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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쟁이의 남들 똑같은 야경사진을 찍는 이유

니콘동민님들 안녕하심미까,,
주로 야경사진, 그리고 풍경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커멘트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눠보려 합니다.
여타 장르(특히 스냅사진)와 달리 풍경이나 야경 사진의 경우
같은 장소, 같은 피사체를 찍은 사진들을 엄청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럴때 사진은 잘찍었는데 천편일률적이다, 일면에서 많이 보던 사진이다, 비슷한 사진들을 많이 봤다
등등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반응들을 많이 접해왔습니다.
사실 그런 반응들은 둘째치고 풍경이나 야경사진을 찍는 동료 혹은 제 자신도 그런 질문을 던지곤 해야했죠.
"남들 다 찍은걸 난 왜 또 찍고 있는걸까?"
"뭔가 남들이 안찍은거, 새로운거, 나만의 것을 찍을수는 없을까?"
사실 풍경이나 야경은 새로운 뷰나 피사체, 장소 등을 찾아내는게 쉽지 않습니다.
자기가 살아온 동네에서 외지인이나 관광객들은 모르는 비경을 찾아서 담는게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엔 우리가 살면서 자주 이사 다니지도 않고 행동반경의 제약이 너무 커지죠.
그러다보니 낯선 장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뷰나 포인트를 찾아야하고 이는 당연하게도 굉장히 어렵고 낯선 일입니다.
어렵고 낯선 일이니 포기하고 남들 찍는거나 그대로 쫓아다니면서 찍어야한다고 합리화하는건 결코 아닙니다.
저 자신도 새로운 소재, 포인트를 찾아서 꾸준히 정보를 찾고 지도를 뒤지고 사진사가 아닌 이들의 사진들을 찾아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남들과 다른거, 나만이 독점할 수 있는것을 찍으려는 동기가 아닌
내 사진 창고에 없는 것을 채워 넣으려는 것 뿐,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른 사진사들도 제가 유일하게 담았던 사진이라 한들 비슷한 사진을 담게 되리란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간 사진 생활하면서 처음 개척했거나 풍경사진사들 사이에서 대중화시킨 소재나 포인트들 보면서 이어가겠습니다.
혹시나 제가 처음 혹은 대중화시켰다고 해서 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려는 의도라거나
제가 담았던 장면들이 흔해진것을 한탄하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쓴것이 결코 아님(오히려 정반대입니다)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DSC_8644_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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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가 은하수 사진을 열심히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광해지도랑 네이버지도를 펴놓고 각종 문화재들의 위치를 검색해서 찾아낸 덕주산성입니다.
賢者妥臨님과 올해 5월에 과연 은하수가 보이는 곳일지 반신반의하며 처음 찾아갔던 곳입니다.
덕주산성에서 약 10여년 전에 별궤적 사진을 찍은 분의 사진이 검색이 되어 참고가 되었었죠.
사실 이 곳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은하수 촬영시에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각종 손전등이나 조명 같은 것이 부득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다른 각도, 다른 연출, 다른 날씨에서 담아보고자 6월 은하수, 7월 은하수 때에도 갔는데
7월이 되자 밤에 벌써 열댓분의 사진사분이 계시더군요.
덕주산성 은하수 사진은 그렇게 불과 2달만에 "천편일률적"인 사진이 되어버렸습니다.
DSC_1414.jpg
여수 산단에 있는 첨산이라는 곳에서 담은 산단의 야경입니다.
이곳 역시 야경 사진사가 제대로 담아온 사진은 저는 보지 못했고
동네분들이 등산해서 인증샷 남긴 사진들을 보고 2014년 초에 길이 잘 안나있어서 개고생하며 올라가서 찍었습니다.
이후 사진들을 이곳 저곳에 포스팅했고 길이 좀 다져졌으면 하는 바람에 포인트 정보도 타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이후에 여수 산단에 야경사진사님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이자 흔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DSC_4694.jpg
지금은 매우 흔해진 부산항대교 장군바위 포인트의 뷰입니다.
부산항대교 완공 직후에 친구랑 부산항대교 야경을 찍고자 내려가서
영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뷰포인트를 찾던중 커다란 바위가 산 중턱에 있는 것을 보고 올라가서 담았습니다.
이날 마침 출사코리아 임원분들도 처음 오셨거나 혹은 사진을 공개하기 전에 다시 오셨거나 해서 우연히 함께 담았습니다.
이날은 완공 직후라서인지 북항대교 조명을 안켜줘서 망했고 이후에 몇번 더 담으러 갔습니다.
이후에는 많은 분들이 부산항대교 야경 사진을 담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DSC_7520.jpg
부여 궁남지 야경도 제가 처음 야경으로 담은 2014년 초여름 전까지는 이렇다할 제대로 된 야경 사진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주 흔해진 장면이 되었습니다.
DSC_5088.jpg
묵호등대 야경도 2016년 겨울에 친한 사진기자인 친구와 함께 사진으로 담았던 이날 전까지는
어렵사리 검색해야 사진 한장이 보이는 그런 장소였습니다.
이후에 이 포인트의 사진은 메이저 일간지 일면에 실렸고
작년 대한항공 사진공모전 동상이 이 포인트의 사진이었고
많은 야경/풍경 사진사님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정동진_24mm.jpg
2011년 겨울 제가 담기 전까지 정동진에서 이 배 모양의 구조물을 배경으로 돌린 북천일주 사진을 본적이 없습니다.
당시 야경사진 대표 커뮤니티에 사진을 포스팅했고 이후에 저보다 더 멋지게 담아오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DSC_4356.jpg
부여 백제 문화단지는 야간개장도 자주 안했거니와
이런 장소가 사진사들 사이에서 잘 알려지지도 않았었고
백제문화단지 내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야경 사진을 담은 사진, 특히 이 각도의 망원샷은 제가 처음이었으나
