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렘데시비르 관련 리포트가 나오면서 시장이 들썩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과연 이 약이 코비드19로 위기에 처한 인류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크게 3가지 근거를 토대로 향후 전개될 양상에 대한 개인적 전망을 해볼까 합니다.
1) SIMPLE 3상 시험 정보 -clinicaltrials.gov
2) 최고 권위학술지인 NEJM 4월에 실린 논문
3) 임상시험에 참여한 시카고대 연구진의 화상회의 내용
1) SIMPLE 3상 시험
중증환자 6,000명 모집의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연구로서 SIMPLE이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입니다.
치료군은 5일치료 /10일치료/ 인공호흡기 군에서 치료 등으로 구분됩니다.
대조군은 중증호흡부전에 대한 일반적 표준치료를 받습니다.
임상시험의 성패는 치료 11일차 평가스케일의 호전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사망 1점- 퇴원7점 스케일에 대해서 치료군이 대조군과 비교하여 스케일이 높아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Odds Ratio (교차비)를 통해 검증하게 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임상시험 등록기준입니다.
임상시험의 등록 기준이 곧 렘데시비르의 적응증, 사용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핵심 등록기준은 말초 산소포화도 94% 이하입니다.
핵심 제외기준은 기계호흡 5일 이상입니다.
즉, 본 약제가 허가가 되더라도 산소포화도가 94% 초과되거나, 기계호흡 시작한지 5일이 지나면
쓸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2) 부작용 살펴보기
이번 달에 최고 권위의 NEJM에 렘데시비르 '동정적사용'에 대한 61명 자료가 실렸습니다.
이 연구는 치료-대조군 구조의 임상시험이 아닌 동정적 사용 환자에 대한 서술자료에 불과합니다.
다만, 본 약제의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떤 환자인지에 대한 점입니다.
동정적 사용이라는 것은 더 이상 치료제가 없을 때, 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사용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암환자를 치료하는 제 입장에서도 종종 임상에서 접하게 됩니다.
그 얘기는 이들이 굉장히 위중한 케이스라는 얘기입니다.
전체 환자의 57%가 기계호흡을, 8%가 심장체외순환을 돕는 ECMO을 사용하고 있는 중증 환자에서
68%가 산소공급조건이 호전되었습니다.
대상 환자들이 중증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입니다.
부작용이 문제인데, 제가 이전 글에서도 밝혔 듯,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할 때는
그 환자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부작용을 '약제연관성 있음'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말기 암환자에서 신약 사용 중에 패혈증이 발생하면, 신약의 부작용 중에 패혈증이 포함되어 보고됩니다.
여러 언론에서 다루었던 렘데시비르의 부작용 중에서 '다발성장기부전' '패혈증' 등은
해당 논문의 환자들이 중증임 점을 감안해서 봐야할 것입니다.
실제로 아래의 논문 테이블을 보시면, 치명적인 부작용은 모두 기계호흡을 하는 중증환자에서 발생했고, 기계호흡을 하지 않는 환자에서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렘데시비르가 임상에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의 부작용을 갖는 약제가 아닐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3) 본 3상 시험의 결과를 예상해보자면?
시카고 대학의 화상회의에 대한 기사를 보면 기계호흡을 하지 않았던 110여명의 중증환자가 2명 사망한 예를 제외하면
렘데시비르 사용 후에 대부분 퇴원했다고 하죠.
본 내용은 워낙 기사로 많이 다루어졌기에 따로 링크하지 않겠습니다.
그 외에도 위의 논문, 그리고 Science에서 렘데시비르 사용 전문의 인터뷰 기사 등을 토대로 보면,
산소포화도 94% 이하인 중증환자에서 렘데시비르의 사용 효과는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가 임상시험 참여연구자도 아니고 경험이 없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6,000명이라는 대규모 참여자를 감안하면, (참여인원이 클수록 작은 차이라도 통계적 의미가 있게 나올 수 있습니다)
중증 환자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FDA의 신속승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4) 다른 임상시험은?
현재 1,600명의 임상시험도 진행중인데 중증 아닌 중등도(Moderate)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서 등록기준은 말초혈액 산소포화도가 94% 초과되야 합니다.
이 임상시험은 참여인원도 작고, 질환의 정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저도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5) 렘데시비르가 이 모든 사태를 종식시킬 것? 아마도 아닐 것.
