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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영화 [요노스케 이야기]를 보고.. 긴 시간이 순간을 만들며 순간이 긴 시간을 바꾼다 (스포 포함)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2016년 7월 개봉작
[요노스케 이야기]를 뒤늦게 보았습니다.
왓챠플레이 맞춤 추천 덕을 또 한 번 보네요.
개봉 당시 불과 279명의 관객만을 동원했지만
본 사람들의 평가가 워낙 좋아서
160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선택했는데
상당히 재미있고 훌륭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야, 그것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등장하는 놀라운 진실이
적지 않은 충격과 함께 마음을 움직입니다.
요시다 슈이치가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기초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이 직접 각본을 썼는데,
원작은 2001년 1월 26일에
도쿄의 신오쿠보역에서 발생한
故 이수현 님의 죽음에서
그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선로에 떨어진 한 일본인 남성을 구하기 위해
이수현 님이 선로로 뛰어들었다가
그를 구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죠.
고려대를 졸업하고 유학 중이었던 그의 죽음은
국경의 벽, 그것도 한국과 일본이라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나라인
두 나라의 국경의 벽을 허문 의로운 죽음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 당시 이수현 님과 함께 선로로 뛰어들었고
그와 함께 유명을 달리 한 사람이 또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세키네 시로.
그의 직업은 카메라맨입니다.
저 역시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이 영화를 보자마자 자료를 검색했습니다.
세키네 시로는 사진보도 작가였더군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끄덕거렸습니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영화와 실화의 연결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하고
일단 영화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시놉시스.
1987년. 큐슈 지방 출신인 요노스케(코라 켄고)는
도쿄에 소재한 대학을 진학해
설레는 마음으로 상경합니다.
대학 입학 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수많은 경험과 추억들을 공유합니다.
대학시절을 마감한 후 사회로 입성….
요노스케의 친구들은 지친 사회 생활 속에서
어느 덧 하나 둘 씩 요노스케를 떠올립니다.
따뜻한 미소, 순박한 표정, 착한 행동…
하지만 지금 그의 행방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죠.
무조건적인 사랑과 우정을 베풀었던 요노스케는
지금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풀네임은 요코미치 요노스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들음과 동시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유는
요노스케라는 그의 이름이
과거 에도시대 성애소설에 등장하는
호색한의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놀림감이 되는 이름과는 전혀 달리
요노스케는 지극히 평범하고
빈틈이 많아 보이는 순박한 청년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곱슬머리에 큰 눈을 가졌고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에
어떤 경우에도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편견이 없고
스스로에 대한 자격지심도 없습니다.
성소수자인 친구, 카토(아야노 고)가
커밍아웃을 할 때도 놀라는 기색 전혀 없이
자신이 먹던 수박을 쪼개 나누어 주고,
유이(아사쿠라 아키)가 임신을 해서
대학교 첫 친구인 쿠라모치(이케마츠 소스케)가
학업을 중단해야 했을 땐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를 돕습니다.
그러면서도 생색을 내는 법이 없죠.
파티걸로 유명한 치하루(이토 아유미)를 포함해
지인들의 비밀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 주고
말하기보다 먼저 들을 줄 압니다.
가볍지 않게 유쾌하며
무겁지 않게 진지합니다.
20년의 시간이 지난 후 카토의 회상 그대로
요노스케를 알고 지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에서 득(得)을 본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고,
그를 떠올릴 때면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배시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요노스케의 인간적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 건
쇼코(요시타카 유리코)와의 사랑이었죠.
공주 대접을 받는 부잣집 딸임에도
오만함이나 우월감 없이 소탈한 그녀는
요노스케의 인간미를 한 눈에 알아봅니다.
조심스럽지만 정성스럽고
뜨겁지는 않아도 점점 더 따뜻하게
온기를 더해가는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수많은 사랑을 보았지만
요노스케와 쇼코의 사랑은
보는 사람을 덩달아 행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선
가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 배려임을 알 수 있죠.
