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 이야기 #0 서론 (1)
"중국"음식 이야기 #0 서론 (2)
"중국"음식 이야기 #1 사천음식편 (1)
"중국"음식 이야기 #1 사천음식편 (2) 주식 및 간식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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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1. 이것 참,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너무 좋게 봐주셔서 정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저도 글을 쓰면서 많이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꾸벅.
2. 중국음식과 한국음식을 구분하는 특징은 사실 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지만, 저는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을 기준으로 “우리가 중국여행을 가게 되면 어떤 식당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간접적으로 답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영화, 드라마, 연극을 구분할 때 이렇게 표현하곤 하죠.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연극은 배우의 예술”
각 장르가 가진 조건과 한계에 의해 그 장르의 중요한 특징이 부각된다는 말입니다. 영화에서는 감독의 연출이 가장 중요하고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각본이 가장 중요하고 연극은 감독과 각본에 의해 연기하는 배우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표현법을 빌려와서 한국과 중국과 일본음식을 한번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한국음식 – 레시피의 요리 / 중국음식 – 조리사의 요리 / 일본음식 – 소재의 요리
일본음식은 물론 관동지방의 요리는 간장과 설탕을 사용해서 진한 양념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기는 하지만 관서지방의 특징, 내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일본음식에 대해 지니는 인상은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한 담백한 조리법이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재의 요리라고 해두겠습니다.
자고로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하는 법, 중국음식은 “불을 지배하는 자가 요리를 지배한다”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뜨거운 불에서 얇은 웍을 가지고 하는 요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료나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기술이 맛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불조절을 중국어로는 훠호우火候라고 합니다.(교양있는 불페너라면 훠메라고 합시다.)
한국음식의 특징이 무엇인가…라고 하면 사실 굳이 두드러진 특징 하나를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요, 굳이 따지면 숙성이나 발효 같은 개념이 많다고 할까요? (사실 한중일에서 발표음식은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근데 우리가 TV에서 맛집프로그램을 보면, 맨날 “비법소스”, “비법재료”를 강조하잖아요, 저는 어떤 한국인들의 “비법”에 대한 환상이나 신념이 한국음식에서 꽤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평양냉면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요리입니다. 과연 어떤 재료를 가지고 육수를 내느냐, 생활의 달인만 봐도 온갖 재료를 다 넣잖아요. 그래서 저는 한국음식을 “레시피의 요리”라고 표현을 해본 것입니다.
(잠깐 샛길로 새자면, 음식의 맛은 맛과 향, 식감 등으로 결정이 되는데, 우리나라 음식에서 “비법”이라고 하는 각종 방법들은 주로 “무엇으로 단맛 혹은 감칠맛을 내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중국음식에서는 대부분 그냥 백설탕을 씁니다만, 우리나라는 일반 가정에서도 매실액기스, 올리고당, 설탕, 과일 간 것” 등을 매우 보편적으로 씁니다. 감칠맛에 관해서는… 생활의 달인에 육수 내는 분들 한번만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어쨌든 특징이 이러하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며느리도 모르는 장맛”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이겠죠. 그런데, 재밌는 건, 이연복님을 보면 요리 프로그램이나 기사 같은 것에서 실제 사용하는 레시피를 완전히 공개를 합니다. 어떤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본인 레시피를 그대로 공개해도 괜찮나요?”라고 물으니 어차피 가르쳐줘도 똑같이 못따라1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쿨내를 풀풀 풍기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일단 가정에서는 아무리 솜씨가 좋아도 화력이 딸리기 때문에 식당 같은 맛을 낼 수 없구요, 설령 장비가 갖추어져 있지더라도 요리사의 감각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조리사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중국음식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일화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이런 구분이 “우리가 중국여행을 가게 되면 어떤 식당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었죠? 