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할 때 자주 가는 장소들이 있어요.
비교적 한산하고 탁 트인 공간을 주로 찾는데
용봉정 공원, 부군당 공원, 옛 러시아 공사관 터, 남산이 대표적입니다.
그 중 남산은 여러 루트가 있어 질리지 않아 제가 특히 더 좋아하는데
위 사진들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포인트들입니다.
조명도 잘 되어 있어 삘 받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기에도 좋아요.
때는 작년 여름이었네요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밤에 갑자기 북악산 타령을 해대서
어디 높은데 가고 싶으면 남산 데려다 줄테니까 산책 좀 하다 그냥 우리집서 자고가라 했더니
평소에 뒷담화 앵간히 하던 직장 동료 인스타에 자랑 사진 올라와서
지도 죽어도 팔각정을 가야겠답디다.
스팀 올라오지만 좀 참고 용산에서 김포까지 가서 태운 뒤에 콧구멍에
그토록 원하시던 팔각정 밤바람 쐬주었더랬죠.
솔직히 평소에 지 친구들 남자친구 비교질에 좀 지쳐왔는데다가
이 밤에 김포 데려다주고 다시 와서 내일 출근할거 생각하니 깝깝~하이
제 표정도 제법 썩어 있었을 거에요
무튼 그 뒤는 다툼의 클리셰였습니다
기왕 온거 기분 좋게 있으면 안되냐, 얼굴 표정은 왜 그러냐, 여자친구 부탁 들어주기가 그렇게 싫냐 등등 하다가
'그 얼마 되도 않는 아반떼 타고 다니면서 유세질이야'
이 한마디에 자격지심이 터져 팔각정에 버리고 왔습니다.
회상하는데도 갑자기 빡이 올라와서 이야기가 좀 샜네요.
무튼 그 길로 돌아와서 징징대는 전화기 차단해 버리고
열 좀 식혀야겠다 싶어서 남산 올라갔습니다.
후암동이 오래되고 좀 낙후된 동네긴 한데 골목길이 의외로 걷다보면
노란색 나트륨 가스등이랑 빨간 벽돌이랑 제법 잘 어우러져 맘이 좀 차분해 집니다.
용산고 지나서 신흥로 주욱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소월로 중간에 남산으로 올라가는 샛길이 있어요
샛길타고 남산타워 밑자락까지 갔다가 동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전망포인트 있고
거기서 야경 좀 보다가 더 내려가다 보면 국립극장 다와가기 전에 좌측에 한양 도성길이라고
계단 무지하게 많은 길이 있는데 여기 계속 올라가면 위에 첫 사진 포인트가 나옵니다.
땀도 뺄겸 야경이나 보러가자 싶어서
당시에 꽂힌 주토피아ost 캐샤의 트라이 애브리띵 무한반복 하면서 올라갔네요
제일 위에는 나무덱으로 된 전망대가 있는데
워낙 계단이 많기도 해서 많이 안오는 포인트기도 하고
더군다나 밤이니 누가 오겠습니까.
근데 왜 그런거 있지 않나요 오래달리기나 뭐나 거의 다와 갈수록 더 힘들게 느껴지는거.
한번도 안쉬고 올라가다 폐 터질 것 같다 싶어서 계단에 앉아서 이어폰 빼는데
그 조용한 산 속 귀뚜라미 찌르륵 찌르륵 박자보다 좀 더 빠르게
리드미컬한 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간간히 ㅅㅇ소리랑 같이요.
순간 심장이 이게 내가 계단 오르기 때문에 뛰는건지 흥분해서 뛰는건지 모르겠더라구요 ㅋㅋ
솔직히 제가 제일 처음 그 포인트 갔을때 저 상상 했었거든요
사람 생각하는거 다 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무튼 결국 그 날은 전망 보지 못하고 그냥 내려왔고
집에 와서 시원하게 치고 잤습니다.
