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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어제 또 그 애들 꿈을 꿨어.
이제는 십년도 더 지난 일, 
나는 그 꿈속에서 몇 번이고 그 애들과 마주치곤
뒤돌아 무작정 달리곤 했어.
그런 꿈을 꾼 날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서 울거나 약을 먹어버리던 나를 보면서
안절부절하던 오빠에게도 민망하고, 또 속상하고 그랬는데
나는 잔인한 영화들을 꾸역꾸역 돌려보며
언젠가는 똑같이 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토악질을 참아냈는데
이번에는 나 그냥 지나쳤어
웃지도 울지도 않고 그냥, 사실 지나치고 나서야 깨달았어
순간 도망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내가 가던 길을 갔어.
기억나?
내가 6년 전에 울며불며 예전 일을 다 이야기했을때
오빠 정말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잖아
오빠의 학창시절은 그저 평범한 날들이었어서
정말 솔직하게 내 상처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한가지, 다시는 그런일들이 없을 거라고 약속하겠다고 했어. 함께 하는 매 순간 지켜주겠노라고.
오빠야, 나 이제 그 애들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안 난다..
어렴풋이 알 것은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
방금 깨달았어. 나 기억이 안 나.
 
나에게는 역사적인 날인데, 이거 직접 말해주면 오빤 또 우는 나를 달래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네.
나 이제 안 무서워. 아무것도 안 무서워.
6년 전 그 약속,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댓글
  • 진실 2017/03/23 11:41

    토닥토닥...앞으로 꽃길만 걸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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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금동 2017/03/23 13:48

    힘찬 발걸음!!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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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7ㅑㅑㅑ 2017/03/23 17:15

    집중해서 읽었어요 글을 몰입할 수 있게 잘쓰셔요!
    역사적인날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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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리진 2017/03/23 18:54

    언젠가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괜찮아지는 날이 오기를. 그 과정을 함께 가주고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니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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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진돼징 2017/03/24 17:30

    앞날에 축복이 가득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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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레솔 2017/03/24 17:33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견뎌주고 잊어줘서.
    이젠 좋은 사람들의 기억만 가득 차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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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른당분보충 2017/03/24 17:45

    흠...저는 종교를 믿는 사람은 아닌데...
    인간이 착한일을 하면...예를 들어 100 원의 선의를 베풀면 꼭 100 원이 아닌 다른 형태의 보상이 나에게 돌아오고...
    나쁜마음으로 일을 행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벌을 받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나쁜짓을 잘 못해요 ㅠㅠ)
    혹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위에 열거한 메커니즘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에겐 또 다른 좋은일이...
    그 애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인과응보가 있을겁니다.
    지금껏 버텨온 당신 사랑합니다.
    Good luck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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