연결이 좀 되시나요? 한국의 맛집이라고 하는 가게들은 일반적으로 보면 규모면에서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맛을 단속한다”는 말을 하잖아요, 규모가 커지면 원래의 그 맛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규모를 확장하지 않는 사장님들도 계시지요. 그래서 한국에서 맛집을 찾으려면 규모가 큰 가게나 체인점 말고 작은 노포를 찾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결코 반드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상황이 반대입니다. 많은 요리가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하는 요리이다보니, 잘하는 조리사의 실력이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잘하는 조리사, 특히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실력있는 조리사들은 대개 규모가 큰 식당에 스카우트됩니다. 게다가 식자재의 경우에도 규모가 크면 클수록 신선한 재료를 쓸 확률이 높습니다. 중국 지방 소규모 음식점들의 위생은… 참 처참한 수준입니다. (저는 좋아합니다만) 그래서 중국 여행을 가면 규모가 큰 음식점들의 음식이 대체로 맛있습니다. 정말로 중국에서는 볶음밥만 딱 먹어보면 그 음식점의 수준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체인점”은 어떻냐, 개인적으로 체인점을 아주 싫어합니다만, 중국의 체인점들이 한국의 체인점만큼 상황이 열악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한국의 체인점에 기대하는 것은 “실패하지 않을 일정한 맛”과 “잘 관리된 위생 및 서비스”이지 수준급의 맛을 내주길 기대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중국의 체인점들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수준 높은 맛을 냅니다. 방금 말한 것과 같이 좋은 주방장을 고용할 여력이 되기 때문이지요. 다만 “전국”단위의 체인점들은 지역적 특색이 상당히 약화되어 있어 정통적인 맛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중국여행에서 음식점을 고를 때는 그 지역에서 이름나고 오래된 대규모의 가게를 고르면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소규모 노포를 찾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음식은 맛과 위생도 중요하지만 “영혼”이 중요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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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중국”음식 이야기, 훠궈편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마라샹궈나 마라탕은 하나의 요리이기도 하지만 (재료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지나치게 범주가 넓어서 하나의 조리법에 가깝지 않는가 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훠궈는 정말로 요리라고 하기에는 범주가 너무나도 넓습니다. 구체적인 하나의 요리라기 보다는 특정한 조리법의 통칭(사실 그보다 범주가 더 넓습니다.)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는 글을 따라가면서 천천히 확인하도록 하시죠.
새로운 하나의 문화를 이해할 때는 보통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을 빌려서 이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중국의 훠궈를 이해할 때, 일반적으로 어떻게 이해를 할까요? 대개 “중국식 샤브샤브”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하나의 인식의 틀이 확정되면,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식 또한 변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훠궈를 먹을 때 샤브샤브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샤브샤브를 먹어왔던 방식대로 훠궈를 먹겠죠. 그런데 과연 훠궈를 샤브샤브라고 받아들여도 괜찮을까요?
샤브샤브란 요리를 떠올려 봅시다. 샤브샤브에 대해서 저도 잘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1)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2) 강하지 않은 탕에 (3) 살짝만 익혀도 되는 방식으로 재료를 썰거나, 오래 익히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준비해서 (4) 살짝만 익혀서 먹는다 라는 것이 샤브샤브의 핵심 아닐까요? 이런 기준에 따르자면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천식 훠궈는 “샤브샤브”가 아닙니다. 정통 사천식 훠궈는 미친듯이 자극적이고 모든 재료의 맛을 뒤덮는 기름 그득한 홍탕에 자신이 원하는 재료들을 넣고 익혀서 먹는 요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샤브샤브라는 기준이 부합하는 훠궈도 있습니다. 바로 북방식 솬양로우(涮羊肉)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의 샤브샤브가 바로 중국의 솬양로우에서 건너온 음식입니다. 일본 음식 가운데 샤브샤브 말고도 스키라는 요리가 있죠? 스키야키는 샤브샤브처럼 그때 그때 재료를 담궈서 먹지 않고, 처음부터 재료를 넣고 끓여서 먹는 요리입니다. 사천식 훠궈는 샤브샤브보다는 스키야키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번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각종 훠궈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훠궈는 “전골”요리의 총칭이다.
2. 북방식 솬양로우는 샤브샤브와 유사하며, 사천훠궈는 샤브샤브보다는 스키야키에 더 가깝다.
3. 중국에는 우리가 잘 아는 사천식 훠궈 외에도 굉장히 많은 종류의 훠궈가 있다.
