인 수박, 그외 감자, 토마토 등 딱봐도 집에서 키운 것 같은 유기농 야채와 과일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획대로 아이들이 만들 작은 호박 2개,
감독님이 좋아하는 단호박,
그리고 잘익은 수박하나를 담고 계산을 합니다..
저는 짧은(없는) 독일어 실력자니까
주요 단어만 외워서 현지인을 마주할 준비를 해왔는데
계산해주시는 분이 딱봐도 주인집 따님인데
젊고 예쁜데다 영어까지 해주십니다 ㅎㅎㅎ
제가 수줍게 호박잎 좀 살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걸 왜 찾냐는 표정을 잠시 짓다가,
이내 밭에나 가야 구할 수 있는데,
농장에서는 2km나 떨어져서 어쩔수 없다고 말해줍니다
제 실망하는 표정이 불쌍했는지,
직접 밭에 가서 따가도 된다고
친절하게 밭 위치까지 설명을 해주시더라구요 ㄷㄷㄷㄷ
마음씨까지 착한 따님에 감동 먹고,
호박은 건들지 않겠노라며 농장을 나섭니다
안내해준 곳이 가니 호박일 굴러다니는 밭이 보이더라구요
하필 밭 옆이 개 훈련장 같은 곳이어서
동양인 남녀가 밭쪽으로 접근하니
사나운 녀석들이 헐거운 펜스까지 나와 격하게 환영을 해줍니다
전 이미 호박잎에 미친 남자.
도둑으로 오해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지?하고 스쳐가는 생각에도 반응하지 않고
밭으로만 직진합니다
그렇게 맨손으로 십여분간 20여장의 호박잎을 채굴하고
소중이들을 가방에 고이 모셔서 집에 왔습니다
감덕님은 강된장을 끓이고,
호박잎을 손질해서 삶는 동안
저는 냉장고에 보관중이던 두께 2mm짜리 오스트리아산 삼겹살을 꺼내 구워 냈습니다
첫 쌈의 맛에 감탄하고
그렇게 배불리 만족스런 식사를 한뒤
체해서 이틀간 고생했네요 ㅠㅠ
과한 탐욕은 화를 부른다는...ㅋㅋ
그래도 같이 사온 수박이 인생 수박이라
이번 주말엔 근교 나들이겸, 농장 따님께 감사 인사를 전할 겸, 수박을 사러 다시 방문해 볼 계획입니다 ㅎㅎㅎ

댓글
  • Joiedevivre 2020/09/12 05:58

    호박잎에 된장얹어먹기 인정ㅋ 그 두께에서 나오는 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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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akheart 2020/09/12 06:00

    외국에서 살때 한가지 음식 꽂히면 계속 생각나는거 공감되네요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쉽게 구할수있게되니 딱히 땡기는 음식도 없어지더라구요 ㅠ
    외국살면서 한국음식 찾아서 먹는게 가장 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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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2 06:01

    재밌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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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그리니슨 2020/09/12 06:01

    근데 저 호박은 펌킨인데
    우리나라 호박잎은 주키니잎 아닌가요?
    맛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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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04

    Joiedevivre// 호박쌈은 강된장에 두툼히먹는게 최고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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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떽무새 2020/09/12 06:04

    타지에서 고생하시네요 항상 잘보고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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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05

    Oakheart// 맞아요, 한두개 음식으로 갈증이 채워지면 그 뒤로 생각도 안나는게 함정이에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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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06

    왕// 글쓰다 몇번 날라가서 급 마무리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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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모의시간 2020/09/12 06:07

    깻잎은 엄청 잘 크고 잘 번식함
    한국에서 씨 조금만 가져가서 심어두면 매년 알아서 자랄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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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07

    앵그리니슨// 애호박이나 호박이나 맛은 같다고 하더라구요 애호박잎이 더 작고 연하긴하겠죠
    호박잎도.최대한 작고 부드러울 것 같은 애들로 줍줍했네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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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식 2020/09/12 06:08

    재밌게 읽었습니다
    즐거운 에피소드 종종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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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08

    떽무새// 요즘엔 다들 고생이시죠...ㅠ 격려 감사핮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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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09

    모모의시간// 네 그렇다고 들었어요 ㅎㅎ 저도 담에 가면 모종을 슬쩍 가져오려고 합니다
    아 깻잎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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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10

    최민식//불펜의 요리사님!! ㄷㄷ
    종종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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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영주 2020/09/12 06:19

    농장 따님께 감사 인사를 전할 겸...인증샷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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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24

    오영주// 주말에도 계실지 모르겠네요ㅋㅋ
    메이크업도 안하고 수수하셨는데도 고운 외모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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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데쿠 2020/09/12 06:24