"도성의 둘레는 40리인데, 이를 하루 만에 돌면서 성안팎을 감상하는 것을 좋은 구경거리로 여겼다. 이른 새벽에 오르기 시작하면 해 질 무렵에 마치게 되는데, 산길이 험하여 포기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유득공, 경도잡지
ㅋㅋㅋㅋㅋㅋㅋ글 잘쓰시네요
사진도 좋고 글도 잘 읽었습니다^^
기승전딸 ㄷㄷㄷ
팔각정에 버리고 온 여친과는 그 후 어떻게 됐나요?
재밌는 글 잘읽었네요
애들 좀 크면 가족끼리 함 가봐야겠어요 낮에 ㅋㅋ
ㅎㄷㄷ
필력 ㄷㄷ 남산에 야노 야섹 즐기는 분들 킹근히 있어요
글 잘쓰시네요 간만에 글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추천 박습니다ㅎㅎ
알묘// 쫑냈죠 뭐 ㅋㅋㅋ
글 읽고나서 북풍님인줄 알고 닉 확인했네요.^^
글발이 이야 기가 막힙니다. 생생한 글발 덕에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ㅋ
BurgerQ// 글쿤요 ㄷㄷ 전 머리털 나고 처음 겪어봤어요 층간소음 경험도 전무
필력이 ㅋㅋㅋ 순식간에 읽었네요 ㅋㅋㅋ
수기하라// 낮애 가도 좋습니다 ㅎㅎ
결론은 ......쳤네 쳤어.
잘헤어지셨습니다. 좋은 인연 만나실거에요~
다들 감사합니다 ㅎ
필력이 펄럭
스네요
아.. 그때가 좋았는데..
자주 놀러 가는 동네 후암동 용산고 반갑네요
잘 헤어지셨네요. 비교질은 점점 강도가 세지죠
야노커플 일치렀네
필력에 추천 드립니다
아반떼든 r8이든.. 시간 내서 함께 한거 고맙다곤 못할망정.. 말뽄새가 못됐네요 ㅎㅎ
ㅋㅋㅋㅋ 추천 박고 갑니다
사람 생각하는게 다 비슷하죠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후암동 거닐만하죠. 나름 운치있어요. ㅎㅎ
이야 순간 심장이 이게 내가 계단 오르기 때문에 뛰는건지 흥분해서 뛰는건지 모르겠더라구요 ㅋㅋ
이 부분부터 해서
'짐승같이' 이후 최고 명문이네요 '시원하게'
참고로 주토피아 케샤가 아니라 샤키라...한가지 흠이네요
여담으로 12.12때 박통이 통행제한둔 북악산을 노통이 개방했죠. 서울을 끼고 있는 한양도성을 1주하는 코스가 있습니다.
창의문, 숙정문, 흥인지문, 숭례문등을 나눠서 도는 코스가 아주 좋아요
특히 북악산에서 청와대 - 경복궁 - 세종로 -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線이 정말 시원합니다.
그 중간에 총독부건물이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
신변잡기 수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ㅋㅋ
교과서에 실리겠습니다.
이따 다녀올까하는데, 네비는 어디로 찍어야할까요?
아반떼.. ㅡㅡ 저도 아반떼 첫차로 잘타고 지금은 싼타페 갈아탔지만 차종류로 긁는거 남여불문 진짜 별로네요.. 하지만 기승전딸 ㅋㅋㅋ 재밌게 읽고갑니다~!
진성 불페너 캬..
산속에 모기 많던데
헤어질 여친이라고 팔각정에 버리고 왔다니...재 정신인가
어이쿠.. 새벽에 일어나서 보는데 담장 걸렸네요;; 다들 감사합니다 ㅎ
오지터// 아 맨날 헷갈리네요 샤키라 캐샤 ㅋㅋㅋ
승규콜하지// 도성길 돌기 언젠가 한번은 하자고 생각은 하는데 좀처럼 잘 안되네요 ㅎㅎ 팁 감사합니다
FLML// 자정 다 되어가는 밤에는 남산공원 공영 주차장 찍고 가시는게 편할 것 같습니다 ㅎ 거기서부터 올라가다 보면 두번째 사진 포인트 나와요
템페스트// 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팔각정에서 쫒겨난거지만....ㅋㅋ 만약 기분 상하셨다면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