(북방(북경) 솬양로우涮羊肉, 사천훠궈(성도훠궈成都火锅, 충칭훠궈重庆火锅, 꼬치식 훠궈串串香), 광동 차오샨 소고기훠궈潮汕牛肉火锅, 광동·홍콩 따비엔루打边炉, 운남 야생버섯훠궈云南野生菌火锅,귀주 귀양 또우미훠궈贵阳 豆米火锅,귀주 카이리 솬탕위훠궈凯里 酸汤鱼火锅,동북 바이로우훠궈白肉火锅,하이난 예즈지훠궈椰子鸡火锅 등등)
쓰고 보니깐 정말 드럽게 많네요… 하… 또 나눠서 올려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훠궈는 정말 다 맛있어서 다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네요ㅠㅠ
1. 사천훠궈 (성도훠궈, 충칭훠궈, 꼬치식 훠궈)
전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훠궈”라고 알려진 요리는 아마도 사천식 훠궈의 영향이 가장 클 것 같습니다. 현지가 아닌 타지에서 접하는 사천훠궈는 상당히 “순화된 버전”이라고 하는데요,
(원앙궈)
일반적으로 이런 원앙궈鸳鸯锅에다 매운 맛, 안매운 맛 반반씩 해서 먹죠? 하지만 현지에 가면
(구궁격궈)
이렇게 생긴 구궁격九宫格이라고 불리는 냄비에다 먹거나 아니면
(홍탕)
그냥 이렇게 한 냄비에 홍탕만을 때려박아 버립니다. 어떤 탕을 선택하느냐는 본인 마음이지만 그래도 완전 현지식이라고 하면 기름 반 고추 반의 홍탕이 정석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훠궈나 샤브샤브를 먹으면 주로 얇게 썬 소고기, 양고기를 베이스로 각종 야채나 해산물 등을 추가해서 먹지않습니까? 샤브샤브라는 개념으로 훠궈를 받아들이는 데서 온 습관일 겁니다. 물론 이렇게 주문한다고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만, 사천훠궈를 대표하는 몇 가지 전통적인 식재료가 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첫번째는 마오두毛肚라고 하는 소천엽입니다.
(마오두)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재료이며, 사천훠궈의 꽃이자 영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는 오래 익히면 질겨져서 딱 10초 정도만 익혀서 먹어야 하구요, 날 것을 극히 꺼리는 중국인들도 이 마오두만은 완전히 익히지 않은 상태로 즐깁니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매콤한 홍탕과 그야말로 가장 적절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다음은 야창鸭肠이라고 부르는 오리 창자입니다.
(야창)
이 야창을 시키면 항상 그네처럼 창자를 걸어서 주는데 뭔가 능욕플레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 여튼 이 재료 역시 사천훠궈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재료고, 꼬들꼬들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에 역시 홍탕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다음은 야슈에鸭血, 오리피입니다.
(야슈에)
선지죠 선지. 중국에서 선지 요리는 동북지방에 돼지피로 만든 피순대가 하나 있고, 나머지는 일반적으로 오리피를 먹습니다. 오리피당면탕이라는 요리도 전문적으로 있을 정도입니다. 왜 닭피, 소피, 거위피가 아니고 오리피를 먹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맛은 생각보다 비리지 않아서 놀라웠습니다.
다음은 야오피엔腰片 혹은 야오화腰花라고 하는 돼지 신장입니다.
(야오피엔)
위 사진처럼 그냥 얇게 썰면 편片, 칼집을 내서 꽃처럼 썰면 화花라는 이름을 붙습니다. 신장은 부위 특성상 특유의 쿰쿰한 향이 나잖아요.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먹는다고는 하는데, 중국의 홍어 같은 것일까요? 불페너분들은 좋아하시나요?
다음은….대망의 나오화脑花, 돼지뇌입니다. (혐짤주의)
(나오화)
돼지뇌는 사천훠궈의 아주 중요한 재료긴 한데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음식입니다. 아무래도 뇌라는 식자재가 주는 관념적 문제에다, 저 원시적인 자태 때문이겠지요. 보기만해도 참을 수 없는 비주얼이긴 한데, 짜증나지만 맛은 있습니다. 개구리도 그렇고 돼지뇌도 그렇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몇몇 음식은 진짜 딱 한 마디로 표현하면 x같지만 맛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뇌를 가리켜 “대가리에 든 순두부”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사실 그 맛은 순두부보다는 크림치즈에 더 가깝습니다. 푸딩과 크림치즈 사이쯤 되는 식감에 궁극의 고소함! 옛날에 같이 술마시기로 한 여자 동기가 먼저 도착해가지고는 돼지뇌를 안주로 시켜놓고 히히덕거리고 있길래 한 대 치려다가 싸우면 질 것 같아서 참다가 한입 떠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다음은 마라니우로우麻辣牛肉,마라소스에 범벅한 소고기입니다.
(마라니우로우)
소고기 말고도 토끼고기나 생선이나 내장 등도 이렇게 소스에 범벅해서 먹습니다. 메뉴판에 매운 표시로 고추가 그려져 있길래 뭘 넣은건가 했더니, 고추가루소스를 이렇게 변태적으로 발라서 주더군요.
