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스펠이 Theremin이라 어찌 표기하나 싶었는데
이미 외래어로 있나봅니다, 테레민이라고.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생소한 분들도 계실텐데
러시아 출신의 공학자가 1920년대에 만들고 발명가 이름이 붙여진 전자악기
테레민이라고 있습니다.
윗 사진은 연주자가 테레민 연주를 위해 악기에 다다갈 때 보이는 방향이고
관객입장에서 보면 수직 안테나 (오른쪽)과 수평 안테나 (왼쪽)의 위치가 바뀌어 보입니다.
저 두 안테나에서 라디오파가 나오는데 물리적 접촉없이도
연주가자 손 혹은 손가락을 안테나 주위에 어떻게 위치하느냐에 따라 변형되는 소리로 높낮이pitch 와 소리크기를 조절한다고 하네요.
일종의 파장 간섭이겠지요.
수직 안테나가 높낮이 담당, 수평 안테나가 볼륨 담당입니다.
그래서 아래 영상에서도 보시겠지만, 그림에서처럼 두 손을 공중에서 휘젓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쥐었다 펴는 모습을 연주 내내 보게 됩니다.
아래는 테레민 연주 시범 영상입니다 (2분 5초).
발명자인 레온 테레민 Leon Theremin 이 직접 시연하는 영상도 있습니다 (1분 32초)
공학자면서 음악적 재능도 있어 보입니다.
빈말이 아니라 아는 사람은 진작부터 잘 아는 악기인 것이
유명한 미드 빅뱅이론에서 쉘던이 테레민을 연주하는 에피소드도 있네요 (1분 28초).
시즌 4에 에피소드 12 중이랍니다.
뭐, 연주 …. 까지는 아니고요 ㅎ.
윗 영상에서 테레민 소리를 들어 보신들은 짐작하시겠지만
특유의 고주파 소리와 으스스한 분위기때문에
공포영화나 좀 긴장하는 분위기에 쓰이기도 어울립니다.
1950년대 SF 영화 ’지구가 멈춘 날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중 테레민이 쓰인 부분 클립입니다 (2분 41초).
각설하고, 이제 테레민으로 제대로 연주된 곡들을 들어 봅시다.
먼저 Over the Rainbow 입니다.
꽤 괜찮고 곡과 악기가 잘 어울린다 싶으면서도 뭔가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조금 더 매끄럽게 연주할 수도 있을텐데 하는 …
다음 곡은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Dark Side of the Moon 중 또한 명곡 The Great Gig in the Sky 입니다.
하 … 솔직한 제 감상은 … 분명 술자리나 노래방에서 편하게 부르면 꽤나 노래 잘하는 동네 형인데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 나가서 막 음이탈하고 뭐 그런 느낌이네요 … 좀 많이 아쉬워요.
클레어 토리의 허밍을 이기지 못하네요.
이제 제목에서 약속한 대로 명곡들을 좀 들어봅시다.
먼저 역사적으로 테레민과 함께 언급되는 유명 연주자로 클라라 록모어 Clara Rockmore 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 악기가 막 주목을 끌던 초창기에 특히 발명가인 레온 테레민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던 분이라
좀 더 가중치가 주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요.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입니다.
레온 테레민이 이 분을 좋아해서 몇 번이나 청혼도 했다는군요 (그때마다 까였대요 … )
참, 테레민이 악기를 만들고 처음 연주법을 정착시켜 나갈려고 할 때
기준으로 삼고 연주했던 곡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곡이랍니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베르세스 Berceuse (자장가) 입니다.
혹 바이올린 곡과 비교해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
그런데 저는 현역 연주가 중 카이샤 일레니 Katica Illényi 라는 헝가리 출신의 연주가가 최고의 테레민 연주가 같습니다.
먼저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중 하나인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의 주제곡입니다. 엔니오 모리오네의 곡이죠.
테레민이라는 악기에 잘 어울리는 곡을 잘 고른 거도 있어 보이지만, 손이 너무너무 안정되어 있습니다.
