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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래의 배우자는 아빠같은 사람이길 바랬는데


 부자집 막내딸로 곱게자란 엄마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시집와서 처음해본 어떤 국이 다였다
연신 맛있다는 아빠말을 철석같이 믿곤 매끼 그 국만 끓였다는 엄마
4일째 됐을때 아빤 사실은 유일하게 잘 못먹는 국이라고 고백했다
참 세상일 재밌는게 하필이면 왜 그 국이었을까 아버지도 꽤나 당황하셨다고 ㅎㅎ

결혼한 후 1년뒤 내가 태어나기 한두달 전, 태어나고도 얼마간을
외갓집으로 출산 전후 몸조리를 하러간 엄마와 나를 보기위해 
아빤 매주 주말 고속도로를 탔고

꽤나 옛날 기억이지만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고도 한참까지 
거의 매주 주말이면 외할머니집을 갔던것 같다
지역도 다른 외할머니댁을 주말마다 차를 몰고가 하룻밤 잘 지내고 왔었다

내가 고학년이 되고 학원이다 뭐다
더이상 예전만큼 외갓집을 방문하지 못했을때 주말은 항상 외식 하는 날이었다
주말까지 엄마가 일을 해야겠냐며 얘기하셨던것 같은데
우리가 밖에서 먹는 밥을 더 좋아해서인진 알 수 없다..

중학생일때쯤? 아빠가 사업을 시작하고 
걸어갈 수 있는 등교길을 매 아침 태워주고 출근 하신 아빠는
밤늦게 학원 마치고 돌아온 나보다 더 늦게 귀가하셨다

외가는 여행이며 뭐며 가족모임이 명절이 아니라도 꽤나 잦았는데
그 해 외할머니 생신날 아빤 유일한 불참자였다 
0서방은 일이 요즘 많이 바쁜가? 
책망이 아닌 오롯이 근황을 묻는 질문들인게 당시에도 느껴졌지만
그 자리에 아빠만 없단게 조금 속상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빠만 그 자리에 없었다며 아빤 일이 그렇게 중요하냐 물었을때

그래서 며칠전 케이크를 사들고 홀로 외할머니를 찾아가
초에 불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까지 불러드리고 왔다며 
억울해 하셨다

후에 외할머니는 종종
0서방이 내 생일이라고 케이크 사들고 어무이 하고 혼자 왔었다고 얘기하셨다

원치 않는 대학에 들어가고
니가 참 불쌍하다며 못마땅해 하던 아빠는
서울로 올라가는 전날까지 짐을 싸고 있는 나와 엄마에게
요란스럽다고 했었다

후에 엄만 
넌 왜 집에 전화를 잘 하지 않냐며
니가 서울로 올라간 그날밤
아빤 니침대에 앉아 한참을 보다 울었다고 하셨다

세상 사람 다 등돌려도 마지막까지 내편일 아빤
노후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하신다
여전히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시지만
결혼을 후회하는듯, 질린듯 말씀하실땐
자연스럽게 나조차 결혼에 부정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Ps. 엄마도 좋은분입니다!











댓글
  • 형사단독판사 2017/03/30 13:36

    감동을 느끼다가 막줄에서 다급함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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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레어베어 2017/03/30 16:02

    담담하게 한자 한자 쓰인 글 잘 읽었어요~
    막줄에서 웃음이 ㅋㅋ
    전 어렸을 때부터 '아빠같은 사람만 아니면 돼. 또는 아빠같은 사람이랑은 절대 결혼 안해.' 라고 살아온 여자라 쓰니님이 부럽기 까지?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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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herin 2017/03/30 16:35

    저는 아직도 저희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 하고 싶어서..ㅋㅋㅋ 적극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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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아재 2017/03/30 17:56

    글을 쓰다 마지막에 어머니에게 들키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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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힉토르 2017/03/30 17:58

    엄마 : 이년이 키워놨더니...(부들부들)
    농담이고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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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달 2017/03/30 17:58

    아버지가 너무 좋은 분이셔서 작성자분 눈이 높으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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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레기국 2017/03/30 17:59

    아버지를 이해했을땐
    너무 늦었었고
    이해했다고 생각했을땐
    아직 멀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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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번더해요 2017/03/30 18:06

    아빠한테 너무많은 죄를 저지른 불효자식인데 이글을보니 가슴이 먹먹해요...  세상모든아버지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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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abab 2017/03/30 19:54

    어머님! 여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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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안델 2017/03/30 20:13

    부러워요. 제게는 연을 끊어버리고 싶은 사람만 남았지 더이상 아빠라고 부를 사람은 남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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