여기까지가 비교적 특색있는 정통 사천훠궈의 재료들이었구요. 이 재료들 말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소고기, 양고기 그리고 새우나 생선, 소고기로 만든 각종 완자, 기타 각종 부위의 내장, 채소류, 두부류, 버섯류, 면류 등등 그야말로 모든 가능한 재료를 넣어서 먹습니다. 그리고 재료의 다양성은 현지보다는 타지로 갈수록 좀 더 풍부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원래 “정통”이란 일정한 격식을 고수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현지에서는 현지만의 특색이 비교적 잘 드러날 것이고, 현지를 벗어나 “정통의 제약”을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자유로운 형태를 띠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 사천훠궈집에 가면 자주 먹는 사이드 메뉴로
(쑤로우)
화쟈오를 넣어서 튀긴 고기튀김 쑤로우酥肉,
(빙펀)
중국식 푸딩 빙펀冰粉, 그리고 지난 번에 소개한 홍탕츠바红糖糍粑 등이 있습니다. 매운 맛을 중화시켜주는 개념으로 즐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훠궈집에 가면
(셀프식 훠궈소스)
요렇게 소스를 직접 떠다먹을 수 있는 셀프바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흔히 많은 분들이 마장麻酱이라고 하는 참깨소스를 즐기시는데요, 사실 사천식 훠궈의 정석은 마늘기름장입니다. (물론 본인 취향껏 드시면 됩니다.) 마장밖에 모르던 제게, 어느 훠궈집의 숏컷이 잘 어울리던 젊은 여사장님이 알려주신 사천 정통 소스는 그야말로 맛의 신세계를 열어주었더랬습니다.
일단 참기름을 낭낭하게 붓구요, 거기에 굴소스와 간마늘을 넣으면 가장 기본형, 여기에다 기호에 맛게 작은 홍고추, 쪽파 등을 추가해서 먹습니다. 어느 재료에도 잘 어울리는 마늘기름장이 완성!
그리고 사천훠궈 먹을 때 제가 즐겨먹는 개인적인 팁을 하나 말씀드릴께요. 간단한 건데, 계란볶음밥蛋炒饭을 하나 시켜가지고 홍탕 소스에 비벼서 먹는 겁니다. 한 두 스푼이 아니라 소스가 자작하도록 해서 거의 볶음밥을 말아서 먹는거죠. 특히 탄수화물을 한 2주간 끊고 가서 이걸 먹으면 먹자마자 천국행 열차탔다가 다음날 화장실에서 지옥행 열차로 환승하게 됩니다. 극한의 맛이에요. 강추!
"성도훠궈 vs 충칭훠궈?"
지난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사실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아까 위에서 언급한 구궁격훠궈가 충칭훠궈의 특징이구요, 충칭훠궈는 좀 더 기름지고, 순수하게 고추와 화쟈오만 넣어서 맛을 냅니다. 하지만 성도훠궈는 맛을 내기위해 갖가지 향료를 추가하고, 칭탕을 더해서 탕이 충칭훠궈에 비해서는 맑다고 하네요.
"꼬치식 훠궈?"
이 외에 사천훠궈의 범주로 볼 수 있는 촨촨샹串串香이라는 꼬치식 훠궈도 있습니다. 간이식 훠궈라고 볼 수 있겠네요.
(촨촨샹)
이렇게 생긴 꼬치를 담아와서 훠궈처럼 즐기는 방식입니다. 이런 꼬치는 훠궈처럼 그때 그때 즉석에서 재료를 조리해가며 먹을 수도 있고, 간식처럼 가게에서 조리해서 팔기도 합니다.
(중국식 오뎅바)
이렇게 오뎅바처럼 생긴 형태로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크게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일종의 훠궈식 음식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지요.
2. 북방식 솬양로우涮羊肉
(솬양로우)
북방식이라고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북경식으로 더 널리 알려진 솬양로우涮羊肉입니다. 이 산涮자가 물에 헹구다는 뜻인데, 그 자체로 샤브샤브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솬양로우는 “양고기 샤브샤브”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북경에서는 북경 전통식 훠궈라고 브랜드화 시키려는 것 같은데, 제가 굳이 왜 북방식이라는 표현을 썼냐면, 일단 양고기가 주 재료라는 점에서 북쪽에서 온 문화임이 드러나구요, 북경 말고도 근처 각 지역에 자기 지역의 이름을 딴 비슷한 훠궈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북경 서쪽에 따통大同이라는 지역에 가면 라오따통훠궈老大同火锅라는 게 있습니다.
