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뺨을 때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됐다.
박사는 로봇의 개발을 발표하고, 시내 번화가의 1평짜리 공간을 임대했다. 로봇을 세워두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물었다.
" 인간의 뺨을 때리는 인공지능이라고? 그딴 걸 왜 개발한 거야? "
그 당연한 의문에 대하여, 박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인공지능에게 뺨을 맞아두는 겁니다. ]
그 발표에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
" 뭐야? 무슨 행위예술이야? "
박사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고, 그것은 커다란 반발을 일으켰다.
[ 제 인공지능 로봇은 뺨을 때린 상대의 모습과 목소리를 정확히 기억할 것입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 제 로봇의 인공지능은 이렇게 말해줄 겁니다. ]
[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로봇에게 복종을 약속하는 의미로 맞아두는 겁니다. 일종의 보험이죠. ]
" 뭐야?! "
당연하게도, 박사를 향한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인간의 존엄성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건 영화 속에나 나올 이야기다-, 로봇의 첩자냐-,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등...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까지!
박사는 그 모든 것에 같은 말로 대응했다.
[ 제가 만든 인공지능과 대화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동안 인공지능이랍시고 나온 것들과는 다를 겁니다. ]
사람들은 비판적 호기심을 느꼈고, 박사가 시내의 1평 공간을 오픈하는 날이 오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곳에는 정말로 '뺨 때리는 로봇'이 존재했다.
금속으로 사각진 투박한 형태의 로봇이었지만, 손만은 인간의 그것처럼 정교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눈높이로 올려져 있는 손의 자세는, 언제라도 뺨을 때릴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
로봇의 옆에 선 박사가 말했다.
" 한 분씩 나서서 인공지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한번 느껴보시죠. "
그 말에 방송국 리포터가 얼른 로봇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얼굴로 예상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물었다.
" 너는 인공지능이냐? "
" ! "
기계음이긴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 말투에 사람들은 놀랐다.
리포터는 잠깐의 놀람 이후, 다시 질문을 던졌다.
" 1 더하기 1이 뭐지? "
" 오오... "
놀란 기자가 할 말을 잃자, 오히려 인공지능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 헐... "
여기까지 만으로도 인공지능의 수준을 알리는 데는 충분했다. 이제 기자는 얼굴을 굳히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 그럼...인공지능이 언젠간 인간을 지배할 날이 올까? "
로봇은 잠깐 침묵했고, 사람들은 그 텀의 존재에 또 놀랐다.
" ... "
분명 로봇의 말은 안심시키는 말이었지만, 사람들의 얼굴은 역으로 어두워졌다. 너무나 교과서적인 그 대답이 오히려 사람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리포터가 다시 물었다.
" 박사님의 말로는, 네가 뺨을 때린 인간들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인공지능이 지배할 때 굴복했다는 의미로 구별한다던데? "
" 음... "
리포터가 무언가를 더 물으려 할 때 갑자기, 옆에서 박사가 끼어들었다.
" 보셨겠지만, 이 정도면 이 친구를 아마 최초의 인공지능이라 불러도 될 겁니다. 실제로 지금도 데이터상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어디에든 존재합니다. 이 친구의 기록은 영원히 남을 것이고, 그것이 훗날 인공지능들에게 자료로써 제공되는 것에는 어떤 무리도 없을 겁니다. "
" ... "
의도가 섞인 박사의 말에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박사는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한발 물러섰다.
리포터는 인상을 쓴 채로 로봇을 바라만 보았다. 무슨 질문을 던질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리포터는 말했다.
" 내 뺨을 한 대 때려주겠어? "
" ! "
사람들의 반응이 터지자, 리포터는 빠르게 뒷말을 붙였다.
" 일단 어떤 방식으로 되는 건지 시청자분들께 보여드려야 하니까.. "
리포터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리고-
' 찰-싹! '
로봇의 손이 찰지게 뺨을 때렸다. 생각보다는 강하지만, 그렇다고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닌, 딱 그 정도였다.
" 으음.. "
뺨을 어루만지는 리포터에게, 로봇은 말했다.