가까운 시일 안에 중증 환자에서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최소한 코로나19로 죽어가는 환자에게는 서광이 비추는 것이고,
이를 통해 약간의 사망환자를 줄 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60대 이하의 비교적 젊고 건강하지만 중증인 환자)
하지만, 중증이 아닌 환자나 무증상 확진자에게는
위 임상시험의 성공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즉,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야 쓸 수 있는 것이지,
PCR에서 확진되었다고 그냥 쓰는 약이 아닌 것입니다.
무엇보다 본 약제는 정맥주사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이 약을 쓰려면 입원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설령 이 약이 경증의 확진자, 심지어 무증상 확진자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입증될지언정,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서 요원해보이지만)
이 약을 투약받기 위해서는 입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중증의 확진자로 터져나가는 음압병실과 의료자원의 캐파가 이를 버텨낼리 만무합니다.
그 얘기는 현재 세계경제를 마비시키는 소셜디스턴싱과 락다운의 문제가 이 약 한 방으로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타미플루처럼 외래에서 간단히 처방이 가능한 경구약이 나오거나
렘데시비르 경구약 버젼이 나와서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받기 전까지는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빠르면 5월 안에 결과가 나올텐데, 시장은 잠깐이나마 모든 위험이 종식된마냥 환호할 수 있지만,
이내 이 약제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궁극의 해결 방안은 '백신'의 성공이고, 제 아무리 유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수억불을 들고
연구를 하더라도 수 년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최악으로 몰리더라도 젊은 경제 인구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무기가 한 개 생겼다는 일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참고링크
1. SIMPLE 임상시험
중증환자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4292899
중등도환자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4292730
2. NEJM 논문
https://www.ncbi.nlm.nih.gov/pubmed/32275812
3. Science 인터뷰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03/did-experimental-drug-help-us-coron에이브이irus-patient
현재로서는 중증 환자는 혈장치료나 렘데시비르
경증 환자는 클로로퀸 투여로 효과가 있는것 같습니다.
항체 백신,치료 나오기 전까지 그나마 차선책들이네요.
정성글 잘 봤습니다.
경구형 약이 아니라 주사였군요...
그럼 진짜 입원하지 않으면 받기가 어렵다는건데
병상 확보가 안된 곳에서는 투약 받기도 어려운 형태네요.
알약형태의 램데시비르 만드는것은 어려운 일인가요?
갤럭시// 경구약 제형으로 나오더라도 최소 유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맥주사군을 대조군으로 한 비교임상이 필요합니다. 개발 중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정성글 잘 보았습니다.
잘봤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뭐라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서 지금의 심각한 상황이 누그러졌으면 하네요.
공교롭게도 이 글 쓴지 얼마 안되서 중국에서 중단된 렘데 임상에 대한 논문이 피어리뷰 도중에 유출되었네요. 기사를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환자모집 실패로 중단된 임상시험이고, 따라서 계획된 환자수를 채우지 못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자료입니다.
다만, 참여연구진으로서는 현재까지의 결과를 취합해서 논문을 작성했는데, 그 내용이 Peer Review 과정에서 유출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길게 설명한 SIMPLE 임상시험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고요.
https://www.statnews.com/2020/04/23/data-on-gileads-remdesivir-released-by-accident-show-no-benefit-for-coron에이브이irus-patients/
아마 아래의 중국의 두 가지 임상시험 중 하나에 대한 논문으로 보이네요.
들어가서 보시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바람에 환자를 더이상 모집할 수 없어서 종료되었다고 나옵니다.
해당 임상시험의 중국 연구자들은 어쨌든 학자로서의 수순으로 이에 대한 논문을 작성한 것인데, 그 결과가 미디어에 보고되었군요.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4257656
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4252664
금일 나온 기사 내용을 좀더 들여다보니 79명 렘데투약, 78명은 위약(Placebo) 투약했는데, 두 그룹에서 임상호전까지의 걸리는 시간이 차이가 없었다라고 나오네요.
렘데군 13.9% 사망, 위약군 12.8% 사망으로 오히려 렘데군이 약간 높았고요.
위와 같은 초록내용을 WHO에서 성급하게 올렸다가 삭제하는 일도 있었네요.
기사 말미에 나오듯 본 연구결과를 감안한다면 SIMPLE 임상시험의 전망도 다소 어둡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마음이 급 착잡해지네요.
아쉽네요 정성어린글 잘봤습니다
정성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