(라오따통훠궈)
지금 다시 보니깐 좀 다르긴 하네요;; 어쨌든 솬양로우는 “주로” 양고기 혹은 소고기를 본연의 맛 그대로 즐기기 위한 방식으로서, 맑은 탕을 베이스로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근데 정말 정통식 솬양로우는 그냥 맑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맹물에다가 해먹습니다.
(맹물을 붓는 모습)
보세요, 거의 맹물이죠? 그만큼 어떤 "샤브샤브"라는 개념에 잘 부합하는 요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신식 가게들은 그냥 일반 훠궈 먹듯이 전기플레이트로 가열을 하는데 반해, 전통식은 원래 여기 신선로처럼 생긴 화로 중앙에다 숯을 넣습니다. 근데 이 향이 얼마나 매운지 솬양로우집은 들어가자마자 끊임없이 기침이 나옵니다. 화생방 딱 하고 나와서 방독면 벗고 한 1분 정도 찬바람을 쐬었을 때 정도로 맵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콜록콜록 하면서 먹습니다. 식욕이 고통을 넘어선 것일까요?
(마장 혹은 쯔마장)
솬양로우를 먹을 때는 마장麻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라麻辣할 때 그 마가 아니구요 쯔마芝麻, 참깨라는 뜻입니다. 참깨로 만든 장이지요. 이걸 써야하는데 땅콩 소스를 쓰는 건 임시방편으로 하는 것이지 정통의 방식은 아닙니다. 마장麻酱에다 샹차이 가득 뿌려서 양고기에 찍어먹는걸 특히 북쪽사람들은 정말 좋아하더군요.
3. 광동 차오샨 소고기훠궈 潮汕 牛肉火锅
제가 가장 애정하는 중국요리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요리, 맛알못 제 룸메의 입맛조차 사로잡은 요리, 방목한 소고기 각 부위를 즐길 수 있는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극메!차오샨 소고기훠궈 되겠습니다.
(소고기훠궈)
潮汕은 광동성 동남부 지역을 아우르는 명칭으로, 대표 도시인 차오저우潮州와 샨토우汕头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입니다. 이 지역에 관해서는 후에 광동음식을 이야기할 때 다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차오샨 소고기 훠궈와 차오샨 소고기 완자牛肉丸는 이 지역 음식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특색인데요, 정작 차오샨 지역에서는 소를 전문적으로 키우지 않습니다. 땅은 적고 인구는 많던 차오샨 지역에서 그나마 있는 소라고는 농사일에 사용되던 소였는데, 이 소가 병들고 늙어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야 겨우 소를 잡아서 고기로 쓸 수 있었습니다. 이 늙고 병든 소를 음식으로 먹으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공기술이 필요했겠지요? 이들은 소고기를 방망이를 쉴 새 없이 두드리고 다져서 완자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 소고기 완자가 유명해지고 소고기 가공 기술이 발달해가면서 자연스레 이 지역의 소고기 요리가 이름을 알리게 된 것입니다. 방금 생각난 건데 저한테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 하나 꼽으라고 하면 이 소고기 완자 꼽겠습니다. 집에도 한 박스 사다놓고 먹는데, 있다가 먹어야겠습니다. ㅎㅎ
(소고기 완자)
중국에서는 한국처럼 소고기를 구워서 먹는 문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소고기 부위가 한국만큼 그렇게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 소고기 훠궈를 먹을 때만은 예외입니다.
(소고기 부위별 명칭과 조리법)
보시면 딱 10초에서 15초만 익혀서 먹으라고 되어 있죠. 역시 소고기는 미디움입니다. 여튼 이처럼 맑은 탕에 소고기를 익혀서 먹고, 소고기 완자도 끊여서 먹고, 또 여러 가지 갖은 채소나 두부 같은 것을 넣어서 먹는데,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재료가 있습니다.
(쟈푸피)
바로 쟈푸피炸腐皮라고 하는건데요, 말린 두부피를 튀긴 겁니다. 탕에 푹 담궈서 먹으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소고기훠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지요. 사천훠궈의 경우에는 고기나 야채를 다 먹고 난 뒤에 주식으로 면을 먹는다면, 차오샨 훠궈는 궈티아오粿条라는 두툼한 쌀국수를 먹습니다.