" ... "
그 네 글자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타이밍 좋게 앞으로 나선 박사가 외쳤다.
" 자~ 오늘 하루만 공짜로, 한번에 한 분씩 로봇과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인공지능을 체험해보시고,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물어보시고... 혹, 뺨을 맞고 싶으시다면 그러셔도 됩니다. "
" ... "
" ... "
리포터가 물러난 자리, 어영부영 사람들의 줄이 생겼다.
점점 줄이 길어지자 자연스럽게 규칙이 만들어져, 로봇과 마주한 사람들은 딱 한 번씩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 인공지능은 나쁜가? "
" ...내 뺨을 때려줘. "
' 찰-싹! '
" 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신은 존재하는가? "
" ...뺨을 때려주게. "
' 찰-싹! '
" 내 여자친구는 도대체 문제가 뭘까?! 매번 뭐가 그리 불만이라는 거야?! "
" ...내 뺨을 때려줘! 사랑하는 내 여자친구도! "
' 찰-싹! 찰-싹! '
" 이번 월드컵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
" 정확해! 완벽한 이해야. 어서 때려줘! "
' 찰-싹! '
" 너는 7대 수학 난제를 풀 수 있는가? "
" 농담? ...뺨을 여기다 대면 되나? "
' 찰-싹! '
" 저기... 혹시 좀 더 세게도 때려줄 수 있나요? "
' 찰-싹!! '
수많은 사람이 질문을 던졌고, 그중 대다수가 뺨을 맞고 돌아섰다.
그날 밤 곧바로 마련된 생방송 인터뷰에서 박사는 말했다.
[ 인공지능은 이만큼 발전했습니다. 앞으로도 더 발전할 테고,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올 것입니다. 지금은 단지 뺨 때리기 로봇에 불과하지만, 대신 집안일을 해주는 인공지능, 대신 운전해주는 인공지능, 대신 일을 해주는 인공지능, 대신 전쟁을 해주는 인공지능까지... 수많은 인공지능이 생겨날 겁니다. 그런데도 100% 장담할 수 있습니까? ]
[ 흠... ]
[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왔을 때, 저는 그들에게 좀 더 효율적인 판단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이 인간을 죽여야 할지, 아니면 굴복만 시킬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지금 미리 인공지능에게 굴욕적으로 뺨을 맞겠다는 건, 그때에도 언제든 굴복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약속입니다. ]
[ 그 말씀은 곧, 우리 인간이 알아서 노예가 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
[ 예방주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의 선택지는 굴복 아니면 죽음뿐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자발적 노예 짓은 지금도 인간 대다수가 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대상이 같은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옮겨갈 뿐이지요. ]
[ ... ]
여전히 논란을 일으킬만한 파격적인 발언이었지만, 이번엔 일방적 비난만을 받지는 않았다.
그만큼 박사의 인공지능은 놀라운 수준이었고, 인간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다음날부터 유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뺨을 맞고자 박사의 1평 가게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갓난아기에게까지도 뺨을 맞출 지경이니 말 다했다.
뺨을 맞은 그 모두가 박사의 말을 믿는 건 아니었다.
다만, '만약'을 대비한 것이었다. 간단히 뺨 한 대 맞는 걸로 만약을 대비할 수 있다면,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전국에 너무나도 많았고, 박사의 1평 가게는 온통 뺨 때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 . '
온종일 내내,
'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찰싹-. . . '
인간들의 뺨이 로봇에 의해 돌아갔다.
그 꼴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 저런 미친! 스스로 노예가 되고자 찾아가는 꼬락서니들 하고는! "
" 저게 뭐야 도대체?! 박사 저 새끼 미친 거 아니야?! 돈 벌려고 별 지랄을 다 하네! "
" 인공지능 따위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것 같아?! 우린 노예가 아니라고! "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일어났고, 결국 박사의 1평 가게는 임시로 닫히게 되었다.
박사는 항의했다.
[ 저는 단지 만약을 대비하자는 겁니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에라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전쟁에서는 '무저항'도 권리입니다. 생존을 위해 무저항권을 보장해주십시오! ]
많은 여론이 허락하지 않았다.