지금은 밤에 가보면 같은 장소에 삼각대를 펴고 계신분을 심심찮게 뵙게 되었습니다.
DSC_9474.jpg
백양사 쌍계루에 조명이 설치되고 야경 사진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가 2016년 가을에 차가 막혀서 저녁이 다되어서야 도착하는 바람에 담아오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DSC_5455.jpg
거제도 옥녀봉 중턱에서 담은 옥포의 조선소 야경도 지역 주민들이 등산 왔다가 담은 인증샷들을 보고 찾아갔었는데
지금은 많은 멋진 야경 사진들과 새로운 포인트들도 개척된 곳이 되었습니다.
첨에 담을땐 남들에게 없거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독창적인, 나만의 것이었으나
짧게는 두달 길게는 1~2년 내에 국민포인트가 되고 흔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제가 10년간 풍경 야경사진을 담아왔음에도 몇군데 안된다는점도 참고바랍니다.
풍경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전업작가라는 사진가랑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는데
풍경 사진가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풍경 사진을 거의 담으러 안다니고 잘 본적도 없기에 의아해했더니
본인은 남들이 다 담는 '빈티지?' 포인트에서는 사진을 담는것이 의미가 없어서 안 담는다더군요.
그래서 해외에서만 풍경 작업을 한다는데 나중에 담아온 풍경 사진을 보니
숱한 외국인들이 담았던, 플리커나 500px에서 심심찮게 볼수 있는 사진들이 많더군요.
과연 남들이 담았다고 해서 안담는다면 담을수 있는 풍경사진이 얼마나 될것인지
그리고 평소 풍경을 거의 안담는데 과연 풍경 전문 사진작가라고 할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남들 다 찍는 천편일률적인 사진을 왜 찍느냐 혹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에 대해서
결국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겁니다.
1. 야경/풍경 사진에서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사진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도시/문명의 아름다움을 담는 풍경/야경은 제한된 뷰포인트에서 제한된 소재를 담을 수밖에 없고
설령 내가 최초로, 남들이 담지 못한,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사진을 담았다고 한들
내 창고에 숨겨놓고 나만 보지 않는 이상 결국 대중화되고 많은 사진사분들이 사랑하는 장소가 되고 천편일률적인 사진이 됩니다.
한편으로는 나만 담겠다고 누구든 접근이 가능한 장소를 철저히 비밀로 하고 감추는 것도 제가 추구하는 즐기며 하는 사진생활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다른 경험 많고 훌륭한 사진가분들이 담아오신 작품을 보고 따라가는 경우가
제가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것에 비해서 비교도 안될만큼 훠어어얼씬 많습니다.
남들과 다른거 아니면 사진을 안찍다보면 풍경 사진을 안찍는 풍경 전문 작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주 독특한 시선으로 랜드마크가 아닌 남다른 소재를 풍경에서 찍는 훌륭한 작가님들도 계시는데
이런 장르는 사실 풍경과 스냅을 결합한 다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2.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것은 나만의 독점적인 장면이나 소재가 아닌 더 아름다운 장면이자 결과물입니다.
더 날씨가 좋은날, 더 광학적으로나 전자적인 성능으로나 뛰어난 장비로, 더 출중한 촬영 테크닉으로, 더 훌륭한 보정법으로 결과물을 담는것을 추구합니다.
3. 또한 풍경/야경 사진을 담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한편 기회나 시간이 닿을때 부지런히 달리는 것을 추구합니다.
가령 남들이 다 담는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담았더라도
그날 따라 무지개가 떠준다거나 하늘이 불타오른다거나 하는 행운이 따라줄 수 있고
이러한 행운은 분명 의도치 않았던 독특함/독창성을 사진에 부여하게 되지만
이는 예측하거나 의도하기 어려운 부분인지라 결국 열심히 성실히 자주 풍경 사진을 담는 사람만이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4. 무의미해보이는 출사조차도 나의 경험을 넓히고 나에게 가르침과 배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남들 다 담은 사진을 담는데 그날따라 날씨도 안좋고 결과물은 어디 써먹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여건일지라도
계속해서 사진을 담으면서 감을 잃지 않고 카메라 조작법을 리마인드하고
어떠한 부분에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어려웠는지 등의 사소한 경험이 축적되고 데이터가 됩니다.
가령 겨울에는 온도가 올라갈때 시정이 뿌얘지고 날씨가 나빠지더라 같은 경험이 쌓이는거죠.
이 모든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취미 사진사로서 즐기면서 하는 사진생활이라는 더 큰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더 나은 결과물을 추구하는 것도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의 더 나은 결과물이 아닌
제 창고에 제가 더 만족하고 더 흡족해하는, 보기만 해도 배부른 그런 결과물을 쌓고자 하는 추구입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철학이고 다른 분들께 결코 강요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만
제 사진들이 천편일률적이라는 평에 대해서 저의 생각과 경험들을 가감없이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저나 제 동료들처럼 나는 왜 남들이 다 찍고 있는걸 똑같이 찍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고민을 해보신 분이라면
제 글이 조금이나마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긴글과 주저리주저리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
인스타도 합니다ㅋ 빨간닭으로 검색하시면 쉽사리 찾으실 수 있습니다ㅎ
날씨 추운데 건강 유념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들!!!
댓글
  • 오양골金完起 2019/12/03 10:46

