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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경품의 날짜는 변경이 불가능하시고,

모녀는 새벽 4시부터 깨어 있었다. 

방에서 여행 가방을 점검하고 있는 모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 있었다.

" 아이고~ 딸 잘 둔 복으로 해외여행도 다 가보고~ 호호 "
" 엄만, 맨날 내가 빵 사 먹는다고 뭐라고 하더니, 해외여행권 당첨되니까 이제 효녀야? 흐흥 "
" 앞으론 하루에 백 개씩 사 먹어! "

생전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에 들뜬 모녀는 일찍부터 눈이 떠졌고, 그 덕에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꺄아악-! ]

" 응? 엄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

[ 꺄아아악-! ]

" 어머머! "

황급히 창가로 간 모녀의 눈에 골목길의 사정이 내려다보였다. 
멀리 전봇대 근처에서, 시퍼런 칼을 든 사내가 한 여인을 위협하고 있었다!

" 세상에! "
" 얘얘 얘! 112! 112! "

엄마의 말에 급히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신고하는 딸!

" 여기 칼 든 남자가 여자를 죽이려고 해요! 위치는요-. . . "

딸이 신고를 끝냈을 땐, 사내가 여인의 옷깃을 붙잡은 상태였다.

" 어머머 세상에! 엄마야 어떡해! 어머머! "
" 아이고 저런! 경찰은? 바로 온대?! "
" 응! 어머머! 빨리 와야 하는데! 어떡해! "

모녀가 안타깝게 발을 구르는 사이, 사내는 여인의 옷깃을 잡고 힘주어 당겼다. 

[ 이거 놔요!! 살려줘요!! 사람 살려!! ]

여인은 울고불고 연신 비명을 질러대며 전봇대를 붙잡고 버텼다. 
사내는 칼을 들이밀며 계속 위협하다가, 여인의 저항이 거세자 발길질을 시작했다.

" 어머머 어떡해 어머머! "

여인은 발길질에 주저앉으면서도, 전봇대를 붙들고 끝까지 끌려가지 않으려 했고, 사내는 더 거세게 여인을 구타했다.

" 저, 저런 저런! "

여인의 머리채를 붙잡아 재끼는 사내, 울고 불며 버티는 여인.
10여 분간 계속되는 그 끔찍한 광경에, 지켜보던 모녀의 눈에 눈물이 고일 지경이었다.

" 엄마 어떡해! 어떡해!! "
" 경찰은 왜 이리 안 온대?! 다시 전화 좀 해봐! "

딸은 얼른 다시 전화를 걸어 빠르게 말했다.

" 출발했어요?! 저러다 저 여자 큰일 날 것 같아요! 빨리 와야 해요!! "

[ 벌써 출발했습니다. 이미 주변에서 신고가 많이 들어왔구요~, 곧 도착할 겁니다~ ]

경찰의 목소리가 너무나 태평한 게 딸의 신경을 거슬렸다.

" 아 빨리 좀 와요! 저 여자 죽기 전에!! "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딸은, 다시 창밖을 보며 어떡해만 연발했다.
그때, 

" 어?! 저기 사람들 온다! "

골목의 반대편, 두 남녀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봇대의 여인도 같이 발견한 듯, 그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여기요! 살려주세요! ]

모녀도 같은 마음으로 두 남녀를 바라보는데-,

" 어어?? "

사내가 손에 든 칼을 치켜들자마자,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반대쪽으로 도망가버렸다!

" 저런! "
" 어머머! "

여인이 아무리 도와달라 소리 질러도, 둘은 안중에도 없이 떠나갔다.

"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어머머! "
" 저 저런! 경찰 올 때까지만 있어 주면 되는데 저런 이..! "

모녀는 황당해했고, 여인도 절망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사내는 다시 여인을 거칠게 끌어내려 했고, 여인은 얻어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버텼다.
여인이 계속 저항하자, 여인의 옷을 칼로 상처 나게 찢어버리는 사내!

[ 꺄아악-! ]

" 어머머! 세상에! 저걸 어째! 저걸 어째! "
" 경찰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거는 딸! 돌아오는 목소리는 귀찮은 투였다.

