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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차명진 후보님 부탁 좀 합시다. 세월호를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세월호 때 고3이었습니다. 제 인생이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준 사건입니다. 유가족 그래요 민감하지만 피해당사자 단체에 기소권을 달라거나 지금 이 시점까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얘기를 듣고 갸우뚱한 적도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진상규명이 필요한건지, 어떻게 해야 유가족들이 원하는 바가 끝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유가족이 설사 만에 하나 어떤 윤리적 비행을 저질렀다 해도, 그게 내가 세월호에 대해 또 사건으로 죽은 내 또래와 후배들에 대해 슬퍼했다는 점,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 대해서 많은 수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건 당일날 저녁에 그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침울했던 하교 셔틀 분위기, 집에서 어머니가 와락 울면서 안았던 기억, 여름날에 서울광장에서 사람들이 참배하기 위해 죄 지은듯이 줄서있고, 그 시끄럽던 서울광장 한복판이 조용했던 기억. 2014년의 그날들이 생생하거든요.
세월호는 어느 순간부터 정치 쟁점화 됐습니다. 처음 고3이었던 저는 당연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금방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국가를 믿고, 어른을 믿었으니까요. 사고가 처음 났을 때는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무언가 잘못됐다고 뜯어고쳐야 한다고 외치더니, 결국 남은건 보상금 얘기와 입시 특례 얘기 거기에 어떤 사이트 회원들의 폭식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은 저한테 아직도 수수께끼 같고,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지금 세월호 얘기를 계속 꺼내는게 차명진씨가 진짜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있어서 하는 소리 같지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그 사건을 트라우마로 여기고, 극복해야 할 하나의 이정표로 삼는 사람들이 지금 이 땅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하나하나 모두 정치인들이 섬겨야 할 ‘유권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더이상 자극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정치인이라면 설사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반대편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나 공감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요즘 하도 공감이나 감정이란 말이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지만, 이 건에 한해서만큼은 예의에 대해서 공감에 대해서 다시 얘기가 필요한 듯합니다. tv 라이브로 무기력하게 사람 죽어가는 걸 봐야 했던 게 못해도 수만, 수십만은 될텐데 이 상처에 소금 뿌리겠다는건가요?
차명진 후보님. 진짜 이 사건만큼은 적당히 좀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이 세월호를 얘기할 때마다 저는 세월호 보상금을 두고, 입시 특례를 두고. 기소권을 두고 갈라져 싸웠던 그 시대의 어른들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진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댓글
  • LoveHYENA 2020/04/11 23:39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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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스키버스 2020/04/11 23:40

    확신범들입니다.. 아무리 얘기해봐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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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bwl 2020/04/11 23:40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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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이랑 2020/04/11 23:41

    이 글 너무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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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tmuskr80 2020/04/11 23:43

    너무 공감되는 글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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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눠먹어 2020/04/11 23:46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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