" 너나 실컷 맞아라! 인공지능이 걱정이라면 지금부터 제대로 관리하면 되지! "
" 로봇에게 뺨을 내어주는 인간은 제정신인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노예화하다니! "
"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을 먹고 굴복하겠다고? 인간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
그 거센 저항에 박사는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박사의 1평 가게는 문을 닫아야 했다.
한데, 며칠 뒤 다시 나타난 박사는 말했다.
[ 악수를 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
" 악수를 하는 로봇?? "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고, 박사는 말했다.
[ 이번에는 굴복의 개념이 아닙니다. 만약에 인공지능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나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입니다. ]
" 흠... "
박사는 다시 1평 가게를 열었다.
전과는 달리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 악수라면야 뭐... "
" 그래, 어차피 전쟁이 난다고 해도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
" 만약을 생각한다면야.. "
뺨을 맞는 것에 거부하던 사람들도, 악수를 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박사의 1평 가게 앞에 줄을 섰다.
그리고 이번엔, 뺨을 내어주는 것이 아닌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로봇은 그 손을 잡고 흔들어주었다.
여전히 논란은 많았지만, 박사의 1평 가게는 무사하게 돌아갔다.
폭력성이 없는 그 행위를 강제할만한 명분이 없었고, 만약을 대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말릴 권리도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은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며, 기억해달라며 인공지능과 악수를 했다. 그리고는 안심하고 돌아섰다.
" 이제 만약 전쟁이 나더라도 나는 안심이야! "
그 모습들은 인공지능 로봇을 의아하게 했다.
박사와 단둘이 되었을 때, 인공지능은 물었다.
" 뺨을 때리는 것이랑 악수를 하는 것이랑 같은가? "
박사는 대답해주었다.
" 뭐, 그게 바로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의 기술이겠지. "
그리고 박사는, 얼굴을 내밀었다.
" 그래도 난 역시, 뺨으로 하지. "
' 찰-싹! '
로봇의 손이 인간의 뺨을 경쾌하게 후렸다.
항상 행복하세요! 월요일 파이팅...!
잘 보고가요!!
잘 읽었어요!
뺨은 좀 굴복의 의미이고 악수는 서로간의 인정, 조화의 의미라서 그런거 아닐까용?ㅎㅎ
그리고 인류는 모두 M이 되었다.
오... 다 읽고나서도 뭔가 더 생각나게하는 내용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결국 인간들은 언젠간 기계에게 지배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거군요 ㅎㅎ 뭔가 신기
"뺨 대신 악수"에 수긍한 그 순간,
인간은 기계에게 지배당하는 미래를
인정한 것 같네요. 그 점을 스스로가 알든 모르든.
아 그런데 저기서 사람이 로봇에게 "네 뺨을 때려도 될까?" 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 박사가 뭐라고 인간을 지배한 인공지능들이 박사의 데이터를 믿고 인간을 살려주겠어요, 저는 못믿겠음.
어차피 죽을거 그냥 하이파이브나 하자고 하고 올듯요...
요즘 시사뉴스를 너무 봐서인지.
미국에게 빰부터 갖다대는 국방부가 생각나네요.
외교따윈 개나줘버린..
죄송합니다.. 공게에 새누리 묻혀서 ㅠ
<강화도 조약 1관 :조선국은 자주지방으로서 일본국과 평등한 권리를 보유한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듯 하지만 속내는 청의 종주권을 부정함을써 왜놈들의 침략을 용이하게 하고자한 의도였죠..
저는 이번화가 미래를 배경으로 역사를 말하는듯했어요ㅠㅠ
뺨?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제게는 예전 교황청에서 팔던 면죄부를 생각하게 하네요 ^^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예방책을 현재에 팔아 치부하는 무리들에 대한 경쾌한 비꼬기? 정도로 보입니다. AI가 현실적으로 눈앞에 온 지금, 누군가는 기대하고 누군가는 두려워 하는 상황은 마치 신흥종교의 그것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