요노스케의 고향 바다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베트남 난민들과 조우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자세한 묘사가 빠져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무력한 연민은
쇼코로 하여금 UN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게 만듭니다.
코라 켄고.
상당히 많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입니다.
이 영화를 본 순간 그 어떤 관객에게도
그는 영원히 요노스케로 각인될 듯 합니다.
버즈의 민경훈 가수(aka 쌈자)와
똑같이 생긴 점이 몰입을 방해하는 걸 제외하면
어떤 단점도 찾을 수 없을 만큼의 열연입니다.
이웃집 남자의 사진 전시회에 갔다가
그에게서 선물로 받은 카메라를 들고
마냥 행복해 하는 엔딩 시퀀스의 모습에선
남자 어른의 모습을 한 천사가 보입니다.
요시타카 유리코.
이렇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났다는 건
배우로서의 축복이겠죠.
부끄러움에 커튼 뒤에 숨어
요노스케의 고백을 듣고 반응하는 씬에선
손과 발이 죄다 오그라들면서도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는 경험을 할 겁니다.
세월이 흐른 후 요노스케를 추억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행복한 웃음을 짓는 씬에선
참았던 눈물을 흘러내리게 만들더군요.
다시 2001년 1월 26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아주 가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용기를 만납니다.
나라면 그 순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수천 번 생각하고 고민해도
절대 그러지 못할 거란 결론에 이릅니다.
용기가 그들에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그 용기를 점화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용기있는 결단은 순간 발현되는 것이지만
그 용기있는 결단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아주 오랜 시간의
착하고 정직하며 올바른 삶 속에서
아주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그와 반대로, 순간의 우연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바꾸기도 합니다.
베트남 난민과의 우연한 조우를 통해
평생 봉사하는 삶에 헌신하기로 결정한 쇼코,
우연히 선물받은 카메라로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찍어 세상에 전하는
보도사진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요노스케처럼.
그리하여...
긴 시간이 순간을 만들며
순간이 긴 시간을 바꿉니다...
영화는 그 날의 비극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영화가 주인공에게 지키는 예의입니다.
요노스케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요노스케를 추억함으로써,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를 보여줌으로써
그를 영원히 기억하려고 합니다.
여기...
요노스케의 어머니가 쇼코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옮깁니다.
"아들이 떠나고 3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외동아들을 잃었으니 물론 당연히 슬프지만
언제까지 울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울고 있으면 요노스케의 얼굴이 겹쳐 보여요.
항상 태평했던 그 얼굴이...
최근 저는요.
요노스케가 제 아들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할 때가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요노스케와 만난 게 저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이 아니었나 하고...
시간이 있다면 또 놀러 와주세요.
둘이서 추억 이야기라도 나누었으면 합니다..."
故 이수현, 故 세키네 시로,
이름조차 모르는 많은 의인(義人)들,
다른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희생하는 많은 분들...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는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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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영화 리뷰 채널 하나 맹그셔서..
에... 영화 하이라이트 편집하고 그러는 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저작권 시비도 생길 테니까
그냥 포스터 하나 걸어두고 잔잔하게 일케 나래이션 하면 참 듣기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찡긋
유튜브 감성이 전혀 아님요
쳇
트라부세// ㅋㅋㅋㅋ 덕담해 주셨는데 바로 김이 빠졌습니다.^^;;;;; 편안하고 무탈하시죠? 이 영화 안보셨음 꼭 보시길...
훌륭한 후기지만 유투브의 보는 감성보다 이렇게 읽는 감성으로 혁명전야님의 후기를 보는게 더 좋네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전갱이파// ㅋㅋㅋㅋ 바로 보셨습니다. 1도 관심 없답니다^^;;
이영화는 못보고 잊혀졌는데...오늘도 후기를 읽고 또 리스트에 넣어봅니다.
덕분에 라이트하우스 정말 잘 봤습니다.
