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네요

2년 전, 전 애인의 아버님으로부터 M6에 룩스 3세대, 엘마릿을 빌려 쓰다가 너무 겁이 나서 얼마 안가 돌려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트라이엑스랑 티맥스, 벨비아를 주셨는데 셋 모두 보관 상태가 나빴던 까닭일지 흑백은 그레인이 심해 식별이 불가능했고, 벨비아는 셀로판지처럼 노랗게 나왔었습니다.
작년 새해에 전 애인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뵈었을 때, 너무 아름답게 벗겨진 MP b/p와 독일산 35크론 4세대를 빌려주셨습니다.
질리면 돌려주라고, 막 쓰라고 단단히 일러주신 덕분에 그 뒤로 정말 실컷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5월에 헤어지며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만은..
저는 저때 MP를 받아들고 나서 돈을 계속 모았습니다. 이래저래 촬영 외주가 들어오는 대로 찍었고, 가지고 있던 장비들도 여럿 처분했습니다.
느린 필름이 너무 답답했고, 필름 값과 현상비가 너무 부담됐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부담됐는데 지금은.. 더 하네요.
모아온 돈에 등록금을 합쳐 650만원에 M240과 50룩스 현행을 일괄로 샀습니다. 그러느라 오밤중에 부천까지 갔었구요.
제게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같던 50룩스 현행은 되팔아서 등록금으로 납부했습니다. 일종의 돌려막기를 이 때 처음 해봤습니다. 노란 싹수가 보이는 것 같네요. 실상은 라이카가 진주목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야..
여전히 과분하게도 M240이 너무 뚱뚱한 것과, 이상한 녹색 캐스트가 끼는 것이 참 못마땅 했습니다.
그렇게 분에 넘치는 바디를 아쉬워하며 쓰다가 포럼의 좋은 분께서 처음 보는 저에게 M10을 무척 좋은 가격과, 조건으로 넘겨주셨습니다.
덕분에 행복하게 M10을 쓰는 줄 알았는데.. 완납한지 며칠만에 충무로 한복판에서 어깨에서 흘러내린 M10이 도로 위로 떨어졌습니다.
센서까지 박살나고 맙니다. 신비로웠습니다.
안좋은 내구성이라고 하기엔, 제가 봐도 충격이 심했습니다.
왜냐하면 M10이 진짜 황동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거든요.
황동도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구나, 신소재공학을 잠시 공부하고 있었지만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독일로 3달간 유학을 다녀온 M10은 지금 제 가방에 있습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아왔습니다..)
참, 라이카는 월드 워런티지만, 구입 영수증이 없으면 2년의 무상 보증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영수증이 있거나, 판매자의 날인이 찍힌 보증서가 꼭 필요하다고 하네요.
이는 독일 본사에 문의해서 얻어낸 공식 답변입니다. 라이카 코리아도 동일하게 안내해줬습니다.
며칠전에는 또 다른 포럼분께 35 주마론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상하합치도 약간 달랐고, 전핀이었지만 어젯밤에 자가교정을 마치고 나니 아주 행복한 렌즈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중앙카메라 사장님과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곁에서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곧 떠나신다는 것이 퍽 섭섭하기도 합니다.
잡설이 참 기네요.
비도 오고 센치해진 탓인지, 라이카를 다루며 만나뵌 분들과 라이카를 쓰지 않았으면 몰랐을 사실들, 모두 무척 좋았고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 이런 글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관리요청 들어오면 지울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전여친까지 좋았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아버님께서 커뮤니티를 안하셔서 다행입니다.
라이카를 통해서 많은 공부가 이래저래 됩니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튀김을 먹어야겠습니다. 그럼 여러분도 맛있는 식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