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연인" 이라는 영화를 보면 박용우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한데 연애를 하면 괜찮아질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도와달라" 고 울며 하소연을 하죠. 그런데 그 다음 장면에서 박용우는 처방전을 찢으면서 화를 냅니다.
"무조건 다 우을증이래! 이래도 우울증 저래도 우울증" 뭐 그런 대사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장면이 기억이 나는 이유는 정신과에서 간단한 상담 후 쉽게 진단을 내리고 쉽게 약처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 단계는 건너뛰고 일단 처방해놓고 치료과정을 문진하면서 처방을 변경하는게 우리나라 스타일이니까요.
기억이 나는 또 한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였습니다.
사족이지만 제 인생영화입니다.^_^
임수정은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생각해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입원해있죠
같은병원 환자인 비는 그녀를 설득해서 밥을 먹게하고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려 하죠.
의사들은 정신증의 원인을 알려하지만 임수정은 자기 할머니를 병원으로 납치(?)한 하얀가운의 의사를 적대시하기에 자기가 왜 밥을 안먹는지 이유를 의사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상담하던 의사에게 자기가 밥을 안먹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의사는 그 말을 듣고 너무 좋아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증상의 원인을 알아낸다는게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죠.
만약 그 정신증의 트리거가 할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면 아마 좋아서 기절했을겁니다.
그때부터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증상의 기저원인과 트리거까지 알게된다면 진단을 정확히 할 수 있고 정확한 처방이 나올 수 있죠.
그리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과정은 노력과 의사와의 신뢰, 그리고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나의 불안증상으로 인한 활동 중단 공지가 떴을때 JYPE가 2가지 면에서 잘 대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미나가 신경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솔직히 발표한 것이었죠. 다른 기획사에서는 "건강악화" 같은 단어로 돌려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때문에 가감없이 상황을 설명하는데 놀랐습니다.
신경증을 몸이 아픈것같은 건강의 관점에서 대하는건 바람직한 태도죠. 솔직히 그 이전부터 무릎 상태 악화에 대한 얘기가 있어왔기에 활동중단의 좋은 핑계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두번째는 불안 상태의 병명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JYPE가 제대로 미나 치료에 올바르고 장기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경증을 단순히 약물복용하면 낫는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온다는건 모든 병에 적용되는 상식이니까요.
처음 미나 활동중단 공지가 올라온게 7월 첫 주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병명이 불안장애라는 공지가 올라온게 8월 마지막 주였습니다. 즉 2달 가까운 기간동안 시간을 가지고 미나의 병명과 증상의 원인에 대한 상담치료가 이루어졌을겁니다. 그만큼 정확한 진단과 원인 파악이 되었을것이고 정확한 처방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오게 되는거죠.
불안장애에는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나의 필 스페셜 활동을 가변적으로 한다는 공지가 나왔을때 개인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치료가 되어서 상태가 나아졌다 해도 음방출연을 균등하게 나가지 않는다면 음방마다 주목도가 달라질텐데 그걸 허용할 방송사나 PD는 없을테니까요. 저같아도 제 방송에는 8명으로 나오고 상대방송국 음방에 9명이 나오면 좋게 볼 수 없을겁니다.
결국 뮤비와 녹음에만 참여하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죠. 예능은 당연히 힘들테구요.
아마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무대에 서는걸 행동치료의 방법으로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아챘겠지만 7월부터의 미나의 일본 휴식과 한국에서의 활동은
행동치료의 단계와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일본 가족과의 생활 -> 한국 에서 멤버들과 생활 -> 팬들만 참석하는 소규모 팬미팅 -> 팬들만 참석하는 대규모 콘서트 순으로 점점 적응시키며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주죠. 행동치료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고 단계는 더 중요합니다.
사실 이번 일본 활동중 ABU는 수많은 다른 가수들과 다른 가수팬들이 많아서 미나가 나오긴 어려울거라 생각했지만 조금 무리하면 엠스테 무대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예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두 방송 모두 낮선 가수들과 방청객들이 나와서 힘들겠지만 ABU에 비하면 엠스테는 많이 익숙하고 무대를 할때 관객들은 뒤쪽에 안보이기 때문에 멘트만 하지 않으면 무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봤습니다만......
안나오길 천만다행이었죠. 엠스테 무대 앞쪽의 박수부대는 저도 적응이 안되더군요. 사실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데 팬심에 너무 조급했던거 아닌가 반성도 했습니다.
연말무대는 단순히 무대만 하는게 아니라 준비 과정도 많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니 미나의 무대는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JYPE도 서두르지 않고 미나의 상태를 잘 케어하고 있는걸로 보입니다.
일본갈때 늘 최선임이라고 볼 수있는 해준(텐도) 매니저가 동행하는 걸 봐도 알 수 있죠.
지난 2달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곧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설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박찬욱 영화죠? 한번 봐야겠네...
정기적으로 정신상담도 해주는 회사이니까 이런쪽으로는 잘 처신하겠죠.글 잘 읽었습니다
1시 반에 쓰기 시작해서 올려놓으니 3시네요. 새벽 필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ㅜㅜ
오래걸려도되니
건강하게 돌아와줫으면
좋겟네요
[리플수정]심각한 이야기일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마지막으로 갈 수록 미나의 회복과 안정을 기원하는 좋은 글이였네요ㅠㅠ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으니까 더도말고 덜도말고 꼭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미나리!ㅎㅎ
아이고, 이렇게 정성글을 써주실지 몰랐네요.
제가 괜히 부탁드렸나 싶네요.
좋은 글 정말 잘 봤습니다.
미리언니님 덕분에 마음의 아픔에 대한 진단 과정과 치료 과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네요.
미나가 처음에 아프게 된 원인에 대해선 그동안 회사 측에 다소 불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리언니님 글 읽고 나니 적어도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잘 대처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되네요.
솔직히 저는 처음 미나가 활동중단을 선언했을때 그리고 그 이유가 정신적인 아픔임을 알았을때 올 연말까지는 보기 힘들 걸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나가 용기를 내 줘서 앨범에도 참여하고,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고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나 곁에서 미나를 지켜준 트와이스 멤버들도 참 고맙구요.
진심어린 좋은글 잘 봤습니다. 저도 심하지 않았지만 격어본 사람으로서 적절한 조치와 미나의 의지가 어우러져 잘 회복되고 있는거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원인 파악을 못해서 거의 일년을 허비했고, 저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좋아지더군요. 저보다 강단있고 현명한 미나니까 잘 극복하리라 기대합니다
회복 과정이 더디고 지리해도 좋으니까 기다릴수 있으니까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잘 케어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왑의 일처리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지금까지 트둥이들 관련 일처리는 대부분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이번에 미나 케어하는 거 보고 더 그렇게 생각했구요. 모쪼록 건강을 무조건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뭐든지 천천히 조심조심... 진행하길 바랍니다.
[리플수정]제목만 보고 무슨 또 새로운 공지가 떴나하고 걱정했네요 ㅎㄷㄷ
얼마든지 팬들은 기다려 줄수 있으니
회사나 미나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아침부터 좋은 글 감사합니다.
미리언니님의 정성스런 분석을 보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네요. 부디 계속 이 기조로 미나가 완치 될 때까지 잘 케어해 줬으면 좋겠네요. 근시안적으로 서두르지 않고 길게 보면서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데에서 아티스트에 대한 회사의 철학이 느껴지네요. 이런 건 칭찬할 만합니다.
정성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제왚이 미나 잘 케어해줬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내년 도쿄 돔에서 미나가 언제 아팠냐는 듯이 멘트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미나..ㅠㅠ