(궈티아오)
부들부들한 식감이 정말 일품입니다. 거기다 소고기를 우리고 우려낸 국물의 조합은…크…
소스의 경우 각자 알아서 드시면 되지만, 이 지역의 독특한 소스로 소고기 훠궈집에서 반드시 갖추고 있는 샤챠장沙茶酱이라는 게 있습니다. 맛은… 우리 돼지갈비 양념을 묽게 해서 피쉬 소스랑 바닐라 뿌린 맛입니다. 뭔가 동남아풍이 나는 소스랄까요.
(샤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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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 대표적인 훠궈 세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나머지 훠궈는 사진만 간단히 소개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4. 홍콩식 훠궈 따비엔루打边炉
(영화 무간도의 한 장면)
홍콩 혹은 광동지역에서는 훠궈를 따비엔루打边炉라고 부릅니다.
(따비엔루)
요렇게 생긴 화로에 먹는다고 해서 따비엔루라고 부릅니다. 각양각색의 탕이 있습니다. 기회가 될 때 자세히..
5. 운남 야생버섯훠궈云南野生菌火锅
(운남 야생버섯훠궈)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운남에서는 버섯이 중요한 특산물입니다. 각종 다양한 버섯이 자라나지요. 저는 운남에서 캔 트러플을 주문해서 먹어보기도 했는데요, 가격이 유럽산에 비해 거의 십분의 일 정도합니다. (향은 절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지역적 특색에 맞게 버섯훠궈가 아주 유명합니다.
6. 귀주 또우미훠궈豆米火锅
(또우미훠궈)
이건 중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귀주 지역 요리인데요, 제가 좋아해서 넣었습니다. 제가 한번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맞는 음식은 어쩌면 귀주 음식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는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중국 각 지역에 그 지역 마다의 고추장 소스가 있는데요, 귀주 지역 고추장 소스가 한국인에게 정말 친숙한 맛입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귀주음식은 향신료가 적고 맛이 비교적 신선합니다. 제가 몇 년전에 귀양시에서 먹었던 또우미훠궈 맛을 정말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네요. 콩을 푹 우려낸 걸쭉한 국물에 각종 재료를 담궈서 끓이다 보면 나중에는 죽처럼 변하는데 귀주 산천의 온갖 정수가 다 들어가 있는 느낌입니다.
7. 귀주 솬탕위훠궈酸汤鱼火锅
(솬탕위훠궈)
비교적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귀주의 대표음식입니다. 토마토를 베이스로 새콤하게 만든 탕에 생선을 넣어서 먹습니다. 나중에 귀주음식 편에서 다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8. 동북 바이로우훠궈白肉火锅
(바이로우훠궈)
한국 북쪽지역 음식의 색채가 많이 보이는 동북지방 훠궈입니다. 삭힌 배추와 돼지고기의 조합이 핵심인 음식입니다. 역시 나중에 동북지방 편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9. 하이난 예즈지훠궈椰子鸡火锅
(예즈지훠궈)
강력추천 요리 또 나왔네요. 하이난 지역의 (몇 안되는) 특색 요리 예즈지 훠궈입니다. 야자 육수에다 하이난 문창이라는 지역의 닭, 문창계를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며, 간장, 라임, 산내沙姜, 작은 홍고추小米辣를 섞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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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매번 글 잘.읽고 있습니다. 광저우에서 1년 가까이 출잘 갔을때 챠오산 뉘러우 훠거 많이 먹었었는데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죠 ㅎㅎ 글구 작년에 훠궈먹으려고 충칭, 청두 여행갔었는데 충칭 구궁격궈는 9개 위치마다 맛이 다르게 느껴져서 신기했네요~
글구 청두에서 탄 택시기사 아저씨 말로는 충칭은 훠궈, 청두는 촨촨샹이 원조라고 하네요 ㅋㅋ
훠궈의 종류도 엄청 다양하군요 . 전 하이디라오나 샤오페이양같은 체인점에 주로 갔었는데 정통 사천식 재료는 정말 하드코어하네요. 돼지뇌 일화 재밌습니다. ㅎㅎ 북방식은 신선로 용기와 비슷하고요. 연재 잘 보고 있습니다.
rivalry// 훠궈 먹으러 충칭까지 날아가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푸에고// 돼지뇌만 아니면 다 커버 가능한 수준입니다 ㅎㅎ
다들 추천 한번씩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중국 전국을 돌아 다녀도 맛있덨던 집은 딱 두군대
그외집들은 맛 있다기 보다는 이런것이구나 정도
정말 그 집거 먹고 싶어서 일년에 몇번씩 건너가는데
이제는 못 갈듯
재밋게잘봣습니다
정말 잘 보았습니다.
나중에 모아서 책 쓰셔도 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