보아하니 이분이 바이올린도 프로페셔널로 연주하는 거 같던데 그런 영향도 조금 있지 않나 싶구요.
오 솔레미오 입니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갑자기 끌어 올릴 때 (46초경부터)
고음에서 비브라토를 줄 때 (2분 6초경) …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하, 이분이 테레민으로 The Great Gig in the Sky 한번 연주해 줄 수 없을라나요?
아쉬워서 한 곡 더 링크해 봅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Gianni Schicchi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O mio babbino caro 입니다.
많은 분들이 테레민으로 음악을 들으면 아마 톱연주를 연상할 겁니다.
고음 피치가 공통점이 있지요.
그런 면에서 Grégoire Blanc 이라는 젊은 친구도 참 눈에 띕니다.
쌍둥이도 아니고 협연도 아니고 그냥 따로 연주하고 비디오, 오디오 합성한 모양입니다.
Johan Halvorsen 이라는 노르웨이 작곡가의 곡입니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Vocalise 입니다.
저는 참 듣기 좋네요.
끝으로 물리적 접촉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탓에
테레민에 대해 사골국물처럼 오래, 오래 쓰이는 농담이 하나 있습니다.
약간씩 변형이 있기도 한데, 뭐 이런 식이죠.
“아, 이번에 내 테레민을 중고로 팔 생각이야.
오래 되긴 했지만 값은 제대로 좀 부를거야.
왜냐하면 여태 이 악기에 손가락 하나 안 댔거든”
벌써 새해 1월도 반이 꺾였네요.
모두 소중한 주말 잘 보내시길 ….
정성어린 글과 음악 감사합니다!
[리플수정]정성글 선추천후정독! 처음 본 악기인데 신기하네여 현없는 현악기 같네엳ㄷㄷ
inouk// 언제나 감사합니다^^
HybridMan// 우와, 테레민에 대해 제가 여태 들어 본 가장 천재적인 표현입니다, 현없는 현악기. 이거 다른데서 써먹어도 되죠? ^^
엄청 섬세한 악기네요 보통 악기로는 표현 못하는 피치까지 가능하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WizOnce// 감사합니다. ㅎㅎ 부끄러운데, 제가 듣기만 해도 음정과 음역대가 어딘지 구별할 줄 아는 귀가 없어서 판단은 못합니다만, 매우 독특하고 잘만 운용하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테레민을 위한 협주곡을 누가 작곡해 주면 좋겠어요 ㅎ
테레민의 소리가 텔리카트슨의 그 기괴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게 했는데 역시 톱연주도 함께 소개해주셨네요.
악기와 직접 접촉하지않고 허공 어딘가에서 소리들을 집어내고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는 게 신비롭습니다.
이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네요 ㅎㅎ
드릴껀 추천뿐
역시 풍데쿠님 글답게 격조가 느껴지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서쪽하늘// 덕분에 그 영화의 톱연주 부분을 다시 한번 찾아 봤네요, 감사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특히 유튭 덕분에 영상물 검색이 정말 간편해 졌습니다.
sgtPepper// 감사해요^^
Kobaia// 아이고, 민망하게^^ Kobaia 님께도 새해 많은 복 바라고 좋은 음악 계속 부탁드립니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진짜 잘 어울리네요.
Growler// 네, 원곡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테레민이라는 악기와의 상성도 참 좋고, 이 연주자의 안정된 연주까지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악기, 영화, 음악에 모두 추천!
👏👏👏👏
flythew// 응? 무슨 말씀이시지?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테레민은 '몽라'라는 연주자를 통해서 알고 있었는데, 톱악기도 있었네요.
생각난 김에 몽라가 연주하는 헤이 쥬드를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iVYoE6mJGg
놀러왔어용// 링크 감사합니다. 이 분 한국 분이죠? 한국에도 테레민 전문 연주가가 있었군요.
카이샤 일레니에게는 잘 보이나봐요
번역의탄생// 결국 우선은 공간 어디에 손과 손가락을 위치해야 원하는 음이 나오는 지를 빨리 파악하느냐의 문제일테고 그 다음은 리듬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