진짜 볼때마다 명문이시네요 ^^
design_zoo// 오늘의 화두는 유투브네요^^ 참! 제 영화 블로그가 네이버 에디터가 픽한 3월의 블로그로 선정됐답니다. 일주일 전에. 모두 여섯 사람이 뽑혔는데 영화 관련 블로그 중에선 제가 유일하네요. 선정 멘트가 "영화로 인생을 말하다" ㅋㅋㅋㅋ 뒤늦게 자랑질 좀 했습니다 괜찮으시죠? ^^
rhaeo// 에구... 칭찬 감사드립니다
혁명전야// 오 축하드립니다. 블로그 주소 좀 알려주세요.
design_zoo// 블로그 주소 올리는건 좀 그렇습니다. 어차피 불펜에 있는 글 그대로니 그냥 여기서 읽어주세요. 라이트하우스가 좋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혁명전야//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쉽게 찾았네요 ㅋ)
라이트하우스는 영화 내내 뭔가 꽉막힌듯한 답답함이 숨을 조여 오는데...
보고 나니 진이 다 빠지네요.ㅋ
오늘 소개해주신 영화도 꼭 볼께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design_zoo// 역시 통합니다... ^^ design zoo님처럼 항상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있기에 열심히 보고 씁니다. 나~중에 책 출간하게 되면 꼭 선물드리고 싶습니다. 행복하십쇼
혁명전야// 제가 블로그 여쭤본 이유는 제가 여기서 못본 좋은 글들이 더 있을까 하는 생각이였는데요...불펜이랑 블로그랑 같이 올려주시는군요.
책 선물은 말씀만 들어도 영광이네요. 감사합니다 ㅎ
이영화 괜찮았던
design_zoo// 아... 블로그에 글 올리고 한 시간 안에 불펜에 올린답니다. 불펜에서 읽으시는 게 훨씬 좋은 점은 본문보다 더 훌륭한 댓글들 때문이죠.^^ 편안한 일욜 보내세요
TBDJ8// 제겐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훌륭했답니다
용기의 발현이 선한과정의 축적이란말 와닿네요
덕분에 또 좋은영화 알게됐네요
요시타카 유리코 좋아해서 찾아봤던 영화인데 참 잘 봤던 영화였습니다.
당시 일본 영화에 좀 빠져 있던 시기기도 했는데 취향에도 잘 맞았고...
부천영화제에서 봤었는데 참 좋았어요. 이 작품으로 코라 겐코 좋아하게 되었다는
좀 유치한면도 있지만 그래서 전 일본영화 좋아합니다. 요런 잔잔한 감성을 파고드는건 일본영화가 참
이 영화 참 좋습니다. 더 많이 보셔도 좋을 영화.
언젠가 불펜의 영화 퀴즈 할때 제가 문제로 낸 적도 있었는데 아무도 못 맞추셨던 영화기도 하죠.
불펜 영화광들도 안 보신 분들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기억되는가 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고
사람을 구한 의인이지만 그 내용은 정말 거의 언급되지 않고 스쳐가듯 지나가죠.
요노스케가 죽은 이후로도 영화는 계속되고... 주변 사람들의 그에 대한 기억에
더 집중하는 특이한 영화인데 그래서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였습니다
나의 곁을 떠난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거 같기도 하고요.
삶과 관계, 우리가 어떻게 서로 삶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요노스케라는 좋은 사람의 삶이 주변인들에게 스쳐지나가듯이 기억되지만 또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모습에서 안타까움, 덧없음 그러나 기쁨, 그리움 등이 다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글쓴분이 좋은 글로 소개하셨지만 다른 영화도 그렇듯이 이 영화도 직접 보지 않으시면 감이 오시지
않을 영화입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좋은 일을 했는가를 나열하거나 거기에 집중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영웅적행적을 찬양하는 영화도 아니고 ...
직접 보셔야 느끼실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하네요
이 영화 꼭 챙겨보려고 추천했습니다.
정치글들 너무 피곤합니다.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릴려고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