    정말 야경은
    독창성을 유지하기 힘들겠네요.

    (QWEyNc)

  • 빨간닭 2019/12/03 10:56

    독창성에 집착하다보면 풍경을 안찍거나
    아니면 타사진가들을 배척하게 되기 쉬운듯 하더군요.

    (QWEyNc)

  • 밤송이군 2019/12/03 10:47

    저도 대부분 형님 사진 보고 많은 도움 받아서 다녀봤네요..
    역시 장인이십니다.

    (QWEyNc)

  • 빨간닭 2019/12/03 10:57

    출사지에서 항상 만나게 되는 밤군님 지인 혹인 밤군님 블로그 보고 찾아온분들!ㅋㅋ

    (QWEyNc)

  • 노뭘레인 2019/12/03 10:47

    와.. 이런건 돈주고도 못배우는..ㄷㄷㄷ 정말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추춴!!

    (QWEyNc)

  • 빨간닭 2019/12/03 10:57

    뭔가 배울점이 있으셨다니 뿌듯하고 따뜻한 말씀에 제가 감사드립니다!ㅋ

    (QWEyNc)

  • HANSOL_FOTO 2019/12/03 10:48

    해외 랜스케이프 작가들도 국민포인트 갑니다. 다만 남들에 비해 더 멋진 사진을 남기죠.
    같은 곳만 주구장창 가면 아집이겠지만,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더 좋은 촬영과 후보정 스킬로 사진을 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빛 표현, 셔터속도, 구도나 왜곡 컨트롤까지 모두 다르구요.

    (QWEyNc)

  • 빨간닭 2019/12/03 10:59

    역쉬 네셔널지오그래픽 작가님다운 말씀이십니다ㄷ
    한솔님 여행 사진들은 그 와중에도 아주 독창적인게 정말 배울점이 많습니다ㄷㄷㄷ

    (QWEyNc)

  • 곽공 2019/12/03 10:50

    엄청난 돈이 드는 달탐사 프로젝트 를
    미국이 이미 했고 또 해봤자 별볼일 없는것을 알면서도
    다른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거하고 비슷하다고 봅니다..

    (QWEyNc)

  • 빨간닭 2019/12/03 11:01

    본문에는 안썼지만 할줄 아는데 안하는거랑 못해서 안하는게 다르고
    가보고 안가는거랑 안가보고 안가는게 다른듯
    직접 해보고 경험한다는게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덕목인듯합니다~
    가령 조명을 써본적이 없거나 조명 장비가 없거나 조명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놓고
    자연의 빛만 추구한다는 분도 그런 면에서 과연 조명을 썼을때의 장단점과 깊이를 다 경험해보고 저런 철학을 내세우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QWEyNc)

  • Ruler. 2019/12/03 10:58

    저는 독산성만 주구장창 ㅠㅠ
    늘 고민이 깊습니다. 이곳에서 다른 야경은 뭐가 있을까 싶어서요...
    동탄 야경도 구석구석 찾아보면 좋은곳이 많을것 같지마는 ㅠㅠ
    귀찮아서 그간 못갔습니다... 반성합니다 ㅎㅎ

    (QWEyNc)

  • 빨간닭 2019/12/03 11:02

    저도 애 키우면서는 아주 귀차니즘에 빠져서
    같이 사진찍던 동료들 보면서 많이 반성합니다;;
    조만간 또 글을 쓸 예정이지만 저도 한군데를 주구장창 파는거를 좋아라합니다ㅋ
    구증구포라고ㄷㄷ

    (QWEyNc)

  • FOURSTAR 2019/12/03 11:05

    취미로 사진을 찍는이상 뭘 찍던 즐겁게 찍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다 찍어본곳이고 흔해 빠진 곳, 식상한 사진이라지만
    본인이 안찍어본곳이면 찍고 싶은게 사람 심리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전 드론을 날립... 아 아닙니다 ㅎ
    사진 하나는 기똥차게 넘 잘 찍으셔서 한수 배우고 싶네요~^^
    즐감합니다.

    (QWEy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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