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캄캄한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내는 제 머리에, 저는 아내의 머리에 서로 손을 대어 봅니다. 그리고 목에는 이상이 없나 마른침을 삼켜봅니다.
별일이 없으면 아내와 나, 버릇처럼 급하게 성호를 긋습니다.
이제부터 어떠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성호입니다.
샤워를 하면 늘 나오던 흥얼거림이 최근 들어 멈추었습니다.
치솔통에서 은근슬쩍 내던져진 내 치솔에 아주 오래되어 딱딱해진 나만의 전용치약을 짭니다.
혹여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었을까 가족전염이 걱정되어 언제부터 내 치솔은 치솔통에 담지를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모르는 아내는 한사코 방기된 내 치솔을 가족치솔통에 다시 넣어둡니다.
전쟁.화재,지진,산사태. 이러한 공포보다 보이지 않는 공포. 그 공포가 이렇게 살떨리게 무서울지 몰랐습니다.
샤워를 하고 새벽녁 야외 베란다에 걸어둔 차가운 겨울 외투를 다시 꺼내 입습니다.
아내는 오늘도 면역성에 좋다는 홍삼액기스 한숟가락을 들어 얼른 먹어라고 보챕니다.
내가 먹다 말은 액기스의 흔적을 아내는 뭐가 그리 아까운지 자신의 입에 넣고 제 숟가락을 다시 빨아봅니다.
예수님 고상에 아침기도를 하고 아내에게 몇마디 당부의 말을 전합니다.
마스크와 모자는 꼭 쓰기, 항상 잘 먹기, 면역에 좋은 약 챙겨먹기, 스트레스 받지말기, 일찍 잠자기..
흡사 전쟁터로 떠나는 비장한 전사의 마음으로 새벽안개 뽀얀 길을 나섭니다.
나보다 더 힘들어 할 아내가 오늘은 왠지 동료병사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대구 시민입니다. 그리고 아내와 둘이서 편의점을 운영합니다.
아직도 캄캄한 새벽. 간밤에 홀로 고독했을 점포의 문을 엽니다.
시건장치를 개방한 후 손잡이 대신 유리문에 손을 대고 살포시 밀어봅니다.
앞, 뒤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켜봅니다.
내 아이들에게 오늘의 화이팅메세지를 보내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
열흘 동안 어머니를 뵙지 못했습니다. 쑥스러웠던 화상통화가 이제는 자연스럽습니다.
내 몸에 바이러스가 혹여 노출이 되었을까? 전염이 염려스러워 어머니댁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어머니 역시 밤새 제 안부가 걱정되었으리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해 보고는 어머니는 이내 가슴을 쓸어내리십니다.
나는 어머니께 가고 싶어도 가지를 못하고 어머니는 제게 오고 싶어도 오시지를 못합니다.
그리운 사람과의 화상통화, 전화를 끊고 나면 통신사에서 보내오는 메세지
화상통화 사용시간 44분, 잔여 7분이 남았다는.. 그리고 오늘의 확진자 메세지
화상통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통신사.시.보건소에서 보내오는 메세지. 딸깍이는 휴대폰 메세지 소리에 공포가 몰려옵니다.
8시가 조금 넘으면, 어제 주문했던 물류가 옵니다. 노란색 배송트럭을 보고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옵니다.
어제 100개의 마스크를 주문했는데 오늘 역시 하나도 입고가 안됐습니다.
점포의 창문에 '마스크가 없습니다' 를 붙여놓고 작아서 귀가 아픈 내 마스크를 다시 착용합니다.
2015년 매르스파동에 사놓은 마스크, 열흘간 착용했더니 마스크가 꼬질꼬질합니다.
오후 5시. 지금까지 매출이 15만원을 겨우 넘겼습니다. 오늘 하루 온종일 매출은 40만원을 못 넘길 것입니다.
작년 반일운동으로 매출이 30%가 줄었고 코로나 때문에 또 반이 줄었습니다.