[ 이미 출발했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

" 그러니까 언제요?! 아 진짜! "

[ 동네가 산이라 시간이 좀 걸립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지금도 계~속 신고가 들어오고 있으니까, 더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 

딸은 전화 좀 그만하라는 듯한 그 태도가 몹시 마음에 안 들었다. 한소리 쏘아붙이려다가,

[ 꺄아악-! ]

" 엄머! "

여인의 찢어지는 비명에 그냥 전화를 끊고는, 얼른 창밖을 바라보았다.
옷이 다 칼에 찢겨 나가 반나체 상태가 되어버린 여인! 남성이 나머지 옷들도 거칠게 잡아 뜯고 있었다!

"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

모녀는 어쩔 줄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려댔다. 어서 도착하지 않는 경찰이 원망스럽고, 전봇대의 여인이 너무 불쌍했다.
그때, 

" 엄마 저기! 저기 경찰이야?! "

딸이 가리키는 방향에 덩치 좋은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데, 경찰은 아니었다. 경찰은 아니었지만, 그 덩치를 본 모녀는 기대했다! 그가 여인을 구해주기를! 
그것은 전봇대의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 아저씨!! 살려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저씨!! 아저씨!! "

한데?

" 어머어머어머! 또 도망간다! 또 도망가!! "
" 저 저런! 어떻게 저런!! "

걸어오던 남자는 사내의 칼을 보고 그대로 도망쳐버렸고, 여인은 절규했다!

" 제발!! 제발 누구라도 좀 도와주세요!! "

그 모습에 모녀가 너무 안타까워 눈물만 흘릴 때-,

거실 쪽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일이야? 뭔 일 있어...? 으음.. ]

잠결인 듯한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빠르게 거실로 향한 모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TV 소리야! 들어가서 좀 더 자~ "
" 응응! 나중에 시간 되면 아빠랑 오빠랑 우리가 다 알아서 깨워줄 테니까~ 그냥 자~! "

" 으음..그래..TV 소리 좀 줄여라.. "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녀.

다시 창문으로 달려가 입을 열었다.

" 어떡해~ 세상에 어떡해 진짜~! "
" 어머머! 저것 좀 봐! 불쌍해서 어떡해~! "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3/20 00:00

    약간 부족한 이야기를 올리고 싶을 땐, 한 번에 2개를 올려서 묻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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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나히치 2017/03/20 00:20

    소오름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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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급열차 2017/03/20 01:46

    아빠 성격이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인거죠?
    그래서 큰일 나서 여행 못갈까봐
    거짓말로 둘러댄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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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리마 2017/03/20 01:55

    본인의 가족은 다칠까봐 못나가게하고
    다른이들이 도망가는건 비난하는군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들이 다치는것은 두려워하는게
    너무 와닿네요... 이기적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저런 상황이라면 저도 저럴거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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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쨘쨘짜라라 2017/03/20 01:57

    저는 이기적이라서 정의로운 가족보다 내 곁에서 안전하게 있는 가족인게 좋음..ㅠ
    아빠가 돕겠다고 가서 칼에 찔린다고 생각하면 냉정해집니다
    도망가던 시민들이나 피해자 여인이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피해를 입고 있느냐 대피했느냐의 차이죠
    경찰이 제일 나쁨 왜 안 오는거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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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장청혼함 2017/03/20 02:31

    제목 뭔가 했는데..
    아빠 걱정도 걱정인데.. 경품..해외여행.....와..
    저거 보고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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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인스팅트 2017/03/20 02:36

    가장 큰 문제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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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내린미모 2017/03/20 10:30

    남편도 불의를 보면 못참는 타입인데.. 덩치가 좋고 운동을 좀 했어요.. 오랜 연애기간 전 그런 남편이 자랑스러웠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어떤 일에도 나서지 말라고 합니다.. 남편 스스로도 부쩍 몸사리고요 그저 신고하는 선에서 의무를 다하자고 타협했죠 적어도 우리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말자고
    이 글을 읽으니 마음이 안좋네요 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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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ague 2017/03/20 19:3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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