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160939

아이가 생기고 나니 알겠다

난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구나.라는걸
타고나길 배려심이나 이해심이 깊고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저~~~언혀 아니었다는걸
아기가 없었을땐 임신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지난한 과정인지 몰랐다. 산모가 신체적으로 겪는 고충은 말할 것도 없고 악몽으로 되풀이되는 불안감과 우울감 등을.   
아기에게 별 관심도 없고 딱히 다정하지도 않던 나의 무신경 속에서 대개 직장동료였던 그 무수한 산모들은  억척스럽게 일하다 분만이 임박할때쯤 휴가에 들어갔다. 
그리곤 푸석한 얼굴과 퉁퉁불은 가슴으로 출산한지 세달도 안되어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간호사... 난 간호사였다. 지금은 병원이 아닌 곳에 있지만. 생명을 다룬다는 여자들의 세계가 그러했다. 그땐 그게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유니폼 앞섭이 터질듯하고 가슴한쪽으로 젖이 배어나와도 서로 웃어넘기곤 했다. 간호사들의 유산율이 참 높다지... 별이된 많은 아가들.. 그 엄마들... 
아둔하고 못난 나는 이제야 후회한다.
늦은나이 첫임신을 하고 직장눈치를 보며 휴가날짜를 고민할때 같은 간호사출신인 팀장님이 '애낳기 전날까지 일하다 들어가야지. 우린 다 그랬어'라고 하는말에 서운함과 동시에 든 죄책감.
이제 겨우 돌 되어가는 아가를 복직한답시고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적응시키려니 그게 너무 안됐어서 나도 모르게 아기를 붙잡고 눈물흘릴때 한편으로 떠오르는 그 푸석한 얼굴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기가 보고싶었을까. 그 작은 아가들은 또 얼마나 엄마찾아 울어야했을까.
이제야 알겠다. 너무 미안하게도 이제야 마음이 아프다.  

댓글
  • 응큼한마님 2017/03/29 10:36

    저도 미혼이었을때 그리 생각했어요
    아기가 아픈데 왜 엄마가 휴가를 쓰지?
    애는 왜 그리 자주 아파?
    정말 배려가 없었죠..ㅜㅜ

    (iseSKZ)

  • 아미그달라 2017/03/29 10:47

    참 서글픈 현실이네요...

    (iseSKZ)

  • 초코맛콜라 2017/03/29 10:53

    수샘 이상의 차지급 샘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가 있었는데 자기 남편이랑 놀러갔다 온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시길래
    아이는 안데리고 갔냐고 물어보더니 "애랑 같이가면 피곤하잖아~우리애는 어차피 시어머니가 다 키워서 엄마 얼굴도 몰라"
    하고 웃으며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싸늘해지더군요. 심지어 그 분이 성격이 모질고 나쁜분도 아니고 그 병동에서 제일 착했어요.
    그때 제가 신규였는데 신규에게도 대화를 걸어줄 정도로 잔정도 많고 착한 분이었거든요.

    (iseSKZ)

  • penkichi 2017/03/29 11:19

    좋은 글입니다

    (iseSKZ)

  • 아메리카노♡ 2017/03/29 11:21

    너무 공감되면서 마음이 아파요~
    저는 아이를 좋아하고 이뻐하는데도 미혼일때
    주변 아이엄마 동료들을 왜 더 배려해주지 못했는지
    아이키우는 지금 후회가 커요..
    워킹맘으로 사는것 자체가 얼마나 고달픈건지
    그땐 알려고 하지도않고
    "그건 그사람 사정이지"  냉정했던 제가 부끄럽네요..

    (iseSKZ)

  • 루크(LUKE) 2017/03/29 12:02

    그래서 애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구하쥬.
    수녀님 들이 신부님 --;; 흉볼때,
    신부님이 ^^ 결혼을 안하고 애를 안낳아 봐서 애 같아요.
    이렇게 흉보시더라구요. ㅋㅋㅋ
    근데 그렇게 말하면 자기 자신도 욕하는거잖아요?
    근데 이 이야기를 스님한테했더니
    스님 사이에도 비슷한 농담있다고 하데요.
    스님이나, 신부님, 수녀님 정도 레벨의 사람은
    스스로 모자라다는걸 알지,
    닭같은애는... 그래서 성별만 여자임.

    (iseSKZ)

  • 히카루님 2017/03/29 12:04

    사람은 원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죠 부모가 되고나서 지하철 탔을때 아이가 서서 있는게 보이면 제가 불안합니다 얼렁 앉혀주고 싶고..

    (iseSKZ)

  • latache 2017/03/29 12:08

    지인 중에 개업의(싱글여성)가 있는데  뭐 어떻게 보면 개인사업자이긴 하지만
    같은 여자면서
    채용한 간호사가  면접때는 말도 안했는데, 임신을 했다며 잘라야겠다고 하는 말을 식사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화 난다는 듯 얘기 하는데.....
    같은 여자면서 그게 왜 이해가 안되는건데요? 로 시작 가벼운 말다툼까지 갔었....
    지금은 안보고 삽니다.

    (iseSKZ)

  • 더불어흥하자 2017/03/29 12:13

    맘이 아파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일이나 아이냐를 수없이 고민하죠. 조리원동기도 이제 복직인데 좋은 직장을 아이 때문에 한달만에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하고.. 저는 프리랜서인데 일을 다시 하는게.. 언제쯤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돌지난 애를, 이제 옹알옹알하는 애를 못 떼어 놓겠네요. 혼자 벌어서는 노후가 준비가 안되고.. 막막합니다. 출산율 올리려면 아기 36개월까지는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면서 휴직할수있고 복직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iseSKZ)

  • 더불어흥하자 2017/03/29 12:16

    아기 낳아보니 출산후 3개월은 경우 몸추스리고 붓기도 덜 빠졌을때인데.. 아가는 아무것도 못하는 핏덩인더..우리나라에서는 복직이 당연하니..ㅜㅜ

    (iseSKZ)

(iseSK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