    [리플수정]아휴, 호박잎 요리 사진까지 올려주시지 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스트리아에도 명이가 자라는군요. 덴마크 숲은 명이나물 천지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4월은 명이나물 장아찌랑 김치 김장철입니자. 보통 1년은 가지요. 그리고 명이나물밭(?) 한 군데 마침 호박도 자라는데 한국거랑 살짝 달라 먹지는 않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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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스파더 2020/09/12 06:28

    [리플수정]풍데쿠// 먹는거에 환장했었는지 사진도 못찍었네여 ㅎㅎ 스위스나 덴마크나 유럽이나 미국이나 산이 있는 곳엔 명이가 많이 자라더라구요 비엔나 시 홈페이지에는 자연 식재료라고 많이 자라는 곳까지 설명이 되어있어서 놀랐네요 외노자분들이 음식때문에 고생도 많고 더불어 추억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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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데쿠 2020/09/12 06:33

    웅스파더// 별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인데 스위스와 달리 덴마크엔 산이 없어요ㅠㅠ 아마 최고지점이 해발 180미터 조금 넘을 겁니다. 산의 존재 유무보단 기후 영향이 있나봅니다. 흠... 아무리 그래도 스위스랑 덴마크는 기후가 꽤 차이 나는데 말이죠. 뭐가 기준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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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61 2020/09/12 07:28

    짜증나는 글의 홍수 속에 이런 피난처의 안도감을 느끼는 좋은 글이!
    잘 챙겨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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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두기 2020/09/12 07:29

    재밌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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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gag 2020/09/12 08:17

    이미 호박잎에 미친 남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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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유만세 2020/09/12 08:53

    재밌어요ㅎ 외지에서 건강 조심하시구요~ 그런데 호박이 수박이 됐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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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플네오 2020/09/12 09:09

    [리플수정]ㅎㅎ 맞습니다. 저도 중국에서 17년째 사는데 10년째 깻잎 키우고 있어요. 한국에서 한 번 씨앗 가져 온 게 매년 그냥 자랍니다. 여기도 깻잎 안 먹고 호박잎 안 먹어서.. 예전에 임신했을 때 정말 호박잎이 얼마나 먹고 싶던지 ㅠㅠ중국의 어느 시골 밭에 보이던 남의 호박잎 서리까지 생각해 봤던 순간이 있었어요.(저도 그때 중국 밭 주인이 보였다면 돈 줄테니 팔라고 했을 듯 ㅎ) 아마 전세계에서 호박잎 시장에서 파는 건 한국밖에 없을 듯요... 중국도 호박잎은 안 먹으니...잼난 글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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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lettante 2020/09/12 09:36

    오스트리아 수박이 맛있나 보군요 납작복숭아 말고 과일 맛난거 잘 없다고 독일사는 선배가 맨날 그러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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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드레 2020/09/12 09:53

    그 명이라고 하는게 Brlauch 요거죠?
    근데 그게 한국의 강원도나 울릉도에서 나오는 그 명이랑 같은 건지 비슷한 종의 다른 식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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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플선플 2020/09/12 10:18

    해외사시는 교민분들 밥상이 풍족하시길...어디서나 고향의맛은 그리운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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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데쿠 2020/09/12 10:20

    닥터드레// 오, 명이가 독어로 Brlauch 인가요? 명이의 별명이 산마늘인데 독어로는 곰부추네요. 재밌습니다. 백프로 장담은.못하는데 명이가 우리나라 울릉도서 나는 그 명이 맞을겁니다. 울릉도 기후가 덴마크 기후랑 많이 닮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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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옹이 2020/09/12 10:50

    좋네요 미국생활할때 생각도 나고 ㅎㅎ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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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에고 2020/09/12 11:51

    재밌게 읽었어요. 제일 중요한 호박잎과 쌈 사진이 빠졌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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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able 2020/09/12 12:42

    그쵸 깻잎은 아시안마켓에 장아찌로 캔에 팔긴하는데 호박잎은 정말 어렵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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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원더키드 2020/09/12 13:32

    호박이 수박이되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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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소닉써라 2020/09/12 13:42

    질문요.
    깻잎이든 호박이든 우리나라 품종 기르려면 한국에서 씨앗을 가져가야 할텐데
    세관 방역에서 정식통과 가능하나요? 몰래 들여오는것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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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빈 2020/09/12 13:42

    호박잎이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긴한데..
    오스트리아에서 도미니크 팀 인기는 국민영웅급입니까? 아까 테니스보다가 누가 질문글 남긴거 본게 생각나서 현지인께 여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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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스크 2020/09/12 14:12

    다음번엔 젊고 이쁜 따님 사진도
    같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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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숑 2020/09/12 15:05

    저도 호박잎짤 기대하고 들왔는데ㅋㅋ
    글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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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스름 2020/09/12 15:10

    글 정말 잘쓰시네요 잘읽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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