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m에 이은 35mm에 대한 개인적 감상들입니다..
제게 35mm는 가장 어려운 화각입니다. 스냅으로는 답답하고 평이해서 생동감이 죽고..
조형을 살리자니 어쩔 수 없는 왜곡으로 균형과 비례가 깨집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손이 잘 안가더군요...
그래도 몇 자 정리해봅니다. 어디까지나 가벼운 사견들일 뿐입니다..^^
주미크론 35mm(1세대) - 8매. 라이카의 가장 유명한 렌즈를 꼽을 때 반드시 언급되는 존재. 명기(명옥) 수준을 넘어 이제는 약간 신격화된 물건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전설이니 아우라니 하는 대상들은 대부분 시간의 세례를 입을수록 그 권위가 두터워지니 앞으로의 가치도 탄탄대로라고 할 수 있겠다. 훌륭한 렌즈임에는 틀림없다. 아름다운 외관부터 범상치 않으며 성능 상의 특별한 문제도 딱히 없다. 흑백에서는 아주아주 표준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다른 올드렌즈 특유의) 선굵은 이미지가 아닌 세필로 소묘한 듯한 섬세한 표현이 특징으로 상당히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맛을 준다. 가장 큰 특징은 컬러에서의 특유의 옥색(jade) 발색이다. 살짝 그늘진 조건이나 사광에서 잘 나타나곤 하는데 사이안과 그린이 적당히 섞인 듯한 색이 돌며, 두 색을 오묘하게 섞은듯하지만 결코 탁하거나 무겁지 않고 투명하다. 이 렌즈는 내 수중을 떠난 지 오래 되었는데 이후로도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울 따름이다. 내놓은 이유는 결국 가성비인데 이는 나의 35mm 기피증 이유가 크며, 만약 이 렌즈가 50mm로 존재하였다면 얘기는 또 다를 것이다.
주미크론 35mm(2, 3세대) - 6매. 라이카의 가장 저평가된 렌즈 중 하나. 일본에는 팬이 많다고 하던데, 이베이 등의 국제시세도 그저 그런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듯 하다. 개인적으로 6매는 ‘보급형 8매’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이는 두 렌즈의 특성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성은 비슷하되 그 퀄리티는 떨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가장 큰 차이는 이미지의 투명도인데 흑백-컬러를 막론하고 6매로 찍은 이미지는 8매에 비해 톤이 탁하다. 선예도는 훌륭하지만 6매의 흑백 프린트는 8매에 비해 톤이 칙칙하고 곱지 못한 편이다. 컬러에서 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6매에서도 8매와 비슷한 옥색 발색이 나타나지만 맑고 투명한 옥색이 아닌 탁한 옥색빛이 도는 것이다. 그리고 준광각 특유의 어찌할 수없는 왜곡은 모든 주미크론 35mm 중에서도 가장 심하다. 여기에다가 얼핏 보면 이거 라이카 맞아?싶을 정도의 만듦새(라이카 전체 렌즈 중에서도 수위를 다툴 수 있다)도 지금의 가치평가에 큰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의도와 달리 영 안좋은 소리만 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그래도 이 렌즈도 좋은 렌즈라는 것이다. 8매와 닮았으면서도 10%쯤 빠지는 렌즈가 몸값은 반절이니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주미크론 35mm(4세대) - 7매. 주미크론이 라이카 렌즈 라인업의 레퍼런스 역할을 맡고 있다면 7매는 그 중에서도 표준을 맡고 있는, 즉 표준의 표준이라 할 만한다. 보케 킹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왕일지 귀족일지 어느 계급인지는 잘 모르겠고, 이 렌즈 최대의 미덕은 세대와 세대의 중심에서 이를 아우르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나쁜 렌즈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렌즈는 저마다 자신이 등장한 시기의 이미지에 최적화되어있기 마련이다. 즉 흑백시대의 렌즈는 흑백을 잘 표현하고, 컬러시대의 렌즈는 그 시대의 컬러톤(컬러의 시대별 톤 변화는 흑백보다 더 심하다)에 잘 맞고, 디지털시대의 렌즈는 디지털이미지에 자신있을 텐데, 7매의 경우는 세대 간의 경계에 딱 버티고 서서 여기저기 두루 마실 다녀도 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어느 이미지에서나 깔끔하게 ‘이만하면 괜찮은데? 수고했네’라는 격려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렌즈 성능 자체도 기본기가 확실하며, 튼실한 빌드 퀄리티와 깜찍한 사이즈까지 갖추고 있으니 여러모로 팔방미인이다. 슬픈 사실은 역시 치솟은 가격인데, 과거 내가 내놓았던 가격의 곱절이 되어버린 지금의 시세는 작금의 집값 상승만큼이나 당황스러울 뿐이다.
주미크론 35mm(ASPH) - 내가 들인 라이카 렌즈 중 가장 어려워한 렌즈. 물론 렌즈 때문은 아니고 나에게 이유가 있는데, 일단 35mm를 어려워하는 성격에다가 내가 지금껏 사용해온 렌즈들에 비해 그 변화의 폭이 가장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방에서부터 쨍한 이미지는 주광에서 주로 조리개를 조이고 찍는 나를 당황하게 하였고, 높은 조리개에서의 극도로 선예한 이미지는 내가 보아오던 내 사진과 달라서 어색했다. 물론 엑타와 같이 색표현이 분명한 필름과의 조합은 종종 감탄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취향이라기보다는 경외나 호기심에 가까운 것이었고, 대부분의 호기심이 그러하듯 나는 점차 무던해져 갔다. 이러한 낯가림은 흑백 프린트에서 더욱 크게 다가왔고 무코팅 렌즈의 흑백류를 즐기던 나로서는 쓰임새가 줄어만 가는 렌즈를 처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주미크론만으로도 길어져서 이만 줄입니다... 출근도 해야하고ㅎㅎ
그러고보니 지금 수중에 있는 렌즈는 하나도 없군요. 지금 사용하는 35mm는 셋 다 주마론입니다.(3.5초기형, 3.5중기형, 2.8)
재미로만 봐주세요, 편안한 밤되세요..^^
https://cohabe.com/sisa/1305277
렌즈에 대한 잡설..(주미크론 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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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다 사용해 보았지만 화각을 좋아하지만 희안하게 전기 3.5쥬마론과 2.8쥬마론을 남겨두게 되네요- 렌즈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마론 참 실속있는 렌즈지요. 외관도 아름답고 저렴하고~
8매는 아직 아주 많이 사용해 보진 못했지만, 룩스와 크론의 장점을 한 데에 모아놓은 듯 투명함 가득한 이미지와, 아름다운 외관, 매우 높은 완성도 등등 무척 매력 넘치는 녀석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너무 비싸긴 비싸지요.ㅠㅠㅠ
8매와 7매 가격은 이제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도 안 됩니다.ㄷㄷㄷㄷ
저는 얼마 전에 조금 특별한 ASPH 버전을 손에 넣었는데, 이 녀석이 얼마나 어려워서 절 괴롭힐지 기대됩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ㅎㅎ 좋은 렌즈를 많이 가지고 계신것 같아 부럽습니다. 멋진 작품 많이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