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직 택배기사입니다

간만에 동료기사들과 소주 한잔하고 글 써봅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물량이 많이 늘었습니다.
다들 하는 말이 이번달 본인 최고기록 갱신하겠다는 겁니다.
뭐 택배기사야 하는 만큼 돈 버는거니 돈벌이야 좀 되긴 하겠지요.
제가 오늘 370개 배송했는데 다른 기사들에 비하면 많은 편이 아닙니다.
오전 6시반에 출근해서 아침9시에 식사하고 저녁7시 퇴근까지 아무것도 못먹었습니다.
오줌 마려우면 화장실 가야하니 목이 말라도 물도 안 마십니다.
그렇게 쉬는 시간 하나 없이 일을 했습니다.
구역에 따라 힘든 구역, 덜 힘든 구역이 있지만은 택배기사는 모두 힘듭니다.
지금 침대에 엎드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무릎에서 열이 후끈후끈 납니다.
아까 술 마시는 중간 대학친구랑 잠시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자영업하는 친구인데 요즘 매출이 반의 반토막이 났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그러면서 너는 물량 늘어서 돈 버니 좋겠다고 합니다.
돈도 벌고 운동도 하고 일석이조 아니냐고 합니다.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저야 택배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택배일을 오래 한 사람치고 근골격계 질환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아직 마흔 중반인 저도 벌써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팔꿈치(골프엘보,테니스엘보)통증이 심합니다.
택배일은 일한만큼 버는 직종이라 사실 몸 갈아넣는 일입니다.
퇴직금도 없고 고용보험도 없고 산재처리도 안됩니다.
제가 지난달에 6천여개 배송하고 5백만원 좀 안되게 벌었습니다.
거기서 유류비, 보험료(영업용이라 비쌉니다), 차량할부금 등을 제하면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십수년간 전혀 인상되고 있지 않습니다.
물가는 해마다 오르고 최저임금도 계속 오르는데 오로지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택배 건당 수수료는 여전히 800원 수준입니다.
이건 사실상 임금감축이나 다를바 없지요.
그래서 택배기사들이 몸에 무리가 가는걸 알면서도 물량을 줄이지를 못하는 겁니다.
나이가 들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면 구역을 떼면서 물량을 좀 줄여가야 하는데 수수료는 그대로고 물가만 오르니 해마다 더 물량을 늘려야 하는거죠.
작년 '택배비 제값받기' 라는 게 잠시 화두에 올랐지마는 택배사간 경쟁으로 인해 유야무야 되었습니다.
아까 동료기사들이 그럽디다.
이런 분위기로는 십년이 지나도 수수료 올라가지 않는다구요.
우리 대한민국. 그래도 시민의식은 세계최고 수준이 아닙니까.
(일부 종교집단 제외)
제발 사람 갈아넣는 일은 없어졌으면 합니다.
사람의 가치. 노동의 가치를 올바르게,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내일도 일을 해야 하니 이만 잠을 청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