작년 9월부터 제 점포는 월 400만원의 적자를 보고도 운영을 해야합니다.
5시 교대해야 할 알바가 문자를 보내 왔습니다. 목이 아파서 못 올것 같다는.. 오늘 결국 혼자 온종일 일해야 합니다.
하루 2번 실내 환기를 시켜놓고 휴대폰을 열어 오늘의 뉴스를 봅니다.
확진자가 1만명이 넘을것이라는, 신천지 신자 전수조사할 것이라는.. 그 기사는 독기 서린 기사와 댓글을 보여줍니다.
대구놈들 산채로 모두 화형시키자, 지역봉쇄해야한다는, 이제 더욱 더 벌받아야 한다는, 지역혐오에 가슴이 무겁습니다.
유나, 최진실, 설리, 구하라가 왜 생각이 났을까요.?
종부성사를 앞둔 신자, 그 신자의 귀에 대고 넌 죽어도 마땅한 놈,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쓰는 성스러운 사제.
댓글창에는 그런 사제가 되고픈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너무도 순결무구한 척하는 사람들.
그 혼돈스런 사람들이 싸질러 놓은 댓글들에 나는 우울증이 오나봅니다.
아내는 뉴스도, 그런 댓글도 보지말며, 앞으로 긍정적인 좋은 생각만 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캄캄해진 가게 밖, 지나가는 인적이 없습니다. 한마리 밤고양이가 내 앞을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며칠있으면 점포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건물주는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티브이를 보면,
어떤 건물주는 50%를 받는다, 안받는다. 착한 건물주 일색인데, 우리 건물주는 그런 건물주가 아닌가 봅니다.
이번달, 아니 앞으로 얼마나 더 손해를 보고 견뎌야 할지 아내는 늘 걱정입니다. 그런 아내를 위로하는 제가 더 못나 보입니다.
코로나사태 이후 대구.경북의 지역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20년 이상 대구 경제는 퇴보할 것이라 말합니다. 남은 삶이 더 짧은 우리보다 우리 아이들의 내일이 더 걱정입니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신천변의 물소리가 가까워지면 그 겨울을 버텼던 노인들의 부고소식이 날아옵니다. 이 사태가 끝나면 또 다른 많은 삶들이 이 세상을 떠날것입니다.
참았던 긴장이 풀려서, 강박증, 우울증으로 말입니다.
인적이 없는 거리에 나서봅니다. 지나가는 차가 없습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 의 '로버트 네빌'처럼 살아남은 인류가 더 없을까? 불켜진 아파트의 창을 세어봅니다.
이토록 따사로운 봄을 기다려본 기억이 없습니다.
내일은 더 많이 따뜻할까요?
그리고 내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댁으로 가야겠습니다. 홀로 외로이 이 공포에 남겨진 내 어머니.. 그 뺨을 부비며 손을 어루만져 드려야 겠습니다. 내 얼굴의 마스크와 내 손에 낀 장갑을 벗고 말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란과 불안속에 있는 저희와 함께 하여 주십시요.
어려움속에서도 내적평화를 잃지않고 기도하도록 지켜주시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요.
코로나19 감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내려주시고 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있는 의료진들과 가족들을 축복하여 주십시요.
또한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혼을 받아주시고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십시요.
우리의 도움이신 성모님과 함께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오늘도 힘내소서~
힘내세요.....
조금만 버티시어요
다들 힘들 때라
서로 위로와 응원 주고받으며 견디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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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응원합니다
아멘
희망을 가지고 힘을 내세요.
불과 며칠전까지도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가 며칠사이에 육십명이 넘은 천안시.. 덕분에 일주일간 외출금지하고 있는데 한산한 거리를 보면서 자영업자분들 걱정이 되더군요.
며칠도 이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계속되고 있으니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드실 거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드릴 말씀이 없네요. 힘내시라는 말밖에는...
힘내세요....대구시민 모두 건강하실거라 믿으며, 응원드립니다......우린 "대한민국"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