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순에 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예비군 늒네임
내 보직은 굴삭기 운전병이었음
군대에서 포크레인 모는 게 일과였다 이 말이야
그런 보직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도 꽤 있더라
보직 특성상 여기저기 파견 가서 공사치고 다닌다
GP에도 가서 몇 달간 철책 보수 열심히 했는데 자대복귀하고 뉴스보니까
머라고요? 시1바?
암튼 한 번은 모 사단 영점사격장 공사에 투입됨
근데 위치가 하필 바로 뒤가 민가라서
뒤쪽에 호(흙벽)를 존나게 높게 쌓으라는 지시가 있었음
그래서 파고 쌓고 파고 쌓고하는데
사단장 뿅뿅이 쓱 보더니 지금 두 배는 높아야 한다대?
아니 아조씨 산이라도 만들게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옴
상명하복의 원칙에 따라 결국 쌓는데
뭔가가 이상함
계속 쌓고있는데 뭔가 높이가 그대로임
그 상태로 2주를 더 쌓아봄
그대로임
마치 땅밑으로 가라앉고 있기라도 한마냥
아니 시1발? 뭐지? 밑에 블랙홀이라도 있나?
기한 늘어진다고 한소리 듣고온 머머장이
현장 와보고는 야 그럼 차라리 밑으로만 존나 까보자라는 방안을 제시함
그래서 무슨 지옥까지 닿을양 땅을 존나게 파기 시작함
파는데 바위덩이가 자꾸 나와서
굴삭기 바가지 떼고 브레이커라는 걸 달아서 존나 부숨
대충 유압을 꽝꽝 쏴서 망치&정질을 하는 거라고 보면 됨
그러다가 존나게 크고 아름다운 넓적바위가 하나 나왔는데
뭔놈의 돌이 오리하르콘도 아니고
이거 부수다가 브레이커가 3개 Break 당함
한 개는 새 거였는데...
심지어 투입된 굴삭기 세 대 중 하나가 너무 빡세게 굴린나머지 엔진이 터지는 상황이 발생함
디젤 엔진이 터질 정도인데 사람은 오죽하겠음
인원들은 거의 3달 동안을 밤 10시가 다돼서야 퇴근하기를 반복
하지만 이 미친 넓적바위좌 때문에 진행이 안 됨
제발 부서져라 부서져라 빌면서 4번째 브레이커로 존나게 찍다보니
와! 깨졌다!
그리고 물줄기가 솟아올라옴
???
그렇다
쌓아도 쌓아도 호가 자꾸만 가라앉던 것은
바로 밑이 수맥이었기 때문이었음
바닥은 진창이 되었고
퇴근하고 다음날 와보니
깔끔한 영점사격장이어될 공사현장은
왠지 미꾸라지가 살 것 같은 흙탕물 호수가 돼있었다
씨1발
하지만 고작 물 따위에 굴할 머한민국 곤뇽이 아닌지라
흙을 계속해서 걷어내고 돌을 계속해서 부수면
언젠가 수맥이 무너져서 막히지 않을까하는
참으로 씽크빅하게 머저리같은 생각이 간부들 사이에서 허가가 나버렸고
투입된 병사들은 2달을 더 야근 뛰어서야 정상일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수당 같은 거 없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실제로 그게 먹혀서 사격장 완공함(...)
그 후로 머머장은 한동안 이 일을 지속해서 언급하며
무리한 공사일정을 잡고다녔다
그래도 너 없었으면 그거 애들이 곡괭이랑 삽으로 해야했어.
니가 그 대대 애들 살려준거야.
고맙다.
존나 풍수지리도 모르는 빡대가리새끼들 안자르고 뭐하나 몰라
그래도 너 없었으면 그거 애들이 곡괭이랑 삽으로 해야했어.
니가 그 대대 애들 살려준거야.
고맙다.
와 수맥을 죽여버리넼ㅋㅋㅋㅋ
원래 파견가면 노는건데 왜그리 빡세냐
놀 때도 많았음 ㅇㅇ
특히 개짬찌때 평창 올림픽 시설물 주변 제설 대기한다고 강릉 갔었는데
눈이 한 번도 안 내려서 맨날 숙소에서 TV 뭐볼까 고민하는 게 일과였던 기억이 남ㅋㅋ
ㅁㅊ 쌩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네 아조시
노가다아재들이 들으면 웃겠네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ㄷㄷ 수고했어
브레이커: 왜 날 Bre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